여성계, 아버지→하나님-당신으로 표현한 `양성평등` 주기도문 전격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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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아버지→하나님-당신으로 표현한 `양성평등` 주기도문 전격 발표
  • 이현주
  • 승인 2005.09.0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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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기총-교회협 번역은 가부장적" ‥새번역 재고돼야



 

한기총과 교회협이 공동으로 번역한 주기도문을 두고 여성계가 “가부장적 번역”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여성 신학자들이 재구성한 주기도문이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 신학자들이 번역한 주기도문은 ‘아버지’ 대신 ‘하나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으며 한기총-교회협이 번역한 새 번역안에 ‘아버지’ 호칭이 5차례나 사용된 것은 불필요한 해석이라고 보고 이를 ‘당신’으로 표현하는 등 양성 평등적 관점으로 재번역했다.

양성 평등적으로 번역된 주기도문은 지난 30일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주최한 ‘주기도문 새번역안 관련 공청회’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이날 여신학자들은 한기총과 교회협이 발표한 새번역안 재검토를 촉구하는 한편 주기도문 새번역은 재고돼야 한다는 내용의 전국 신학자 100인 서명을 공개했다.

주기도문 번역에 참여한 성공회대학교 최영실교수는 “여신학자들이 한기총회 교회협의 새번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가부장적 번역에 대한 반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문법이 혼재되고 해석이 잘못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했다.

최교수는 “새번역안은 그리스어 원문의 ‘당신의’를 모두 ‘아버지’로 바꾸어 놓았다”며 “이는 여성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 언어가 남성성에 고정되어 성차별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번역팀이 내놓은 주기도문은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문항에 대해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소서’로 바꾸어 해석했다.

이는 새 번역안에서 이 문장에 대해 “아버지께서 우리를 통하여 당신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소서 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각주를 달아 놓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통해 거룩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거룩하게 되는 존재라는 신학적 해석을 지지했다.

또 새번역안이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로 해석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로 원문의 ’당신‘을 그대로 사용하여 해석했다.

이밖에도 ‘일용한 양식’을 ‘필요한 양식’으로 잠언서의 본문을 근거로 해석했으며,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를 ‘빚진 이들을 용서한 것처럼’으로 해석했다. 이는 마태가 사용한 ‘빚’, ‘오페일레마’를 적용한 것으로 빚을 지고 탕감받은 성경(마 18:21~35)을 인용했다.

또 ‘시험’은 젊은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유혹’으로 번역했으며 새번역에 ‘권능’으로 표현된 ‘뒤나미스’를 여성 번역팀은 현대인의 이해를 도와 ‘능력’으로 번역했고, 역시 ‘아버지’ 대신 ‘하나님’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최영실교수는 “주기도문은 입으로만 외우는 것이 아니고 예수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하는데 중요성이 있다”며 “예수께서는 주기도문의 가르침을 통해 남자과 여자, 이방인과 유대인,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들을 차별 없이 사랑하라고 요구하신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신학자들은 주기도-사도신경 새 번역안을 다시 검토하되 여신학자와 청년들의 참여로 참된 일치를 이루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명에 참여한 전국 신학자 1백명은 “주기도문 새번역이 문법적인 교정 이외에 이전 것에서 하나도 바뀐 것이 없으며 ‘당신’을 ‘아버지’로 바꿈으로써 한국교회에 가부장적 정서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지적하고 “원문에 충실하고 여성도 참여하는 주기도문으로 다시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기총-교회협이 번역한 주기도문 새 번역안과 여성번역팀이 내놓은 주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한기총-교회협 특위의 주기도문 번역안(2004)


 

주기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여성번역팀의 주기도문 번역안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소서.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필요한 양식을 우리에게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이들을 용서한 것처럼

우리를 용서하소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능력과 영광이 영원히 하나님의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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