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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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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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0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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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설 목사<문래동교회>


바리새인 시몬은 식사대접을 하기 위해 예수를 청했으나 예절을 갖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예수의 약점을 찾으려 했고, 식사대접을 하면서 자신의 부와 명예를 과시하려고 했을 뿐이다.

시몬은 ‘죄인인 한 여자’가 예수께 향유를 부었을 때 몹시 불쾌해했다. 그는 예수가 선지자쯤 된다면 그 여인이 죄인인지, 아닌지 분별하고 접근을 막든가 향유를 붓는 행위를 금지시켰어야 옳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시몬은 예수는 선지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 자리에서 확신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절을 갖추거나 경의를 표하지 않는 만남은 필경 한쪽은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사람을 대할 때 좀더 친절하고 예절을 다하는 몸가짐이 요구된다. 우리는 한번 만난 사람을 두 번째 다시 만나도 절대로 반갑게 인사하지 않는다. 여전히 처음 만난 사람처럼 눈길도 마주치지 않으려한다. 바리새인 시몬은 예수께 어떤 것도 요구한 것이 없었다. 그는 사랑도 느끼지 않았고, 예수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지도 못했다. 오직 자신을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 무흠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불친절과 교만한 마음이 결례를 행하는 동기요, 원인이었다.

나는 얼마나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는 대개 자기 사랑의 기준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남들이 나에게 얼마나 관심과 사랑을 나타내고 있는가이다. 둘째는 자신의 신체나 외모를 가꾸는 것을 자기 사랑의 방법으로 생각한다. 셋째, 명예를 추구하고 자존심을 세우는 것을 자기 사랑으로 생각한다.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 스스로 자기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죄 문제로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예수께서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하셨다.

사람은 죄의식이 있을 때만 도덕적, 윤리적 삶이 가능하다. 죄의식은 인간의 행위를 통제하는 능력이다. 행위의 두려움이 없는 자는 그만큼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증거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죄인인 한 여자’는 바리새인 시몬처럼 예수와 겸상할 자격도 없었다. 예수의 뒤에 서서 울면서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셨다. 그리고 자기 머리털로 눈물을 씻고 발에 입 맞추고 향유를 부었다. 어떻게 보면 관능적인 여인의 애정표현 같아 보인다. 예수의 발등에 떨어진 여인의 눈물은 죄를 의미하며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표현이다. 죄 때문에 울 수밖에 없는 진실한 모습은 여인이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증거이다.
 

여인의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줄 아는 자의 사랑이요, 충성이다.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바리새인 시몬은 그것을 알 길이 없다. 여인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기에 죄를 사해주는 권세가 있는 예수에게 사랑의 고백을 할 수 있었다. 예수를 향한 여인의 헌신은 자신의 죄를 용납하고 인정해 주셨다는 것이다. 반면 사랑의 조건이 없었던 바리새인 시몬의 관심은 죄인도 분별하지 못하는 예수의 무지함을 지적하며 자신이 죄인인 여인과 동일한 장소에 있다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했다.

예수는 비유를 들어 “500데나리온과 50데나리온 빚진 자가 갚을 능력이 없어 모두 탕감해 주었는데 누가 더 채권자를 사랑하겠는가?”라고 시몬에게 질문했다. 시몬은 “많이 탕감받은 자”라고 대답했다.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사랑의 조건은 많은 죄가 사하여졌을 때 더 많은 사랑을 하게 된다. 적게 사함 받은 사람은 사랑하는 것도 적을 수밖에 없다.

한 죄 많은 여인이 예수께 용서를 받고 자신의 삶을 모두 동원하여 정성껏 사랑을 표현했다. 그러나 바리새인 시몬은 자신이 청한 손님 예수를 무시하며 여인을 용납한 예수의 너그러움에 불쾌해한다. 사랑의 조건을 성립시키지 못한 시몬의 한계이다.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일은 자기 인생을 정말 사랑하는 길이 무엇인가?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기 위하여 노력하는가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존중하는가? 그러면 자기사랑의 조건을 충족시켜야한다. 자기 사랑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누가 사랑해주겠는가? 그러므로 사랑에 목마른 자들은 자신의 죄 문제에 민감해야한다. 내면의 죄를 발견하고 그것을 괴로워하는 자가 사랑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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