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싸웠던 남아공 참전용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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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싸웠던 남아공 참전용사, 감사합니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8.1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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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술대 국악팀 지난 3일 남아공에서 보은의 공연 헌정

남아공 6.25 참전용사 및 케이프타운 교민 위로 국악축제
4번의 공연과 빈민지역 봉사로 섬기며 ‘하나님 사랑’ 전해

백석예술대학교 국악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우리의 소리’를 알리는 멋진 국악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국악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남아공 용사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한 ‘보은의 시간’으로 마련돼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 3일 케이프타운 워터프론트 야외공연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린 ‘남아공 6.25 참전용사 및 케이프타운 교민 위로 국악축제’는 사물놀이와 가야금, 민요와 K-팝 등 다양한 국악으로 꾸며졌다.

국악팀 학생들의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시작된 공연은 피리산조와 설장구 독주, 서도민요와 해금2중주 등 우리 국악을 알리는 다양한 악기와 소리로 가득했다. 한복을 입은 공연팀은 가야금 병창을 선보였으며, 남아공에도 불고 있는 한류바람을 타고 K-팝 ‘바람의 기억’과 남도민요, 퓨전국악 등을 연주하며 실력을 뽐냈다. 그 중 마지막 곡은 참전용사들을 위해 백석예술대 국악과에서 특별한 곡을 준비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쓴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에 작곡가 임동창이 국악장단을 붙인 곡으로, 1950년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를 돕기 위해 주저함 없이 달려온 참전용사들에게 헌정하는 곡이었다.

공연 중 남아공 참전용사들은 무대로 올라와 우리민족교류협회가 마련한 ‘보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60년 전 전쟁의 상흔이 아직까지 남아 있듯이 한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준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여전하다는 인사를 전한 시간이었다.

남아공 비전트립을 인솔한 국악과 정설주 교수는 “남아공 국가를 국악 반주에 맞춰 따라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한국을 위해 먼 곳까지 달려와 목숨을 걸고 싸운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기분이 들었다”며 “그들이 우리의 아픔을 도왔던 것처럼 우리도 앞으로 계속 남아공의 아픔을 치료하고 섬기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백석예술대의 남아공 비전트립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에이즈감염자 집단거주지역인 컬리쳐 지역을 방문해 50여 채의 집을 보수하고 돌아왔다. 올해도 남아공 선교를 계획하고 있던 백석예술대는 우리민족교류협회가 한국전 참전 21개국을 돌며 진행하는 정전협정 60주년 보은행사를 대신 맡아 진행했다.

우리민족교류협회 송기학 이사장은 “학생들이 직접 보은행사를 기획하고 공연을 통해 감사의 무대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 협력을 요청했다”며 “미래를 이끌어갈 한국의 젊은이들이 과거의 역사를 배우고 나라에 대한 소중함과 평화를 체험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보은행사를 위해 마련한 ‘메달’은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을 녹여 만든 것으로 지름 7㎝ 크기의 훈장 형태에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The Korean War Veterans Memorial)’와 ‘감사와 존경(Thanks and Honor)’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메달 앞면에는 태극문양과 유엔 및 참전국 국기가 새겨져 있다.

공연에 참여한 국악과 나보름 양은 “남아공에서 극과 극의 세상을 보았다. 부자와 빈자의 삶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고,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됐다”고 전하며 “특히 우리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를 지켜준 남아공 참전용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7월 30일 한국을 떠나 8월 10일까지 총 10박 12일간 남아공을 섬긴 국악팀은 워터프론트의 두 차례 공연 이외에도 백인교회와 우스타 지역 학교 강당 공연 등 총 4번의 공연으로 한국 문화를 알렸다. 공연 이후의 시간에는 지난해 나누리 재단과 함께 방문했던 컬리쳐 지역을 찾아가 탁아소 봉사활동도 벌였다.

컬리쳐 빈민촌은 에이즈환자 집단 거주지로 남아공 정부에서조차 방치한 곳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17세 미만의 청소년이고, 그나마도 버려진 고아들이 많은 지역이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찬양과 율동으로 섬기는 시간을 가졌다.

정설주 교수는 “시간 시간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느꼈다”며 “국악공연 속에도 하나님의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연팀은 경기 민요인 ‘노들강변’과 ‘도라지’ 가락에 성경 요한계시록 가사를 붙여 가야금 병창을 선보였다. 문화는 다르지만 성경은 하나였기 때문에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었다.
학교 공연을 위해 찾아간 우스타 지역은 중독자들의 거주지로 이곳 역시 아이들이 방치되고 어린 부모들의 생계가 막연한 상황이었다. 정 교수는 “남아공의 피폐한 현실이 참혹할 정도였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들을 지원하고 섬겨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나보름 양도 “공연에 참가한 국악과 학생들이 하나되는 시간이었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귀중한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열악하고 참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남아공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이 어른거린다. 그 아이들의 눈빛을 지켜주고 싶다”는 말로 이번 비전트립의 소중한 경험을 나눴다.

보은의 메달을 목에 건 남아공 한국전 참전용사와 그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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