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를 걸을 때, 큰 힘을 주었던 한 통의 전화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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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걸을 때, 큰 힘을 주었던 한 통의 전화가 생각났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4.05.1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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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반대하며 미국감리교단 탈퇴한 한명덕 목사

하와이 광야교회, 2018년부터 고난의 광야 생활
“5년 전 격려 전화 떠올리며 새 예배당 꿈꾼다”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 “진리는 결코 타협 없어”

2019년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는 멀리 하와이로 전화를 걸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현지 한인 교회 한 곳이 미국연합감리교회(UMC)의 친동성애 정책에 반대해 교단을 탈퇴한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하와이 베다니한인연합감리교회 한명덕 목사와 교인들은 2018년 9월 UMC 교단 탈퇴를 결의했다. 이후 예배당을 빼앗기고 교회 이름까지 내려놓아야 했다. 예배드릴 곳이 없어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광야교회’ 이름으로 예배를 드렸다. 

한 목사는 너무나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생면부지 양병희 목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양 목사는 예배당을 회복할 때 영안교회가 함께하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한명덕 목사는 5년의 세월이 지나 지난달 28일 한국을 방문해 영안교회 주일예배 강단에 섰다. 주일 3부 예배 강단만큼은 좀체 내어주지 않는 양병희 목사도 기꺼이 말씀 선포의 자리를 양보했다. 성경의 가르침을 지키고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난의 길을 걸어간 목회자에 대한 존중이었다. 무엇보다 성도들에게 좋은 교육과 훈련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양병희 목사는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교회가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뿐 아니라 이민교회의 신앙과 정신을 깨우는 의미이다. 교회가 예배당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 역할에 우리 교회는 동참할 것”이라며 “피가 모자란다고 물을 섞을 수 없다. 진리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는 5년 전 전화 통화를 기억하며 한명덕 목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손을 맞잡고 격려해주었다. 

교단 탈퇴 결정한 교인들
“2016년 UMC에서 레즈비언을 감독으로 세울 때 만해도 저뿐 아니라 우리 교인들도 별로 예민하지 않았어요. 동성애자들을 조금 더 품어주는 정도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분명히 교단 법을 어긴 결정이었어요. 이런 안이한 생각을 바꾸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한명덕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예수를 믿기 시작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교인이 있었다.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고는 온 힘을 다해 기도했다. 그런데 누군가 동성애 찬성하는 교회에 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고백하며 그 교인은 다른 교회로 떠났다. 교인을 떠나보낸 후 “죄책감이 들었다”고 한 목사는 고백했다. 

“동성애자를 사랑하고 개인의 선택이라고만 생각하는 건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구원과 관련된 문제라는 생각에 미치면서 교단에 더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교인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교단 탈퇴를 결정한 건 아니었다. 한 목사와 교인들은 동성애와 관련한 공부부터 시작했다. 속회 별로 토론도 진행했다. 마침내 교회가 결정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교단 탈퇴 여부를 묻는다는 소식에 UMC 관계자들이 교회에 찾아와 무전기를 들고 오갔다. 회의를 방해하려고도 시도했다. 한 목사는 교인들 보기에 참으로 민망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교인들의 최종 선택은 교단 탈퇴였다. 등록 교인 200명 중 출석 교인 140여 명이 참여해 108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하와이 광야교회 한명덕 목사는 성경의 말씀을 지키고자 광야생활을 해야 했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심을 늘 경험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2018년 9월말 ‘광야교회’ 시작
한국교회에서도 교단을 탈퇴한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UMC 교단을 탈퇴한 미국 교회의 후폭풍에는 비견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복지 혜택과 노후 보장이 상당하기 때문에 목회자부터 결단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UMC는 8년 만에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동성애 목회자 안수 금지조항을 삭제했다. UMC 소속이라면 동성애자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안수받고 목회할 수 있는 지경이 됐다. 지난 2일에는 교단의 ‘사회생활원칙’에서 “동성애가 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는 문구마저 삭제됐다. 

흥미로운 건 여전히 UMC에 소속되어 있는 한인 목회자들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이다.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총회 결정이 곧 동성애자 지지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는 말은 어불성설이었다. 한명덕 목사의 설명에서 UMC를 탈퇴하지 못하는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은 군인들을 잘 예우하잖아요. 그런데 군인들보다 UMC 목회자들의 혜택이 더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목회자 연금이 탄탄하고 충분한 의료보험 혜택, 주택이 제공되고, 휴가까지 넉넉합니다.” 

한명덕 목사는 “입술로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폐부를 찔렀다”고 회상했다. 

교단 탈퇴 결의를 한 직후부터 영향은 피부에 닿았다. 교단 제명 통지가 오고 연금과 의료보험 중단도 통보됐다. 심리적 압박은 상당했다. 교회를 갔더니 5억원이 넘게 교인들이 헌금해 마련한 예배당에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덩치가 큰 원주민 가드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거리에 나앉은 셈이었다. 

“정확히 2018년 9월 23일부터 광야교회가 시작됐습니다. 10월부터 우기여서 그것도 걱정이었죠. 그런데 야외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1년 동안 주일에는 단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비 맞을 각오였지만, 주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한명덕 목사는 지난달 28일 영안교회 강단에서 말씀을 전했다.

성경적 가치를 지킨다면
광야교회는 공원을 전전하며 예배를 드렸다. 현실은 현실이었다. 햇살은 뜨거웠고 교회 공동체가 밥 한번 먹기 쉽지 않았다. 매번 의자를 깔아야 하고, 발전기를 설치하고 스크린도 챙겨야 했다. 하와이 오하우섬 내 구글 지도에서 ‘광야교회’를 검색하면 공원마다 이름이 뜰 정도였다. 

그렇게 지내다 1년만에 예배 처소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은혜였다. 오하우섬은 예배를 드릴 공간이 마땅치 않아, 4개 교회가 2시간씩 나눠 사용하는 곳이었지만 그것마저도 감사했다. 

어찌 되었든 셋방살이는 설움이었다. 임대료를 대폭 올려줘야 하기도 했고, 내몰릴 뻔한 위기도 있었다. 꿈꾸고 기도하는 새 예배당 매입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더 요원해졌다. 정부에서 돈을 풀면서 부동산 가격과 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예배당을 마련하려고 저축은 하고 있었어요. 계산만 하고 있다가 문득 하나님의 인도하심만 보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인들에게 예배당을 매입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예배당을 매입해달라는 제안까지 들어왔습니다.”

한명덕 목사는 자신부터 헌신을 결단하고 10만불을 약정했다. 당장 돈은 없었지만 개인 명의로 불입해 두었던 연금 8만불이 있었다. 도전을 받은 교인들의 헌신도 이어졌다. 그렇게 상당한 재정을 마련할 수 있던 차에 한 목사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큰 계획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이 덜컥 들었습니다. 말씀으로 두려운 마음을 극복하고자 애쓰던 가운데 5년 전 힘이 되어주겠다고 했던 양병희 목사님이 생각나 전화를 드렸습니다. 흔쾌히 한국에 나오라고 하셔서 이번에 강단에서 말씀까지 전할 수 있었습니다.”

양병희 목사는 한 목사를 만나 용기를 북돋우며 예배당 마련에 동참할 것을 다시금 약속했다. 성경적 가치를 지키고 말씀대로 살려고 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을 돕겠다는 영안교회의 섬김을 잇는 결정이다. 

이미 양병희 목사는 2017년 미국장로교회(PCUSA)의 친동성애 정책에 반대해 교단을 탈퇴한 당시 필그림선교교회와 양춘길 목사에게 1억원을 후원한 바 있다. 

성경적 가치관을 지키려다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지만, 하와이 광야교회는 5년 전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우군을 만났다. 영안교회와 양병희 목사는 말씀을 수호하려는 동포 교회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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