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진상교인’ 아니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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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진상교인’ 아니신가요?
  • 이의용 교수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 승인 2024.05.13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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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79)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외국의 어느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명찰을 단다. 그날 기분 상태에 따라 붉은 색과 파란 색 중 하나를 골라서 단다. 파란 명찰을 단 직원들은 붉은 명찰을 단 직원을 대할 때 언행에 조심을 한다. 가정에서도 가족들이 이런 명찰을 달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래서 서로 소통하면서 ‘의미’와 함께 다양한 ‘감정’도 주고 받는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상태가 수시로 바뀐다. 그러니 서로 소통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부딪히기 쉽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을 상대로 하는 모든 일은 감정노동일 수밖에 없다. 편의점원, 음식점원, 백화점원, 택시 기사, 승차권 판매원, 은행 창구직원, 전화 상담원. 간호사, 승무원, 비서, 정치인, 의사, 그리고 목회자도. 감정 노동자들은 일 자체보다 사람들에게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 공무원들의 퇴직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 1위가 민원인들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이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오래 전 고속도로 톨 게이트에서 현금 통행료를 받던 여직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통행료를 건네는 사람들의 언행 때문에 자주 운다고 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이들도 반말, 성희롱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프랑스의 어느 카페에서는 손님의 주문 매너(언어)에 따라 커피값을 다르게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이, 커피 한 잔!” 하면 우리 돈으로 1만원,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7천원,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시겠어요?” 하면 5천원을 받는다. 손님은 왕이라고 하지만, 그를 맞이하는 직원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서비스를 제공한 이에게 늘 공손하게 감사인사를 한다. 그래야 그도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느끼며 더 친절하게 일할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진상고객’이 많은 모양이다. ’진상(進上)‘이란 말은 임금에게는 좋지 않은 걸 바치고, 관원에게는 좋은 걸 뇌물로 주는 데서 나왔다. 임금에게 바치는 좋지 않은 물건처럼 서비스 제공자를 불쾌하게 하는 고객이 진상고객이다. 카페 점원들이 꼽은 진상고객들 리스트다. “반말투로 주문한다. 여럿이 앉을 자리를 혼자 차지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한다, 밖에서 사 온 물건을 먹는다, 다른 손님이 불편해할 정도로 큰 소리로 떠들거나 통화를 한다, 노트북을 들고와 충전해가며 공부를 한다, 그 마지막에 충격적인 유형이 하나 더 등장한다. “여럿이 둘러 앉아 소리내 기도를 한다.” 카페가 예배당인가.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교인들과 식당에 가면 식사기도를 해달라고들 한다. 그럴 때마다 참 당혹스럽다. 그래서 먼저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하거나, 각자 기도하자고 한다. 얼마 전에도 어느 식당에서 대여섯 사람이 둘러앉아 음식을 놓고는 다른 손님들이 다 들리게 큰 소리로 기도를 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아멘!” 식사를 하면서도 식당을 전세라도 낸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이러다 “기독교인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이 붙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당에서만이 아니다. 병원 입원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심방 온 교인들이 다른 환자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찬송 부르고 기도하고 설교를 한다. 비신자들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무례한 사람들’이다. 입장을 바꿔 다른 종교인들이 와서 그쪽 종교의식을 진행한다면 어떻겠는가.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사랑이 무엇인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4~7)

사랑은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감정)를 살펴주는 데에서 시작된다. 내 언행이 혹시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을지 늘 조심해야 한다. 돈만 많고 매너가 형편없는 사람이 ‘졸부’이듯, 믿음만 내세우고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은 ‘진상 교인’이다. “나는 과연 친절하고 예의 바른 그리스도인인가, 아니면 진상 교인인가?” 그건 나를 만나는 이들이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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