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첫 세족식, 발을 닦아주는 손길에 '눈물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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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첫 세족식, 발을 닦아주는 손길에 '눈물범벅'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7.24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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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술대 해외선교팀 몽골 음악교육사역 진행

몽골단기선교를 다녀온 백석예술대학교 교회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이예숙 교수와 함께 사진을 보며 추억을 나누고 있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빈민지역 성근하이르항 선교
“베푼 것보다 받은 사랑이 큰 몽골음악선교 10년 째”

세숫물조차 변변히 나오지 않는 몽골의 판자촌 성근하이르항.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보니 교육의 기회 역시 거의 없다. 이 가난하고 낯선 곳에 사는 아이들을 찾아 악기 하나씩 둘러매고 나선 음악교육사역. 그 놀라운 변화와 섬김의 역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일어났다.

백석예술대학교 해외선교팀(팀장:이예숙 교수)이 올해로 10년 째 몽골 음악교육 선교를 진행하고 돌아온 것. 10년째 한 지역을 섬기는 것이 지겨울 만도 하지만 이예숙 교수는 아예 ‘몽골예찬론자’가 다 되어 있었다. 몽골사역을 통해 주는 것보다 받아오는 것이 더 많다는 선교팀의 간증은 해를 더할수록 풍성해지고 있었다.

백석예술대 해외선교팀이 이번에 선택한 지역은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성근하이르항이다. 이왕 선교에 나서는 것이라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하고 어려운 곳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객기가 아니었다. 10년 몽골을 섬기면서 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 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얼마나 절실한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6박 7일간 진행된 몽골 비전트립에는 부총장 유원열 목사를 중심으로 이예숙 교수와 김병화 교수, 강중현 교수가 인솔자로 참여했고, 교회실용음악과 학생 15명이 선교에 동참했다. 피아노와 기타, 드럼과 보컬 등 각자의 재능을 모두 쏟아 붓겠노라 다짐하고 나선 길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여행길이었지만 몽골에서의 일주일은 성령과 동행하는 뜨겁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예수님의 사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감동의 여정이었다.

올해도 역시 몽골복음주의협의회와 함께 30여 몽골교회에서 100여 명의 찬양사역자들이 교육에 참여했다.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부터 40대 주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하지만 찬양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악기 기초연주법부터 한국 교회에서 즐겨부르는 찬양까지 100여 명의 학생들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배우는데 힘썼다. 밤늦은 시간까지 기타 줄을 잡았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악보를 들고 다니며 보고 또 익혔다.

선교팀은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것을 넘어 예배와 음악의 관계, 음악과 신학, 그리고 찬양 사역자의 자세까지 모두 전달했다. 지역주민을 위한 열린음악회와 찬양집회도 열었다. 여기까지는 지난 사역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역에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 숨어 있었다. 성령이 인도하시는 대로 하겠다던 이예숙 교수가 예정에 없던 ‘세족식’을 마련한 것이다.

“백석학원의 슬로건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가르침을 내걸고 있어요. 그리고 발을 닦이는 세족식이 백석학원의 상징처럼 기억되고 있죠. 영성훈련으로써 세족식의 의미를 늘 가슴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교지의 사정으로 인해 세족식을 결단하지 못한 채 비전트립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하나님이 세족식을 이루게 인도해주셨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긴 결과였어요. 정말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한국에서 세족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물이 귀한 몽골에서 세족식을 하는 것은 많은 준비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음악과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비전트립의 목표. 이 교수는 상처 많은 몽골 빈민촌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물차를 불러서 물을 구입했고, 대야와 수건까지 시장을 돌며 일일이 마련해야 했어요. 몽골은 찬물을 ‘냉대’로 인식하기 때문에 물을 따뜻하게 데우는 과정도 필요했죠. 손이 많이 가는 이벤트였지만 세족식이 시작되자 교회는 온통 눈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세족식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었다. 섬기기 위해 비전트립에 나선 백석예술대 학생들이 몽골 아이들에겐 바로 스승이었다. 학생 한 명이 7~9명의 아이들을 맡았다. 대야에 따뜻한 물을 담아 발을 닦이고 아이들을 안고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씻기는 어린 스승도, 발을 맡긴 제자들도 모두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성령의 임재가 뜨겁게 느껴지는 ‘작은 천국’을 체험한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땐 냄새나고 더러운 발이었어요. 고름이 흐르는 학생도 있었고, 과연 우리 아이들이 저 더러운 발을 잘 닦아줄 수 있을까... 사실 걱정이 앞섰죠.”

이예숙 교수의 걱정은 세족식이 시작된 순간 모두 사라졌다. 어린 교사들은 발을 잡고 울었고, 학생들의 어깨를 감싸 안고 고맙고 미안하는 인사와 축복의 기도를 전하고 있었다.

몽골선교에 참여한 이유환 군은 “발을 닦이는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며 “고개를 들어 아이의 얼굴을 보니 몽골 제자들도 모두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눈물이 하나님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을 안고 기도하는데 오히려 그 아이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린 하나라도 주겠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아간다고 생각하니까 감사가 넘쳤죠. 갈급했던 마음이 몽골선교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어요.”

서울에서 늘 풍족하게 살았던 아이들이었다. 부족한 것이 없이 넘치도록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동네에서 물도 전기도 마음껏 쓸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4~5시간의 쪽잠을 견뎌가며 자신들의 ‘달란트’를 모두 쏟아 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몽골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런데 준 것 보다 받은 것이 많다고 간증했다. 성령의 기쁨이 가득했던 일주일은 육신의 평안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천국은 안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몽골 선교에 세 번째 동행한 김병화 교수는 “하나님이 간섭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는 하나님의 능력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처음 몽골 사역에 참여한 강중현 교수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그동안 다녔던 어떤 선교 사역보다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 강 교수는 “선교 현장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신앙 안에서 전하고 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더 많이 전하겠다는 의지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서 정말 행복한 선교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예숙 교수는 10년째 이어진 몽골사역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큰 그림에 한 조각 퍼즐을 맞춘 느낌”이라고 말했다.

“몽골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고 교회음악을 음악답게 세우겠다는 하나님의 계획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어요. 선교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제자들의 변화다. 강의실에서 예배실에서 바꿀 수 없었던 아이들이 몽골 선교를 통해 바뀌는 모습을 보게 됐다. 몽골 사역을 다녀온 아이들이 선교의 삶을 결단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의 인도와 계획에 설렘을 느낀다. 백석예술대학이 추구하는 ‘믿음의 교육’이 선교 현장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다.

이유환 군도 “몽골선교 경험을 통해 사역의 본질을 깨닫게 됐다”며 “살아오면서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음악이라는 도구로 전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교수는 제자들에게, 제자들은 몽골의 아이들에게 나누고 섬기는 선교사역. 일주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의 껍질을 벗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놀라운 경험이 복음의 불씨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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