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사랑 나눔 ‘내 주머니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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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사랑 나눔 ‘내 주머니를 열자’
  • 정재용
  • 승인 2008.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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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부 10명 중 3명 선진국 반도 못미쳐

해마다 추운 겨울이 되면 주변의 이웃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자며 울려 퍼지는 종소리. 때로는 너나 할 것 없이 주머니를 털어 작은 정성을 모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더불어 살기에는 너무 힘들다며 종소리를 외면할 때도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을까.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경험이 있는 사람은 31.6%로 10명 중 3명 정도가 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어 있던 기부문화에 소위 개미군단이라 일컫는 소액기부자들의 증가로 인해 10%대에 머물던 개인기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개인기부 비율이 75.6%로 10명 중 7명이 넘는 사람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많은 금액이 기부되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1999년 213억원으로 시작해 2005년에 2500억을 돌파했는데 이 기간 동안 기업이 기부한 돈은 20배가량 증가한 반면 개인기부는 4배 증가에 그쳤다. 이에 개인기부의 증가를 위해 다양한 기부의 기회 제공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기부 문화의 대표로 꼽히는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IMF를 겪은 1997년 13억 4천여 만원이었으나 매해 꾸준히 증가한 목표액을 달성하며 2006년에는 30억을 돌파해 30억 8천여만원이 모금됐다. 하지만 지난 해 2007년에는 목표액이던 31억원을 넘기지 못해 자선냄비 사상 최초로 폐종식이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이런 현상은 소액기부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구세군의 자선냄비의 경우 기부영수증 발급에 대한 사전 홍보가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터넷과 핸드폰, 교통카드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진행되며 기부금액에 대한 증명이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반면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그런 부분에 대한 홍보가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기부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신상정보를 봉투에 적어 넣으면 발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음식을 통한 사랑 나눔 실천인 푸드뱅크가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지 10여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푸드뱅크의 경우 2000년 기부통계가 7백만원에도 미치지 못했었지만 지난해 414억 6천만원을 넘어서며 엄청난 증가를 보였다. 현재 288개의 푸드뱅크가 매일 68만 명에게 기탁품을 전달하고 있지만 1997년 IMF이후 급증하고 있는 노숙자와 끼니를 거르고 있는 노인과 아이들의 숫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는 전체 쓰레기의 30%가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가치로는 15조원에 이르며,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가 하루에 1,600여 톤으로 80만 명의 하루 세끼 식사량이다.

또 하나의 사랑 나눔 실천인 헌혈. 헌혈은 각 혈액형별로 7일분의 보유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11월말 기준 B형만이 7.6일분의 혈액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 AB형(6.3일), A형(4.9일), O형(3.7일)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통계는 보유량 대비 1일 소요량으로 계산을 하고 있어 실제 헌혈량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혈액형이 헌혈을 가장 많이 하고 있을까? 2007년 한 조사에 따르면 B형이 가장 헌혈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형의 경우 9741명분의 혈액량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AB형의 경우에는 3453명분의 혈액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AB형은 1일 소요량이 549명분으로 가장 적어 6.3일분의 보유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O형과 A형은 각각 4965명분, 8309명분의 혈액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1일 소요량이 1358명분과 1694명분으로 3.7일, 4.9일분 보유로 안전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겨울에는 헌혈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물질적인 기부뿐만 아니라 헌혈을 통한 사랑 나눔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제2의 IMF가 이미 닥쳐왔다고 할 정도로 겨울이 오기 전부터 우리 경제는 꽁꽁 얼어있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듣고 주머니의 작은 정성을 모은다면 더 따뜻한 겨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용하원장은 “기부는 말 그대로 자발적인 것”이라며 “나눌 때 내 몫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눔에는 위안과 기쁨과 고마움이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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