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아이 현준이와 함께 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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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아이 현준이와 함께 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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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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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농촌 중학교 교목이 띄우는 학교현장 이야기



한승진 목사<황등중학교 교목 겸 교사>


학교 사역은 일반 교회 목회와 달리 그저 씨를 뿌리는 것으로 비유된다. 이는 학교사역이 교회 목회처럼 지속적으로 제자로 양육하기에는 시간과 여건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학교 목회를 하는 우리 교목에게는 그저 콩나물에 물주듯 복음을 전하다보면 언젠가는 시나브로 믿음의 씨앗이 자라나 스스로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 교회에 출석하기를 믿고 기도할 뿐이다.

이렇게 씨뿌리는 목회를 해온 것이 벌써 5년째다. 이제 교목의 역할이 무언지 학원선교가 무언지 조금은 알 것 같은데 아직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중이다. 그러나 교목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늘 새로운 감동과 보람 그리고 비전을 품게 되는 것은 학교가 주는 큰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섬기는 학교는 농촌의 작은 학교다. 전교생이 187명으로 교직원수는 21명인 농촌의 소규모 학교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전교생의 이름은 기본이고 생활환경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과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

특별히 올해는 매우 특별한 학생을 만나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필자는 이 아이와의 만남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정말 이 아이는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바로 지금 1학년 1반 종교부장 임현준이다. 이 아이를 안 것은 작년 초부터다. 지금 3학년에 재학 중인 현영이를 통해 매우 특별한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었다. 미리 각오하라는 뜻과 간곡한 부탁의 뜻을 담아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자주 메일을 통해 현준이에 대한 정보를 전해 들었기에 처음 만남이 낯설지는 않았다.

현준이는 외적인 장애는 다리를 저는 정도이지만 사회성 장애로 말을 좀 더듬고 학습능력이 부진한 아이다. 어머니 생각에 의해 특수학교보다는 형도 다니고 가까운 지역의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것이 낫겠다 싶어 입학을 시키셨다고 한다. 솔직히 학교로서는 현준이가 입학하는데 적지 않은 부담을 가져야만 했다. 학교로서는 특별한 이 아이를 위한 교육적 배려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못했고, 또한 현준이로 인해 반 수업이나 행사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것을 우려했다.

드디어 현준이가 입학했다. 현준이는 입학 첫 날부터 기대 이상의 특별한 모습으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학식 시간에 현준이는 가만히 앉아 있지를 않았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누구를 찾는지, 무언가를 찾는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주위가 산만한 아이였다. 보다 못한 선생님 한 분이 주의를 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리번거렸다.

입학 첫날 야단을 치기도 뭐한 상황에서 필자는 현준이 옆으로 가서는 주의를 주면서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엄숙한 입학식 날 교목이 신입생 아이와 잡담을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스스로 놀랐다. 지난 5년 동안 이런 나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필자는 권위적인 모습을 싫어해, 아이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편이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혹은 야외학습 시간에는 아이들과 격의 없이 수다를 떤다. 때로는 함께 하는 놀이로 몸을 부딪치면서 즐거워한다. 그러나 예배와 예식만큼은 매우 엄하게 아이들을 지도하고 감독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예배와 예식의 시간에는 나를 조금 무서워한다.

그런데 필자가 신입생 아이의 꼬임에 빠져(?) 같이 잡담을 한 것이다. 그 날 필자는 특별한 것은 없이 단지 현준이의 말에 집중했다. 현준이가 더듬거리며 말하는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칭찬과 격려로 받아주었다. 이것이 현준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 날의 만남은 현준이가 엄숙한 목사의 이미지를 벗기를 바라는 현준이의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 날 이후 현준이는 필자를 당황하게 만들곤 했다. 입학식 날 따뜻하게 반겨주고 어울려 준 것이 좋았는지 지나다 만나기만 해도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온다. 그리고는 “나-나는 한승진 목사님이 참 좋아!”하고 말하면서 꼭 껴안아준다. 그리고는 두 볼을 쓰다듬어 준다. 이건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들의 포용 장면을 연상케 한다. 내 볼을 쓰다듬어 주는 것은 꼭 귀여운 어린아이에게 하듯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많은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놀라워하면서 현준이를 야단친다.

어떤 선생님 한 분은 “감히 목사님한테 무슨 짓이냐?”고 호되게 야단을 쳤다. 그러면 “괜찮습니다. 다 저 좋다는 표현인 걸요”하며 넘기곤 한다. 누가 보면 어이없는 행동일 것이다. 나이 마흔에 가까운 목사를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아이가 귀여운 어린아이 대하듯 볼을 쓰다듬어준다. 그런데 필자는 언제나 현준이가 선사하는 최고의 멋진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지난 5년 동안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강렬하게 진심을 담아 반겨주고 사랑해준 아이는 없었다. 장래 희망이 목회자인 학생도, 품행이 단정한 학생회 종교부장도 필자를 이렇게 반겨준 적은 없었다. 그런데 현준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날 때마다 이렇게 반겨준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종교 수업 시간은 현준이에게는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뭘 해도 좋아하는 현준이의 모습에 흥이 난다. 그러다 보니 현준이 반에서 펼치는 종교 수업은 매우 특별하다.

그렇다고 현준이가 종교 수업 시간에 조용히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다. 현준이는 수업 진도나 분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생각난 것은 바로 질문하고, 행동에 옮긴다. 수업 도중 갑자기 일어서기도 하고 교실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야말로 수업을 진행하기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이네 반의 종교 수업이 특별한 것은 현준이와 나는 한 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준이 반 아이들의 양해를 구하고 현준이에게 종교부장직을 맡겼다. 현준이는 그 시간에 자신의 역할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수업 시간에 비해 잘 협조한다. 그리고 돌출 질문이나 행동이 있으면 그걸 야단치기보다는 그것을 수업의 참여로 연결하여 수업을 그 때 그 때 구성해간다. 그러다 보니 현준이는 수업에 방해꾼이 아니라 가장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모범생이다.

미리 짜여진 교육 과정이나 수업의 목표가 없는 유일한 학급이 바로 현준이네 반이다. 다행히도 종교 수업은 성적에 관계된 과목이 아니기에 아이들도 나의 그 때 그 때 다른 수업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해해주고 협력해주려 노력한다.

필자는 현준이를 보면서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 ‘그 때, 그 때 달라요’라는 말을 실감한다. 사실 필자는 현준이를 참 좋아한다. 이것을 편애로 비난한다 해도 할 말이 없지만 그러나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야 할 아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오히려 더 교육적이고 내가 믿고 있는 예수님의 교육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고 모든 종교 수업을 정해진 교육목표와 과정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현준이에게는 현준이에게 맞게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더디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현준이의 말을 들어주고, 칭찬과 격려로 현준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진실한 사랑으로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한다.

며칠 전 현준이를 복도에서 만났다. 역시 현준이 식의 애정을 표현하면서 귀여워(?)해 주었다. 그리고는 놀라운 말을 해주었다. “내가-- 내가-- 종교부장인데, 교-교회도 안 다니고 성경도 안보고 기도할 줄도 모르는 것이 싫다. 그-그래서 교회에 다니기로 했다. 한승진 목사님! 나-나 잘했지!” 이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현준이를 꼭 안아주고는 귀엽다는 표현으로 두 볼을 쓰다듬어 주고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래 현준이 최고다. 정말 잘 생각했구나! 난 네가 제일 좋다!”

필자는 현준이를 특별히 더 사랑한다. 나는 앞으로도 현준이와 함께 하는 예수님 찾기와 가르치기를 펼쳐나갈 것이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가 되는 것은 내겐 너무 소중한 매우 특별한 사랑하는 제자 현준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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