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수 목사<미국 LA 거주>
일본에서 활동하시는 박수길 목사님의 글을 흥미를 가지고 읽었다. 미국에 있는 디아스포라의 한 사람으로서 소견을 발표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됐다. 먼저 한일관계가 부드럽지 못한 현 상황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이나 한국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 다 나타내지 않았지만 박 목사님은 우리보다 더 실제적이고 깊은 관점을 가지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박수길 목사님의 글에 화답하는 의미로 이 글을 쓰게 됐다.
어느 누구라도 일본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경제 대국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국민성도 양심적이고 부지런해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나라임이 틀림없다. 몇 해 전 한국에서 사역하는 미국인 선교사와 도쿄 공항에서 우연히 같이 일본 항공기 승무원에게 문의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인 승무원에 대한 미국인 선교사의 깊은 신뢰도를 보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북미에서 거의 25년 이상을 살아오고 있지만 미국인들의 일본인에 대한 신뢰도는 대단한 것임을 증언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긴장을 통해 일본인들의 또 다른 측면을 보게 된다.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억지라든지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들의 추한 과거를 숨기려는 일본인들의 허무한 노력을 보게 된다. 자신의 추한 과거에 대해 생각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양심적인 국민이라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반성하며 정당한 평가를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지난 2~3년 간 ‘만주의 사도 바울 한경희 목사’를 쓰면서,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일제가 저지른 조선인들에 대한 횡포에 대해 여러 증언을 통해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1920년 만주에서 일어난 ‘경신참변’이 그 사건이었다. 일제군은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수천 명의 조선인 양민들을 살해했다. 두 아들을 칼로 토막을 내서 죽이는 광경을 부모와 딸이 보도록 강요했고, 그 후에 나이 많은 아버지를 맨손으로 땅을 파게 하고 그 속에 들어가게 해 산 채로 매장하여 죽이기도 했다.
이렇게 순교하신 분이 안동식 장로님이다. 필자는 경신참변에 관한 사실을 독립신문의 기록, 미국 선교사들의 서신들, 일본인의 증언, 기타 자료들을 통해서 알아 볼 기회를 가지게 됐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만주의 사도 바울 한경희 목사’(이학인 김만수 공저, 기독교연합신문사간, 2005) 219~248쪽 참조.
일본에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가 많은 경우에 양심적인 일본인들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왜곡해서라도 자국에 유익한 방향으로, 억지를 피워서라도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는 쪽으로 일본 정치가 기울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역사적인 과오를 반성하고 진실을 추구하려는 미국인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독일 사람들과 같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 아니겠는가? 서두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가장 양심적이고 근면한 일본인들이 진정한 진리를 추구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진정한 양심은 복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한국은 중국도 이웃이고 일본도 이웃이지만, 지정학적으로 일본에게는 한국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을 가장 잘 아는 나라가 또한 한국이다. 이러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부인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일본이 진정한 진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섭리다. 우리 자신을 둘러 볼 때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정말 부족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담당하려고 할 때 우리도 또한 큰 복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수길 목사님을 위시한 재일대한기독교회는 이러한 사명을 다하는 전초기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박 목사님의 사역을 돕고 위해서 기도하는 일은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모든 한인 디아스포라들의 책임임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