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는 성경이 지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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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수는 성경이 지지하는 것”
  • 공종은
  • 승인 2005.06.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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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종 교수<천안대학교 부총장>


고전 14:34-35을 중심으로


필자는 바울이 이 구절에서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말하고 있는 이유를, 당시 고린도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여성도들, 특히 가정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이 교회 안에서 일으킨 분쟁과 예배시의 무질서를 경계하고 예방하기 위함으로 보고자 한다. 바울이 여기서 여성 일반 전체보다는 남편이 있는 기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말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바울이 고린도 지역에 복음을 전할 당시 헬라-로마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예속되어 있었고, 남자들이 있는 공공 장소에서 여자들이 함부로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여자들의 활동 영역은 가정에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갈 3:28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는 남녀의 차별이 철폐되고 동등하다는 바울의 복음이 고린도 지역에 선포되었을 때, 특히 여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자들은 남녀가 동등하게 예배에 참여할 수 있고, 방언, 예언 등 성령의 은사에 참여할 수 있고, 부부생활에서도 남편과 아내의 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주어졌다는 가르침을 받았을 때(고전 7:2-6), 여성도들 중 일부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와 남녀의 동등권을 남용하여 남여의 신분과 역할의 차이, 결혼과 부부생활까지 거부하고, 심지어 가정과 교회를 혼동하여 교회 안에서까지 남자와 꼭 같이 행동하려는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특히 공중 예배시에, 일부 여성도들이 당시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통념을 깨고 자신들의 남편을 제쳐두고 다른 남자들에게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큰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 같다.

바로 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바울은 고린도교회 여성도들에게 여자들은 자기 남편들이 함께 있는 교회의 모임 중에는 다른 남자들에게 말하지 말고, 잠잠하고, 오히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으라는 특수한 교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전 11:34-35의 본문을 교회 예배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고린도교회 몇몇 기혼 여성도들에게 주는 특수한 명령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바울이 전후 문맥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교회 예배의 질서이다. 그래서 바울은 방언을 할 때도 통역하는 자가 없으면 방언을 하지 말고 잠잠하라고 말하고 있고(14:27-28), 자신에게 계시가 주어졌다 해도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계시가 주어졌으면 그는 잠잠해야 한다고 말한다(14:30).

바울이 14:34-35에서 교회에서 결혼한 여성도들이 공예배시에 잠잠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여자로서 할 수 없는 방언과 예언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를 통해서 공예배의 질서는 물론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가정의 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고린도교회 여성도들은 어떻게 교회의 예배와 가정의 질서를 어지럽혔는가? 바울이 14:35에서 “만일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찌니”라고 말하고 있는 점으로부터, 이들이 자신들의 남편을 제쳐놓고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남자 교우들)에게 질문을 제기하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바울은, 당시의 여인들이 대부분의 정보와 지식을 가정에서 자신들의 남편에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교회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는 가정에 돌아가서 자신들의 남편에게 물으라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여자들이 자기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당대의 사회적 문화적 규범에서 볼 때, 교회 여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의 남편을 제쳐두고 다른 남자들에게 질문을 제기하는 것은, 일종의 성적 유혹으로 간주될 만큼 자신은 물론 자기 남편에게도 대단히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은 율법에 호소하여 남편과 아내 사이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유지돼야 할 올바른 질서를 회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교회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추어져 선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전 11:2-15, 고전 14:34-36, 딤전 2:8-15의 본문들을 여성 안수 금지를 위한 규범적인 본문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고린도교회와 에베소교회의 여성도들 중에 복음의 자유를 남용하거나 곡해하여 남자와 여자의 구분, 남편과 아내의 질서까지 부정하여 가정과 교회를 혼란스럽게 함은 물론, 선교의 문까지 닫게 하는 위험을 가져오고 있는 자들에게 준 바울의 특별한 교훈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이들 구절들을, 예배시에 머리에 수건을 쓰라는 권면이나, 혹은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하라는 권면처럼(롬 16:16, 고전 16:20), 특수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정황에 비추어 해석하여 그 의미와 메시지를 오늘날 적용시키려하지 않고,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구절들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사실상 오늘 교회 안에서 여성이 가르치고 말하는 모든 행위들은 일체 중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여성에 관한 바울의 ‘이미’와 관련된 교훈과 ‘아직’과 관련된 교훈이 서로 상치가 될 때 오늘 우리 교회는 어떤 교훈을 우선시하여야 하는가? 주후 1세기의 헬라-로마-유대의 남존여비와 가부장적 사회구조 안에서도 초기 기독교가 여성의 문제에 관하여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미’ 앞서 나갔다고 한다면, 이미 남녀평등과 여성의 인권이 보장된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가 일반 사회보다 ‘아직’ 뒤떨어져 가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 한국교회는 여성의 성직 안수를 포함하여 교회 안에서 여성의 위치와 역할을 제한하는 모든 제도와 법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오히려 사회를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교회는 이 땅에서 인종과 신분과 성의 차별이 없는 새 창조와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진정한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평] 성경 해석 통해 반대론 허구성 지적


김경진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신약학>


최 교수의 논문은 신학적 성향에 있어 보수적 뿌리를 지닌 학자로서, 한국 교회 내에서 일부 보수적 경향의 교단들이 반대하고 있는 여성 안수의 문제를 어떠한 교의적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과연 성경 자체가 말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깊이 있는 성경 해석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한국 교회 내에서 보수적 경향을 지닌 일부 교단에서조차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고조되어 있고, 이런 맥락에서 다른 보수적 성향의 교단들 역시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된 것이어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에서의 가부장적 제도 하에서 여자들이 받았던 비인간적 처우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성경 본문의 배경으로서 매우 유익한 정보 및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헬라 사회에서 여자들이 종교적 영역에서만큼은 남자들 못지않게 개방성 및 활동성이 보장됐다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헬라 사회의 여성들 가운데 종교 행위 참여를 자신의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는 자들도 있었다는 마무리 글은 오늘날 일부 국내 교회의 상황과는 정 반대되는 표현으로써,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 안수와 관련된 신약의 본문들을 깊이 있게 주해,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선입견이나 전제에 얽매이거나, 혹은 신학적 성향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으로써 빠질 수 있는 해석의 부자연스러움이 제거됐다. 저자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이 문제와 관련해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때때로 성경 본문을 자신들의 기존의 주장에 맞추어서 견강부회(牽强附會)적으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자주 범하곤 한다.

그러므로 저자의 여성 안수 관련 본문에 대한 철저한 심층적 분석에 따른 결과로 인해 여성 안수를 비성경적 혹은 자유주의적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의 주장의 허구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은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다.




[논평] 신학적 해석 바탕, 강력하게 피력


홍인규 교수<천안대학교. 신약학>

이 논문에서 최 교수는 성경 본문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그리고 성숙한 신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해 여성 안수 문제에 대한 자신의 긍정적인 견해를 선명하고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고린도전서 14:34~36과 디모데전서 2:8~15은 그것들이 기록된 당시 특수한 상황 속에서 설명돼야 한다. 최 교수가 밝힌 바와 같이, 바울 당시 그리스-로마 세계의 여자들과 유대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여 성도들은 남자들보다 성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능력이나 수준이 뒤떨어졌다. 이런 사회적 상황을 무시하고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는 말씀과 “여자의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노니 아직 종용할지나라”(딤전 2:·12)는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시대와 장소와 문화를 초월하는 신학적인 원리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성경 해석이다.

갈라디아서 3:28에 나타난 선언,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남녀의 차별이 없다는 선언은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 안에서의 차별 철폐를 의미한다. 바울의 공동체들 안에는 이미 복음을 전파하고 가르치고 리더십을 행사한 여성 사역자들이 있었다.

신약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 문제는 종말론적 이원론의 틀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새 창조는 이미 시작됐다. 그렇지만 새 창조는 그리스도의 재림 때까지 옛 창조와 함께 공존한다. 이것은 원리적으로 여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와 동등하지만, 옛 창조 안에서 그런 원리적인 동등함이 유보되거나 제한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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