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노출된 선교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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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노출된 선교사의 삶
  • 송영락
  • 승인 2005.03.0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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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과 삶의 `압박감` 스트레스 넘어 우울증으로







국내에 있을 때는 그렇게 강하고 훌륭해 보이던 믿음의 선교사들도 물설고 말설은 낯선 선교지에서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음의 불모지에서 혼자서 힘겹게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느낌이 지속될 때 이같은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교사들은 공통적으로 혼자라고 느낄 때, 문화차이로 갈등을 겪을 때, 언어가 늘지 않을 때, 영적전쟁을 할 때, 부부가 갈등할 때, 후원교회와의 갈등을 경험할 때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남자선교사보다는 부인선교사들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보다는 독신선교사가, 선교사가 많은 선교지보다는 선교사가 적은 미전도지역의 선교사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선교사는 기독교가 인정되지 않는 창의적 접근지역에서 선교의 부름을 받고 J국으로 가게 됐다. 그러나 기족과 함께 갈 형편이 아니었다. 전도나 예배를 드러내어 할 수도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언제 가택수색을 받을지, 언제 비밀경찰에게 연행이 될지를 모르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K선교사는 집에 돌아왔을 때 말할 수 없는 허탈감, 외로움, 그리움 등에 어찌 할 수 없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리고 입맛도 없어지고 사역에 대한 의욕도 점점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J 부인선교사는 한국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인 아프리카의 R국으로 파송을 받아 가게 됐다. 도착하여 얼마 되지 않아 둘째 아이를 갖게 된 것을 알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선교헌금이 오지 않았다. 파송교회에서는 송금을 했건만 오지선교지라 기간이 몇 달이 걸렸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남편 선교사는 성공적으로 사역을 하여 지역사회에서도 기독교가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작 부인은 뭔가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게 됐다. 편두통에 몸이 자꾸 아파왔다.


모 선교단체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여 치료하기 위해 안식년선교사를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심리검사를 해 오고 있는데, 최근 모선교사에 대한 심리검사 결과, ‘배우자가 죽을 때 받았을만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진단’이 나와서 현재 치료중이다.


그렇다고 모든 선교사들이 이런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선교사들은 자신의 모든 생활, 가치방식을 뒤로 하고 현지인들의 삶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국내 거주 목회자보다 위기상황에 쉽게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


특히 다른 현지인이나 동료선교사들과의 의사소통 및 동역, 파송교회와의 관계유지, 본국 또는 현지 선교부와의 의사소통 등도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점차 사역과 삶의 압박감이 결국 스트레스를 넘어 우울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 박기홍실장은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간혹 우울증이 깊어져 사역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심한 스트레스에 처해 있는 선교사들은 영적으로 무미건조해지고, 외로움에 시달린다. 심지어는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흥미 있었던 것들이 사라지고, 3-4개월 후에는 피곤한 나머지 아무것도 하기 싫고 선교지에 온 것이 잘 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흥미상실, 집 생각, 불면, 식욕부진, 집중력의 결여로 나타나다가 우울증으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 이르면 빨리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임경심선교사(한국선교상담지원센터 전문연구원)은 “영적침체와 우울증은 분명히 구분하여 치료해야 한다”며 “발견되면 약물치료와 6개월 이상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역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선교상담지원센터, 이랜드 한세크리닉, 샘안양병원은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빠진 선교사들을 치료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선교사를 선발할 때 후보자의 적응력 및 정신적 건강상태를 예측하고 훈련시키기 위하야 여러 가지 방법을 도입해 왔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스위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폴 등이 심리검사와 상담제도를 여러 선교단체에서 적극 활용하여 멤머케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교활동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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