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앙 공간으로서의 가상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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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신앙 공간으로서의 가상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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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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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식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인터넷을 통한 가상 세계에서의 종교활동은 기존 교회와의 관계에 따라 두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현실 교회가 교육과 선교 등을 목적으로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실 교회나 교단의 연장으로서 특정 목적을 위한 도구적 역할을 수행한다.

독립된 새로운 종교 공간 등장

다른 하나는 기존 교회나 교단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새로운 종교 공간을 구성하는 ‘사이버 교회’, ‘인터넷 교회’, ‘온라인 교회’이다. 현재 가상 세계 속에서 대부분의 기독교 활동은 기존 교회의 연장으로서 종교 공간의 활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활동 영역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상 세계 속에서 기독교는 종교 공간을 세가지 영역에서 구성하고 있다. 일반 인터넷 포털 기업이 제공하는 공간, 기독교 종합 포털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공간, 개 교회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이다. 두번째 공간은 기독교 관련 벤처 기업들이 세운 기독교 종합 포털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영역이다.

호산나넷, 갓피플닷컴 등은 포털사이트를 지향하면서 웹메일, 동호회, 예배 등을 제공한다. 셋째, 기존의 대형 교회들이 기독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으로 개 교회의 목적에 맞추어 소속 교인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장용호에 의하면 기독교 공동체의 활동은 세가지 방향으로 구축된다. 첫째는 종합 포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다. 즉, 공동체 구성, 예배, 설교, 상담, 선교 등 종교적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기독교와 관련된 다양한 전자 상거래 서비스도 제공한다. 둘째, 디지털 콘텐츠를 공급하는 하나의 창구 역할을 한다.

이것은 대 교회가 디지털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공급함으로써 디지털 미디어로 선교의 창구를 확장하는 것이다. 셋째, 통합된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최종 단계는 기독교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통합적인 연관 네트워크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연관된 체계로 연결시켜 통합된 사이버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실적 종교 대안에 대한 문제 제기

이제 가상 세계에서 대안으로서의 특징을 사이버 교회의 신앙생활의 모습을 살펴보자. 두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교회를 갈 때 예배에 참석해서 완전한 종교 경험을 할 것이라고 보증할 수 없다. 그렇지만 묵상하고 싶은 생각이 나기만 한다면 바로 온라인 종교로 들어갈 수 있다. 가상 공간에서 다른 아바타와 더불어 교제를 나누고, 필요한 경전 구절을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가상 세계의 문은 이론적으로는 남성과 여성, 제1세계와 제3세계, 남과 북, 동구와 서구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카리가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사이버 교회의 여섯 가지 특징을 언급한다. 첫째, 상호작용적이며, 둘째, 비위계구조적이며 네트워크적이며, 셋째, 모던적이 아니라 객관적 진리를 거절하고 기독교 신앙이 참된 종교 중 하나로 보는 포스트모던적이며, 넷째, 구성원들은 제도적 교회의 권위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던지며, 다섯째, 분리나 소외가 아니라 협력적이며, 여섯째, 시간에 고착된 것이 아니라 비동시적으로 교회는 어느 시간이나 장소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이버 교회를 중심으로 한 가상 종교는 현실의 제도적 종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사이버 교회가 기존의 현실 교회의 대안이 될지 아니면, 기존 교회의 연장으로서 가상 제의와 교회의 선교와 교육 목적에 봉사하는 연장된 교회가 될지의 문제는 쉽사리 예단하기 힘들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가상 현실을 구현할 수 있어서, 현실감 있는 종교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완벽한 가상 제의에 참여하고 현실적 경험을 하는 환경을 구성하는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진다 해도, 사이버 교회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내용을 충실하게 구축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갖출 수 있느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사이버 교회는 이 점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어쩌면 이 측면으로 인해 가상 세계 속에서 기독교 웹사이트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교회는 숫자가 답보 상태에 있거나 일부 사이버 교회 웹사이트가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존 매체 교파, 교단 연장 선상에서 사용


이와 비슷한 역사적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종교문화의 변동을 가져온 대표적 사례가 인쇄술의 발달과 관련된 종교혁명이다. 종교혁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개신교가 등장했지만,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나 분파가 등장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텔레비전이 기존의 교단이나 교파의 연장 선상에서 활용됐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에서 사이버 교회가 종교문화를 바꾸는 혁명의 기제로 작용할지, 아니면 기존의 종교문화와 테제를 더욱 공고히 할지는 미디어 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 상황에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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