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페이스의 기독교적 의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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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페이스의 기독교적 의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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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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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국원교수/ 침신대 종교철학

포스트 휴먼적 시각은 기독교의 인간 이해를 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종교적 개념들을 완전히 새롭게 기계론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로봇 혁명의 전도사로 자청하는 모라벡은 이런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자기가 로봇에게 ‘영혼을 부여하는 작업’(process of inspiriting)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자랑하는 그에게 있어 ‘영혼’(spirit)이란 그 어떤 보이지 않는 신비한 실체가 아니라 특별한 복합적 조직 혹은 패턴일 뿐이다.


모라벡은 전통적 종교 용어들을 빌려 나름대로의 해석을 부여하는 일에 아무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가령 ‘후기 생물적’ 삶의 단계에 접어드는 인간 존재는 문자 그대로 ‘자연을 넘어선다’는 의미로 ‘초자연적’(super-natural) 양상을 가지게 되리라고 말할 때 그는 의도적으로 종교적 용어인 초자연적을 중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윤회’라는 용어를 차용해 인간 의식을 스캐너로 이식하는 방법을 기술하는 데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이런 방식으로 휴대 컴퓨터에 인간 의식을 저장해 가지고 다니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가 예견하는 것처럼 이른바 ‘인간 의식을 내려받기’(downloading a human mind)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가능해 진다면 이제 ‘생일’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그 대신 ‘부트데이’(bootday)를 기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모라벡은 ‘의사소통의 월등한 방법’으로서 여러 사람들의 의식을 스캔닝해서 합하는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나아가 만약 다른 동물들과도 이처럼 의식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생명세계가 지난 수십억 년 동안 획득해 왔던 지식을 인간이 모두 가질 수 있다고 흥분한다. 이처럼 지칠줄 모르는 상상의 결론은 미래의 인류가 ‘초문명’을 이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컴퓨터 혁명-사이버 스페이스 건설


이 초문명을 이룬다는 것이란 다름 아닌 바벨탑의 꿈이다. 인간을 온 지면에 흩어지게 하였던 바벨의 저주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인류의 일치를 성취하고자 하는 꿈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컴퓨터의 발명이 바벨 이전의 통일된 언어를 회복하기 위하여 ‘완벽한 언어’를 추구하려는 인간 의지와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마치 하늘에 이르기 위해 시날 평지에서 첫 벽돌을 놓았던 것처럼 그렇게 첫 컴퓨터가 50여 년 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 이후 컴퓨터 혁명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여 사이버 스페이스와 가상 현실이라는 놀라운 금자탑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계속 높아가고만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목표는 제한이 없는 세계, 무한한 창조 가능성의 세계, 물질적 육체의 구속을 뛰어넘고 심지어 언어까지 능가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인 듯하다. 만약 사이버 스페이스 테크놀로지가 재론 래니어가 언급했던 ‘탈기호적 커뮤니케이션’(post-symbolic communication) 상태에까지 도달한다면 ‘단어나 실세계에 대한 지칭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상상의 사물과 사건들을 공유할 수 있게’되어 ‘마술적이고 연금술적인 특성’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신에게만 가능했던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 바벨탑의 꿈은 신이 되고자 하는 꿈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 기술에 의해 강화된 인간 정신이 신의 위치와 시각(visio dei)을 가지고 진정한 전 지구적 신경체계, 디지털 의식의 초문명을 이루고자 하는 꿈이다. 과연 신 인류의 새 바벨탑은 이번에 하늘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인가?

사이버 공간-현대문화로 자리매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사이버 스페이스와 가상 현실은 이제 확실히 현대 문화로 자리잡았다. 또한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당시 문화와의 접촉과 대화를 통해 복음을 선포해 오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가 계속되는 한 사이버 스페이스의 만남은 더욱 가속화되고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에 대해서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교회에서 사이버스페이스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는 수없이 찾을 수 있다. 기독교 선교사들은 인터넷을 제일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기독교 가상주제공원’(Christian Virtual Theme Park)은 아직 세워지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미국 라스베가스 옆의 사막에서는 ‘성서 가상공원’을 세우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이 공원의 명물은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장면을 가상 현실로 재현하는 것이 되리라고 한다.

이처럼 실용적인 차원에서 사이버 스페이스는 기독교에 이미 많은 도전과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깊은 신학적 차원에서 기독교와 사이버 스페이스가 과연 어떻게 상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인간의 감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해방시키고, 육체의 질곡을 벗어버리고 전뇌공간에서의 영생을 추구하며, 신의 자리에까지 도달하려는 영지주의적 욕망이 과연 전통적 신학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 불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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