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하푸치 아멘
상태바
[은혜의 샘물] 하푸치 아멘
  • 심기섭 장로
  • 승인 2024.04.19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기섭 장로/서울시민교회, 전 서울은혜초등학교 교장
심기섭 장로/서울시민교회, 전 서울은혜초등학교 교장

24개월 된 손자는 나를 보고 ‘하푸치’라고 부른다. 태어나면서부터 돌보고 있어 아이들의 커 가는 모습이 마냥 행복 그 자체다. 딸이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엔 말문이 막혔다. 순간 아내는 할 말을 잃고 멍한 표정이었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딸이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한 탓에 속히 믿음의 후손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지만 2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어서 애태우고 있었던 우리 부부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 보았지만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에는 인공수정을 해서 얻은 아이다. 그것도 감사하게 한 번의 수정으로 아이가 들어섰다. 감사가 먼저 나와야 하는데 쌍둥이라는 말에 우리 부부는 걱정이 먼저 앞섰던 것이다.

아이들이 어린이 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요즈음에는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추어 오후 3시 30분에 집을 나서 오후 8시에 퇴근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상한 방언(?)을 하기 시작한다. 통역의 은사가 없어서 알아들을 수는 없으나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어린이 집을 나와 ‘하푸치’하면서 품에 안길 때 그저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나님은 참 신묘막측하시다. 딸이 늦은 나이에 시차를 두고 두 아이를 갖는 것이 힘든 줄 아시고 한 번에 둘을 선물로 주신 것이다. 쌍둥이를 돌보고 키우는 재미가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할 줄이야. ‘쌍둥이가 아니었으면 어찌할 뻔했지’ 하는 마음이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 부부는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쌍둥이라고 하나님께 불평을 했으니 말이다.

요즈음은 저녁식사를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서 한다. 아이들의 식사를 먼저 챙겨주고 식사를 하려고 숟가락을 드는데 둘째 녀석이 갑자기 “하푸치, 아멘. 하푸치, 아멘”하고 소리 지른다. 순간 내가 식사기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할아버지, 식사 기도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고 대답을 한다. 식사 때마다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셔서 은혜로우신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라는 노래를 부른 후 감사기도를 드린 결과이다.

둘째 녀석이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로 손가락으로 책장을 가리키며 “하푸치, 하채, 하푸치, 하채”라고 말한다. “아, 하나님 책”이라고 내가 대답을 하자 “응”이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나님 책’이란 어린이 그림 성경책을 말한다. 성경 이야기 중에서 솔로몬의 재판이야기를 제일 재미있어 한다. 솔로몬이 아이를 둘로 나누는 이야기장면에서는 무섭다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모세 이야기를 들려 줄 때면 “모세”하고 다윗 이야기를 들려 줄 때면 “다윗”하며 서툰 말로 외친다. 책장에 있는 많은 책 중에서 “하채”하면서 어린이 성경책을 골라 내 무릎에 앉으며 읽어 달라고 하는 손자를 보며 어릴 때부터 신앙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성인 기준으로 주일 1,000여 명의 성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300명 이상 모여서 예배를 드리던 초등부 주일학교가 지금은 70여 명 정도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가 부지기수라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 교회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주일학교가 없어진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도 없다. 교회의 미래가 없다면 조국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하푸치. 아멘’이라고 외치는 24개월 된 손자의 음성을 들으며 한국 교회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는 구원받은 백성들의 가정 속 철저한 신앙교육에 달려 있다는 것을 조심스레 예단해 본다. 그것도 어릴 적부터 신앙으로 기른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처럼, 어머니 유니게와 외할머니 로이스로부터 어릴 적부터 신앙교육을 받고 자라난 디모데처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