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튀르키예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도시 외곽의 어느 작은 상점에 들어갔는데 관광객들을 상대로 파는 물건들 중에 돌로 만든 조각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은 꽃병같은 모습이었는데 모양이나 색상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바로 구입을 했는데 얼마나 흐믓했는지 모릅니다. 버스를 타자마자 일행들에게 자랑을 하니 가이드도 싼값에 산 거라며 거들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는 순간 “잠깐만요!”하고 출발을 못하게 했습니다. 이 조각품의 한 가운데에 금이 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이건 금이 간 것이 아니라 완전히 두 동강이 난 것을 본드로 붙여 놓은 것이었습니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곧 상점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장사하면 되겠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이 사람, 미안한 표정도 없이 비슷한 물건을 보여주면서 가지고 가랍니다. 마치 전에 것은 본드로 붙인 것이니 싸게 준거 아니냐는 의미 같았습니다.
결국 원래 산 물건은 그대로 구입한 것으로 치고 주인이 선심 쓴 그 작은 물건을 하나 더 가지고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물건을 볼 때마다 그 때 그 상점 주인의 뻔뻔한 표정이 떠올라 웃음이 나옵니다. 두 동강 난 것을 본드로 붙여서 멀쩡한 상품이라고 속여 팔던 그 표정 말입니다.
고대의 최대 산업은 도자기 산업이었습니다. 값이 싼 도자기는 두껍고 단순한 반면에 좋은 도자기들은 비교적 얇고 선명한 색깔을 내는 아름다운 것들이었습니다. 좋은 도자기들, 다시 말해 얇은 도자기들은 불에 굽는 과정에서 쉽게 금이 갔고, 작업 도중에도 잘 금이 가고 깨어졌습니다. 그래서 정직하지 않은 도자기 제조자들은 금이 가서 갈라진 틈을 기술적으로 메꾸고 그 위에 물감이나 유약을 발라 금이 간 것을 감추곤 하였습니다. 이것을 ‘밀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속임수는 햇빛에 비출 때에 금방 탄로 났습니다.
빌립보서 1장 10절에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또 진실하여 허물 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고”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 ‘진실’이란 말은 ‘밀칠하지 않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햇빛에 시험해본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진실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속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겉만 멀쩡하고 속은 깨어져 있는 우리의 밀칠된 선행과 봉사, 여러 가지 직분도 하나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인생을 밝은 천국에서 들여다 보실 때 금이 가 있거나 두 동강이 난 모습이라면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그때 우리는 주님 앞에서 그 상점 주인과 같은 표정을 짓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진짜 그리스도인 것처럼 직분도 받고 열심히 사역했어도 주님은 한 순간이라도 저처럼 속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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