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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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축구
  •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 승인 2024.04.09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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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90)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4월의 시]

                              이해인

꽃 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4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어~~! 했는데 벌써 꽃들 천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교회 봉사부서 중 ‘조경부’가 있는데요. 4월이 되자 본격적으로 교회 곳곳에 꽃들과 나무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꽃들과 새로 사다 심은 꽃들이 교회를 더 예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교회는 예뻐지지만, 이맘때 쯤부터 새로운 고민도 생깁니다. 금요일 저녁 기도회에 아빠 엄마를 따라 일찍 나온 꼬마들, 토요일 학생부, 주일 오후 교회마당에서 노는 친구들이 축구를 할 때가 있거든요. 이걸 따라다니면서 말릴 수도 없고, 그렇게 재미지게 노는 아이들을 제한하기도 어렵구요.

한 주간 정성을 다해 키운 꽃들과 화분들 새로 막 얼굴을 내민 새싹들이 꺾어지고 깨지기도 하는 본격적인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언젠가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꽃과 화분이 엉망이 되기도 했구요.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나와 관리하는 조경부로선 맥도 빠지고, 그 아이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기도 어려울 테고, 부모들에게 “좀~ 말려주시지~” 하는 마음도 들 테지요. 저에게 광고 시간에 한번 “그렇게 하지 말라”고 부탁해 달라는 마음이 왜 들지 않겠습니까?

저와 우리 장로님들은 그런 걸 알면서도 교회 마당에서 뛰놀고 있는 녀석들에게 “그만하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며칠 전 조경부가 열심히 화단을 다듬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가 조용히 가서 말했습니다. 혹 아이들이 꽃과 나무, 화분들을 다치게 해도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구요.

물론 조심은 시키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의 교회가 되게 하자구요. 그리고 부러진 꽃과 깨진 화분은 제가 모두 보상한다구요.

“어차피 꽃들도 새로운 것 심고 싶지 않아요?” 하면서도 이렇게 우리 교회는 꽃과 축구가 어우러지는 그런 교회가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꽃들과 환하게 웃으며 축구하는 아이들이 함께 하는 공간의 교회, 꽃 때문에 아이들을 제한하고 조용히 하게 만드는 건 우리 모습이 아닌 듯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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