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모두 역사적 사실일까?…교회와 성서학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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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모두 역사적 사실일까?…교회와 성서학을 잇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4.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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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성서학』 / 새물결플러스 / 안용성 목사(그루터기교회)

복음서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일까. 대다수 크리스천이 “성서는 역사에 근거한 사실”이라고 답하겠지만, 성경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르게 기록했거나 앞뒤의 맥락이 맞지 않는 내용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누군가 반론을 제시한다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크리스천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 앞에 『교회를 위한 성서학:복음서는 역사적 사실인가?』(새물결플러스)’의 저자 안용성 목사(그루터기교회)는 신앙과 성서학 사이의 해석학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에 나선다.

『교회를 위한 성서학:복음서는 역사적 사실인가?』(새물결플러스)’의 저자 안용성 목사(그루터기교회)의 책 간담회가 지난 8일 새물결플러스에서 열렸다.

20세기 이후 서구 성서학에서는 성서의 사실성에 대한 회의적 태도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성서를 탈역사화, 비신화화하려는 작업이 가속화됐다. 반대로 이는 성서학의 치밀하고 탁월한 연구결과들이 한국교회에 소개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안 목사는 “교회는 성경은 일점일획 오류가 없으며, 모든 문자를 그대로 신뢰해야 한다고 보지만, 맥락이 맞지 않고 역사라고 믿기엔 조금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해주지 못했다”며, 책을 저술한 배경을 밝혔다.

반면 성서학은 성경의 역사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로 ‘신앙과 사실을 분리해 보아야 한다’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이 책은 두 관점 사이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교회와 성서학 사이의 다리를 놓아준다. 책의 본문은 사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 간에 나타나는 사실적 차이에 직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 초기에 ‘성전 정화 사건’(요2:13~16)이 일어났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나머지 공관복음에서는 공생애의 후반부에 이를 배치하고 있다. 단순히 두 번 일어난 사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성경이 쓰인 당시 상황과 배경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성경 해석에 도움이 된다.

『교회를 위한 성서학』은 성경이 쓰일 당시 구술문화와 오늘날 문자문화의 차이를 살펴보고, 복음서의 구술성이 예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를 위해 고대 그리스-로마 전기에 관한 최근의 분석들(2장)과 복음서 장르에 관한 논의들(3장), 구술성(orality)에 관한 새로운 연구들(4~5장)을 활용했다.

학계에서 성경을 주후 60~7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주후 30년) 이후 40년의 간극이 있는 셈이다. 문서기록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 상황 속에 복음서는 40년에 걸쳐 목격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달됐을 것이다.

안 교수는 “당시 예수의 목격자가 살아있던 상황이므로 복음서의 구술성이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완벽한 문자적 일치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러한 틀 안에서 쓰인 복음서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당시에는 역사의 본질만 훼손시키지 않는다면 디테일 정도의 각색은 역사가가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 구술문화가 지배적인 시대에서 단순히 실증주의적 기조로 성경을 해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다.

저자는 사복음서 사이에 존재하는 사실적 차이를 인정함과 동시에 성서의 사실성을 긍정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다. 교회로는 신학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서학이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성경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 같아 망설였던 이들, 성경에서 사실성이 의심되는 내용을 발견했지만 속 시원한 설명을 얻지 못해 헤매는 평신도들, 신학교에서 비평적 성서학을 배운 후 성서의 역사설과 사실성을 문제로 고민하는 신학생들 모두에게 실질적인 답을 주는 책이다.

안 목사는 “단순히 실증주의적 기준에서 성경을 사실이나 역사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관점”이라며, “이 책이 교회의 신학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성서학이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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