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대회 섬긴 한국교회, 어떻게 대한민국 국격 높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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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대회 섬긴 한국교회, 어떻게 대한민국 국격 높였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8.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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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한국교회가 사랑과 저력 보여줘”
숙식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최상의 경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12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전 세계에서 참석한 각국 잼버리 대원들을 힘껏 섬긴 한국교회 활약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태풍 ‘카눈’을 피해 3만 6천여명에 달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긴급하게 철수하면서 마땅한 숙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자,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솔선수범하여 잼버리 대원들의 숙소를 마련하고 4박 5일의 일정을 정성껏 섬긴 교회들의 노력에 세계 잼버리 대원들이 환호하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교회가 수용한 인원은 무려 1만명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잼버리를 무난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해줬다”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종교계와 기업, 대학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13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총연합 광복절 78주년 기념예배에도 축사를 보내며 한국교회에 감사를 표했다. 

대통령 메시지를 대독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한국교회가 하나되어 잼버리 대회에 참석한 1만여명 참가자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지원해주었다. 한국인의 사랑과 저력을 보여주신 한국교회에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하라는 당부를 받았다”면서 백석대학교,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새에덴교회, 당진동일교회, 진주순복음초대교회, 주평강교회 등 교회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지원 내역을 소개했다. 

조직위원회의 준비 부족과 예상치 못한 날씨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했던 잼버리대회는 교회와 기업, 대학 그리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성공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백석대학교에 체류한 스웨덴 대사관을 비롯해 각국 대사관들은 “세계 청소년들이 기억에 남을만한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부안 새만금 야영장에서 철수한 잼버리 대원들은 한국교회의 환대 속에 남은 4박5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처럼 “국격을 높인”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백석대학교 생활관에 입소한 잼버리 대원들은 극진한 환대 속에서 태권도 체험을 비롯해 K컬쳐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은 10일 저녁 백석대 공연을 즐기는 대원들.

백석대학교, 전공 활용해 K-문화 선물
기독교 대학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있는 천안 백석대학교(총장:장종현)는 스웨덴, 마다가스카르, 벨기에, 니카라과, 세네갈, 카메론 등에서 온 1천6백명에게 호텔식 숙소 ‘백석생활관’의 문을 활짝 열었다.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대사(Daniel WOLVÉN)는 직접 백석대를 방문해 1천4백명에 달하는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격려하고, 장종현 총장을 예방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백석대는 학교 내 전공 교육과정과 시설을 활용해 항공서비스 체험, 심폐소생술 교육, 네일아트, 태권도 체험 등을 제공했다. 백석대 학생들은 K-POP 공연, 태권도 시범공연 등을 선보였으며, 잼버리 대원들은 직접 태권도 도복을 입고 동작을 배우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잼버리 대원들이 백석대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기업의 뜻깊은 후원이 답지했다. 충남·천안지역 기업들은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 빵, 두유, 수박, 호두과자, 손톱깎이 등 정감 있는 생산 물품과 간식을 들고 찾아왔다. 지역의 한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해 진료를 하기도 했다.

특별히 통역에는 제3세계 국가에서 온 백석대 글로벌 크리스천 리더(GCL) 학생들이 섬겨 의미를 더했다. 백석대 교직원과 학생 자원봉사자들은 국가를 들고 나가 학교를 떠나는 대원들에게 “사랑합니다”고 외치며 배웅하기도 했다. 잼버리 대원들도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스웨덴 스카우트 에릭 사일렌 대표단장은 “잼버리는 우정, 친구를 만드는 것이 중점인 활동이다. 우리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를 사귀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백석대 장종현 총장은 “타국에서 온 손님들을 극진히 섬긴 것은 ‘이웃과 함께하는 대학’이라는 우리 학교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5일 동안 잼버리 대원들의 밝은 미소를 보면서 우리 대학의 식구들도 함께 행복했다”고 이야기했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10일 약 4천여명 잼버리 대원들이 참여하는 ‘스카우트 문화의 날’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랑의교회, ‘스카우트 문화의 날’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오정현 목사)는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며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을 지원했다. 사랑의교회는 채플실을 숙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1천여명 잼버리 대원을 맞이했다. 

특별히 사랑의교회는 지난 10일 약 4천여명 잼버리 대원들이 참여하는 ‘스카우트 문화의 날’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잼버리에 참여한 영국 대표단과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각국 대원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사랑의교회를 방문했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사랑의교회로 진입하는 개찰구에서 시민들이 박수로 맞는 훈훈한 장면도 만들어졌다. 

‘스카우트 문화의 날’은 영국 대표단이 전체 진행을 담당하고, 사랑의교회는 5백여명 성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안전과 편의를 위한 제반사항을 섬기는 데 주력했다. 교회는 환자 발생에 대비해 의료진을 배치하자, 영국 스카우트 관계자는 ‘원더풀’을 외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의 부채춤 공연, 상모돌리기 공연, 제이스틱의 나타 공연, 크리스천 코리안 필하모닉의 라라랜드 연주 등을 선보였으며, 이를 관람한 대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영국 스카우트 단장 리즈 워커는 “우리 모두는 기쁨의 선물을 받았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배려해주고 흔쾌히 공간을 개방해준 교회에 감사한다”며 인사했다.

오정현 목사는 “섬김과 봉사를 실천하면서 감사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한국 문화와 한국인을 만나면서 대한민국의 정과 한국교회의 사랑을 선물로 간직하고 기억해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제공한 경기도 파주 영산청소년수련원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는 360명의 프랑스 대원과 220명의 스페인 대원, 1600명의 한국 대원들이 입소할 수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따뜻한 한국 느끼도록”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경기도 파주 영산청소년수련원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제공하고 곧장 시설 정비에 들어갔다. 

원래 연인원 1만명이 참석하는 제47회 전국 초교파 여성금식 기도대성회가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날에 행사장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옮겼다. 두 장소에는 360명의 프랑스 대원과 220명의 스페인 대원, 1600명의 한국 대원들이 입소할 수 있었다. 

청소년수련원의 경우 기존 1인당 식사 예산이 8천원이지만, 잼버리 대원을 위해 예산을 2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비빔밥과 보쌈과 같은 한국 음식뿐 아니라 서양식 아침식사, 채식하는 이들을 위해 비건(vegan)’ 음식까지 따로 준비할 정도로 각별하게 신경 썼다. 

프랑스와 스페인 대원들은 챌린지 하이코스, 오두산 통일전망대 등 수련원에서 제공하는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전 세계에서 한국을 찾은 대원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 ‘한국은 참 따뜻한 나라다’, ‘어려움을 한마음으로 잘 극복할 줄 알고, 사랑이 넘치는 친절한 나라다’라는 인상을 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잼버리 대원들은 새에덴교회보다 더 나은 숙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10명 중 9명은 새에덴교회에 남겠다고 결정했다. 

새에덴교회, 10명 중 9명 “교회가 더 좋아”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담임:소강석 목사)는 교회에서 전교인 수련회 중이지만, 조직위 요청에 응답하며 480명 대원들을 맞았다.

비전홀과 교육관 전체를 숙소로 제공하고 교회 내 일부 화장실을 샤워실로 신속히 구조를 변경했다. 현직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메디컬 처치팀을 배치해 의료지원도 실시했다. 7층 식당에서는 아이스크림과 생수, 간식을 무상으로 수시 제공했고, 해외 대원들이 용인 소재 워터파크에서 즐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새에덴교회에 입소한 잼버리 대원들은 숙박시설이 아닌 강당 바닥에서 자야 했다. 일부 언론에서 열악한 시설에 수용했다는 비판적 기사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직위는 이후 다른 지역에 더 좋은 2인 1실 시설을 배정하겠다고 나섰지만, 잼버리 대원들은 오히려 교회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명 대원은 교회에 남겠다고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다. 오히려 대원들은 넓은 공간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길 선호했다.

소강석 목사는 “교회는 인간애와 인류애를 실천하는 곳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했다. 수련회 중인데도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해준 우리 교회 성도들이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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