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산책] 헬라 철학자들, 성경 내용 그대로 믿지 않고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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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산책] 헬라 철학자들, 성경 내용 그대로 믿지 않고 의문 제기
  • 이상규 교수(백석대·역사신학)
  • 승인 2023.07.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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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63) - 헬라로마사회에서의 기독교 비판(19)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포르피리우스는 건강이 좋지 못해 플로티누스의 권고로 시실리에서 5년간 체류했다는 점을 앞에서 지적했다. 이 기간에 쓴 작품이 <기독교를 반대함>이라는 책인데, 처음에는 그리스어로 썼다. 이 책이 유명해진 것은 데오도시우스 2세(Theodosius II, 401~450)가 포르피리우스의 모든 작품을 소각할 것을 435년에, 그리고 448년에 다시 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448년 완전히 불태워졌고, 에우세비우스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용을 통해 그 일부만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소각되기 이전인 431년에 회집된 에베소회의에서 금서로 지정된 것을 보면 이 책이 기록된 이후 10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교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변증했던 변증가들이나 교회 지도적 인사 30여명, 곧 메도디우스(Methodius), 에우세비우스(Eusebius), 아폴로나리스(Apollinaris), 제롬(Jerome),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등이 포르피리우스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면 그의 영향력이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와 그리스도인들을 비판한 포르피리우스의 <기독교를 반대함>이라는 책은 어떤 책이며, 어떻게 기독교를 비판했을까? 그는 다신교 옹호자로서 유일신관을 가르치는 기독교에 대해 적대적이었는데, 그의 기독교 비판은 헬라 철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원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분명하게 알 수는 없으나 제롬(347~420)에 의하면 포르피리우스는 구약 다니엘서의 초기 저작설을 부인하고 후대에 기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다니엘서가 기원전(BC) 2세기의 사건들을 매우 정확하게 예언했다는 이유에서 후대의 저작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런 주장과 함께 다니엘은 선지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신약의 복음서들은 일관성이 없고 서로 모순된다고 보아 그 진정성을 비판하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프로피리우스는 초기의 성경비평가였다고 할 수 있다. 또 그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예수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신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다시 정리하면, 신플라톤주의자 포르피리우스는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천지창조, 인간의 타락,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구속, 심판 등 기독교의 중심 가르침을 배격했다. 우선, 그는 ‘하나님이 어떻게 해와 달을 창조하시기 전에 빛을 창조하실 수 있었는지, 그리스도가 어떻게 제자들에게 더이상 자기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동시에 그들과 항상 함께 있겠다고 말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신약과 구약이 서로 충돌하고, 사도들이 서로 분쟁했으며, 제자들의 사상이 일치되지 못했다는 점을 말하면서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고 그 가르침이 불완전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예수님이 거짓말을 했고, 제자들의 본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 사후에 그 교훈을 곡해하여 사족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초기 교부들은 포르피리우스를 가장 심각한 신앙의 적대자이자 화해하기 어려운 인물로 간주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5세기 교회사가인 소크라테스(Socrates of Constantinople)는 포르피리우스가 한때 기독교 신자였다고 주장했다. 비록 기독교회에 관계하고 있었으나 참된 신자는 아니었다고 보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포르피리우스야말로 철학자 중에 가장 학식이 깊었으나 기독교 대해 가장 적대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기독교를 비판하는 이들이 주로 헬라 철학적 기초와 논리, 곧 합리주의에서 기독교를 비판했고, 기독교의 초연적인 혹은 초월적인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다.      

백석대·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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