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낳은 부모로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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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낳은 부모로 걸어가기
  • 신지영 교수(백석대, 대한심리상담센터장)
  • 승인 2023.07.26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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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교수의 '하나님과 동행하는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17)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두 성인 남녀가 부부가 되어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사람이 결혼하면, 그 가족의 어른들은 이 신혼부부에게 아기를 낳기를 기대한다. 과거에야 신혼부부에게 자녀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를 가질 거면 빨리 가져라는 식의 말도 하면서 자식을 낳기를 기대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많이 있었다. 그러면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과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의 신혼부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을 생각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부들에게 자녀를 낳으라고 하면 자칫 강요하는 격이 되어 서로 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자녀를 낳는 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앗아가는 것이 되고, 자신들이 누려야 할 것을 못 누리게 되고, 속박되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면, 어떻게 자녀를 낳을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신혼을 시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적응하고 더욱 친밀해지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서로가 깊이 사랑하고 기뻐하게 되면, 그들 두 사람에게는 창조적인 새로운 것이 발생하는데, 그 두 사람을 닮은 자녀를 낳게 되는 것이다. 신혼인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경험하면서, 상대방을 사랑하면서, 또 상대방으로부터 사랑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자녀를 낳아 키우게 되면서 그 두 사람은 사랑의 형태가 달라지게 된다. 부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진 사람, 자신이 끌리는 것을 가진 사람, 무엇인가 자신의 감정에 맞는 사람,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게 되고 그와 부부로 지내며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부모가 만나게 되는 자식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부부를 닮아있는 그 생명체가 신비스럽고 귀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감이 넘쳐흐르게 되며, 자녀를 위해 자신을 다 내어주어도 될 것 같은 마음을 갖게 되고, 긴 시간을 자식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함께 한다. 그 동안 자녀로 인해 경험하는 부모의 세계는 그 이전의 삶과 다른 커다란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깊은 친밀감, 사랑, 기쁨, 희망, 슬픔, 인내, 평화, 신비스러움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삶을 살았을 때와는 다른,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수용의 시간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녀를 양육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게 되며, 자신의 부모를 이해하게 되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계기도 된다.

신혼부부의 삶에서 자녀를 낳아 부모가 되는 삶으로 그 위치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누구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변화를 하는 것에는 고통이 있게 된다. 나비의 경우를 보면, 번데기의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견뎌내고 나서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다. 그동안 자녀로 살아왔던 사람이 부부의 삶에 들어가게 되고, 또 새로운 포지션인 아버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언가 알아서 자연스럽게 그 자리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적절한 때에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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