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키우스 펠릭스는 3세기 라틴어로 변증서를 썼던 인물로서 로마의 법률가 출신으로 230년 경 활동했는데, 그의 변증서 <옥타비우스 Octavius>는 동시대 인물인 테르툴리아누스의 <변증서 Apoligeticum>와 유사한 점이 많아 두 책 중 어느 것이 먼저 기록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나 후에 기록된 책이 앞서 기록한 책에 크게 의존했음이 분명하다. 비록 테루툴리아누스가 라틴 신학의 초석이라고 불리지만 미누키우스 펠릭스가 보다 초기의 라틴 신학의 성격을 보여준다.
미니키우스 펠릭스는 출생과 가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없다. 단지 그가 테르툴리아누스(150/ 160~222/223)와 비슷한 시기에 북아프리카에서 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교(異敎) 가정에서 출생한 펠릭스도 그 시대의 관례에 따라 라틴문학과 수사학을 배웠고, 또 법학을 공부했다. 수사학이란 사실상 변사 혹은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교과였으므로 수사학을 공부하고 법학을 공부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공부를 마친 펠릭스는 로마로 가 그곳에 정착하였고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신앙을 지키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기독교 신자들을 대하면서 감동을 받고 기독교로 개종하였고, 또 신앙의 이유 때문에 재판을 받는 그리스도인들의 확신에 찬 모습을 접하면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회심의 과정에서 친구 야누리아스 옥타비우스(Januarius Octavius)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옥타비우스 역시 수사학과 법률을 공부하고 법률가가 되었지만 펠릭스와 마찬가지로 박해 중에서도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박해를 견디는 그리스도인들을 보고 감동을 받고 펠릭스 보다 먼저 기독교 신자가 되었는데, 후에 펠릭스에게도 영향을 준 것이다. 옥타비우스는 짧은 기간 로마에서 활동했으나 얼마 후 북아프리카로 돌아갔다. 어떻든 기독교 신자가 된 펠릭스는 자신이 공부한 라틴 고전문화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기독교 신앙을 변호하는데 봉사하였다. “로마교회는 과거에는 그리스어만 가지고 세상을 향해 말했지만, 펠릭스를 시작으로 로마 교회에 라틴어 저자들이 배출되기 시작하였다”라고 필립 샤프는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펠릭스는 서방의 초기 어쩌면 테르툴리아누스 보다 앞서 문필활동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북아프리카에 있는 옥타비우스가 친구인 펠릭스를 만나기 위해 로마로 왔는데, 이때 이 두 사람은 또 다른 친구인 나탈리스 캐킬리우스(Natalis Caecilius)와 함께 로마의 외항(外港) 오스티아(Ostia)라는 항구 도시로 놀러 가게 되었다. ‘오스티아’라는 지명은 하구(河口)를 뜻하는 라틴어 오스(Os)에서 파생했는데, 이곳은 로마로부터 서남쪽으로 25Km 정도 떨어져 있는 티베르(Tiber)강 하구의 도시였다. 이곳에서 세 친구는 휴가를 보내며 교류하였고, 기독교 신앙에 대해 대화하며 토론하였다. 이때 펠릭스와 옥타비우스는 기독교 신자였으나 캐킬리우스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신앙을 가진 두 친구는 불신자인 캐킬리우스에게 기독교 신앙을 소개하며 기독교를 받아들이도록 권면하였다. 또 기독교의 진리성을 논증하고 변증하고자 했다. 여러 대화와 권면을 받은 캐킬리우스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임으로서 펠릭스의 친구들은 다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옥타비우스는 세상을 떠났고, 미니키우스 펠릭스는 이 때를 회상하며 한 권의 책을 쓰게 되었다. 그것이 펠리스의 유명한 변증서인 <옥타비우스 Octavius>라는 책인데, 자신의 친구이름을 책 제목으로 정한 것이다. 바로 이 변증서에서 미니키우스 펠릭스는 마쿠스 코넬리우스 프론토을 반박하면서 그의 글을 인용하고 있어 프론토의 기독교 비판이 어떠했는가를 알게 된 것이다.
백석대·역사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