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죽음의 문턱 넘은 허민영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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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죽음의 문턱 넘은 허민영목사
  • 승인 200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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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사자굴에서 살려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 사무총장 허민영목사(우측 사진)를 포함한 9명이 지난 4월 5일 이라크 모술지역에서 선교대회를 갖기 위해 한국을 출발, 이라크를 향했다. 요르단 암만을 거쳐 이라크를 향하던 중 먼저 출발한 한 명과 도망한 한 명을 제외한 7명이 무장세력에 의해 다섯차례나 잡혔다가 풀려나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허민영목사는 이라크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10일간의 일정을 메모하면서 죽음의 공포 10일간의 증언을 ‘어떻게 이라크 피랍에서 살아왔는가?’(총신출판사)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해 한국교회에 알리고 있다. 허 목사는 자신들의 행동이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일임을 강조하면서 한국교회가 냉담하게 반응했던 부분과 3만달러를 지급하고 풀려났다는 일부의 보도에 대해 분명한 오보였음을 문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우리들이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죽을뻔 했던 곳 유브라데스강은 바로 2600년전 다니엘이 세친구들과 함께 사자굴 속에서 살아난 곳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 순간은 오직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칭찬 보다는 어떤 책망을 받을까 하는 걱정에 회개하기에 바빱습니다. 그러나 살아계신 하나님께서는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않게 우리 일행들을 지켜주셨습니다.”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 이름으로 이라크 니느웨 모술지역에서 선교대회를 열기 위해 이라크를 방문한 일행들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위험속에서 미리 유서를 써놓고 강행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결국 세계 많은 언론들로부터 한국의 선교열정을 나타내는 수확을 거둔 것이다. 유서까지 써놓고 요르단 암만에 도착한 일행은 현지 선교사로부터 지금 이라크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는 말에 난감했다. ‘한국에 이라크 선교대회를 알리는 광고까지 해놓고 몇 달 전부터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대로 돌아간다면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순교까지 자청하고 이곳에 왔는데 시도도 못해 보고 몇 마디 말에 주저앉아 포기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대사관측의 말대로 한국으로 그냥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죽더라도 총탄이 쏟아지는 이라크로 갈 것인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기로 했다. 일행 중 성격이 급한 김종성목사가 차를 빌려 먼저 입국을 시도하고 나머지는 김 목사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하기로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김 목사의 이렇다할 신변의 소식을 듣지 못한 일행들은 다음날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출발했다. 4시간 정도를 빠르게 달려 국경 근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바그다드를 1시간 30분 정도 남겨두고 이라크 팔루자 무장세력에 의해 첫번째 잡혔다. 중간에 현지인이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하면서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연신 해 보이고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무장괴한들은 총을 가슴에 겨누면서 모두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여권을 빼았겼으며 그들은 끔찍하리만큼 난폭했다.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침착해야 된다고 다짐했다. “하나님! 용기를 주세요” 간절히 기도했다.

일행들의 눈을 천으로 가리는 순간 이제는 죽는구나! 이 시간 인간으로서는 누구도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직 내가 이제까지 믿어왔던 하나님만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그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이 지금까지라면 불평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받아들이자. 내가 진실로 하나님의 종이라면 죽더라도 절대로 비굴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 때 몇몇 무장한 사람들과 함께 BBC의 기자라는 사람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는 우리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총을 들고 함께 들어온 사람들은 손으로 우리의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면서 모두 죽일 것이라고 했다. 영어통역을 맡은 홍광천목사가 사전에 약속한 신분을 ‘평화봉사단’이라고 하지 않고 갑작스레 ‘의사’라고 함으로써 순간 다 죽는줄로만 알았다. 수많은 부상자들을 치료해 보라고 할 것이 틀림없을 터였기 때문이다. 순간, 단장을 맡은 허 목사는 “내가 의사다. 동양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다”라며 상대방의 대장을 설득했다. 미국과의 연관성을 계속 묻는 그들에게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평화봉사단은 오히려 도움이 안될 것 같아 홍목사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대장은 자신을 치료해 보라며 누웠으며, 허 목사는 고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오래전 배운 대체의학을 통해 목과 허리를 치료해 주었다. 발을 고정시킨 후 혈맥을 풀어주고 목을 교정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마사지한 후 아프다는 무릎에 중점적으로 기를 넣고 일일이 혈도를 뚫어주면서 시술을 했다. 치료를 받고난 대장은 무릎이 치료됐다고 좋아하면서 “당신은 진짜 의사”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함께 있던 사람들도 치료해 달라고 했다. 날마다 무거운 총을 들고 다니는 그들이 목, 허리, 어깨, 발들이 좋을 리 없었다. 불쌍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그들을 보살펴 주었다. 그 후 그들은 우리와 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극진한 손님 대접을 해 준 것이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까지 경호까지 해 주는 정성을 보였다.

그러나 지역마다 지키는 세력이 달라 다섯번이나 잡혔다가 풀려나는 위기상황이 반복됐다. 마지막 잡혔을 때는 눈을 가리고 유브라데스강변으로 끌고 가서는 총살형을 시키려고 하는 찰나에 어디선가 사람이 달려와 죽이지 말라고 막아서 절대절명의 위기를 모면했다.

천국과 지옥을 오고간 7시간의 참담했던 순간에서 앞에 있는 미군들을 본 순간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그 순간 만큼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으며, 오직 죽어서 가게될 천국과 자신들이 순교한 이 땅이 아랍 민족 13억을 복음화 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만을 바랬다.

무장세력으로부터 풀려난 뒤 김종성목사는 자동차로 3시간 반이나 걸리는 북쪽에 위치한 모술(니느웨)에 가서 선교대회를 강행하겠다고 하여 일행들을 긴장시키더니 결국 밤사이 몰래 편지를 써놓고 모술로 향했다. 다행히 김 목사는 무사히 선교대회를 마쳤으며, 니느웨선교신학교 개원예배는 팔레스틴호텔 정문에서 세계 이목이 주목한 가운데 드리게 됐다. 아 자리에서 선교헌금 3천불을 모술신학교측에 전달해 주었다.

돈이 없어 여기 저기 돈을 구해 요르단 암만행 비행기표를 구했는데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 브록기자가 우리 일행이 미화 3만불을 주고 풀려났다는 보도를 세계각지로 내보냈으며, 한국의 언론 역시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만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인질로 하루 종일 끌려 다닌 사람들이 무슨 협상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일행을 호의로서 보내준 팔루자 사람들에게 또 다시 분노를 유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당초 한국의 목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이곳을 찾은 것은 복음에 대한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였기에 죽어도 감사, 살아도 감사할 뿐이었다. 특히 2600년전 다니엘과 세친구가 끌려갔던 바벨론 땅에서 사자굴과 같은 무장세력의 총부리 앞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은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결국 이 일로 미국과 영국, 일본의 취재진들이 모여들어 죽음에서 살아온 한국의 목회자들을 대서특필했으며, 일본기자들의 경우 수차례 찾아와 절을 하며 일본인질들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여 “하나님을 믿으면 일본 인질들도 무사히 풀려 살아나올 수 있다”는 말에 하나님을 믿겠다고 즉각 반응하기도 했다.

무장세력에 의해 다섯차례에 걸쳐 잡혔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한 허민영목사는 처음에는 무서운 마음이 들다가 차츰 그들이 오히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치 않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집을 잃어버리고 오직 보복만 꿈구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허 목사를 비롯한 일행들은 10일 동안 이라크에서 너무도 큰 교훈을 얻었다. 전쟁은 승자든 패자든 모두에게 불행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오직 인간에게 가장 큰 죄악으로 남아있는 탐욕을 버리고 성경의 진실한 마음으로 돌아갈 때만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석훈부장(shlee@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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