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으로 화해와 치유, 공공성 회복 위한 ‘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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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으로 화해와 치유, 공공성 회복 위한 ‘싱크탱크’”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1.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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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신앙가치 지켜내는 첨병 (사)한국교회법학회

안타깝게도 한국교회 분쟁의 현장에는 자칭 교회법 전문가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은 한국교회 현실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그만큼 한국교회 안에 제대로 된 교회법 전문가가 필요하고, 법과 원칙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2013년 출범한 (사)한국교회법학회(학회장:서헌제 교수)가 책임지고 목표하고 있는 역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학회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교회법을 정립하고, 교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한국교회를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 서헌제 명예교수(법학과, 중앙대학교회 담임목사)는 학회 출범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학회장을 맡아 한국교회를 위해 사역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 교수를 만나 학회 사역과 신앙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서헌제 교수는 “더 일찍부터 교회법을 연구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앞으로 ‘성경과 법’에 대한 주제를 바탕으로 더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교회법과 세상법, 잘 분별하도록”
“교회에도 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목사님들은 잘 인정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은혜로만 여기다가 분쟁에 휩싸였을 때에야 알게 됩니다. 교단 헌법이 중요한 것처럼 교회 정관을 잘 만들어두는 것이 교회 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서헌제 교수는 교회 분쟁을 예방하는 지름길이 교회 정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가는 곳마다 알리고 있다. 교회법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한국교회법학회 활동도 마찬가지다. 1년에 두 차례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학술진흥재단 등재 후보지 ‘교회와 법’을 발간하며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교회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동안 학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종교인 과세, 논문 표절, 교회 정관 등 교회와 관련한 다양한 법률 현안에 대해 토론하면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서헌제 교수는 “교회 문제를 국가법원으로 가지고 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법원은 교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교회 현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국가법을 적용하려 한다. 결국은 근본적인 갈등 해결의 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렇다고 사회법을 무시한 채 교회법만을 주장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서 교수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 공동체이지만,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실체라는 점에서 교회법과 세상법을 잘 분별해서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학회의 교회법 연구는 전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교회에 대해 교회법과 세상법의 이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담임목사와 교인 간 관계는 민법상으로 보면 언제든 해임할 수 있는 위임관계지만, 교회 현실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코로나 사태 가운데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신앙인들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상호 관점에서 이해하고 최선을 길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고, 학회가 그 일을 돕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입법 저지가 가장 중요”
10년에 다다르는 시간 교회법학회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서헌제 교수와 신앙을 가진 법률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대표회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 이사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를 비롯해 학회 활동을 위해 지원을 아까지 않았던 일선 목회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모든 공을 돌렸다.

“심각한 교회 갈등을 접할 때면 신앙적으로 어렵기도 합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민낯을 보게 되니까요. 그래도 좋은 목사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학회를 기꺼이 섬겨주시는 목사님들을 보면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교회법학회는 신앙적 가치를 위협하는 입법 시도를 막는 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교회를 지원했다. 종교인 과세를 위한 목회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하고, 교회들이 완성도 있는 정관을 만들 수 있도록 한국교회표준정관을 배포하기도 했다. 특히 교회와 사회 간 접점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필요한 목소리를 내어주었다.

“가장 중요한 대응은 잘못된 입법의 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려 할 때 입법 의견을 구하게 되는데, 헌법과 관련법에 근거해 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의견서를 만들어 설득하는 것이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에 막연히 찬성했던 국회의원들도 법 논리에 따라 문제점을 지적할 때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교회법학회는 법적 이론과 실무를 지원하며 교회연합기관과 협력하는 가운데 신앙적 가치관을 수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헌제 교수는 “보통 동성애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많이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람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표현하는 자유를 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구별과 차별을 구분하지 않는 법은 신앙의 자유, 복음전파의 자유도 위협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한국교회법학회는 여전히 감당해야 할 역할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교회의 법적 대응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그래서 올해 5월 학술세미나는 ‘4차 산업혁명과 교회 법적 대응’을 주제로 정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이 교회 환경에 접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법적 문제와 보완점을 다루게 될 전망이다.

2013년 출범한 한국교회법학회는 교회 분쟁을 예방하고, 신앙적 가치를 위협하는 법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를 돕고 있다.  

“성경과 법을 더 연구하고 싶다”
교회법 발전을 위해 10년 가까이 학회를 섬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서 교수는 더 일찍부터 교회법 연구에 몰두하지 못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나와 1982년 부산대 법대 교수로 임용됐던 그는 1990년부터 중앙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에서 1년 공부하고, 버클리대학 교환교수로 공부했던 그는 젊은 시절에는 누구보다 바쁘게 연구와 강연활동에 매진했다. 강의에 대한 열정도 강해 토론을 위한 예습이 부족한 학생을 강의실에서 내어 쫓아낼 정도로 엄격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생들에게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할 걸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특히 연구해야 할 과제가 많은 교회법을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서 교수의 이런 마음은 그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중앙대학교회에서 수년 전부터 설교를 전하고 있다. 중앙대학교에 부임한 후 법대학장, 부총장을 지내는 동안에도 중앙대기독학생회를 도왔다. 

한때 학교 운영 재단이 바뀌면서 교목실이 폐지되고 교회마저 폐쇄될 위기도 있었다. 그 때 서 교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대학교회를 지켜낼 수 있었다. 

앞서 부산대 교수로 있을 때에는 주일학교 학생 수가 1만명에 달했던 서부교회에서 반사를 하기도 했다. 보수신앙을 토대로 복음을 전하는 데도 열정적이었던 서 교수는 주말이면 판자촌을 다니며 아이들을 전도했다. 주일이면 시내버스 2~3대를 대절해야 할 정도로 가르치던 반을 부흥시켰던 경험도 그에게는 있다. 

이런 신앙적 열정과 경험은 자연스럽게 그가 교회법에 더욱 매진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50년생인 그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교회법을 더 연구하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

“이제 ‘성경과 법’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제 과제입니다. 성경 속에 나타나는 법적인 문제, 실정법에 반영된 성경적 원리와 같은 주제들이지요. 낙태, 생명윤리, 사형제도 등 연구해야 할 주제들이 아직도 정말 많습니다.”

교회법을 연구하는 학자 서헌제 교수는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목회자다. 그는 오늘도 법적 문제로 갈등하는 교회를 위해, 신앙적 가치를 위협받는 교회를 위해 가야할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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