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합시다.”
기도회에서 이 기도제목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이들은 많지 않을 터다. 교회 다닌 햇수로는 남부럽지 않은 기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문장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은혜롭고 익숙한 기도제목에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한 단어가 못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아서다.
‘단일민족’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갖은 고난과 위기를 이겨낸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이 가슴 속에 가득했다. 민족의 가슴마다 피 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리라는 열정으로 불타올랐었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변했다. 달력이 해를 넘길 때마다 국경 간의 거리는 무서우리만큼 좁아졌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만도 25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숫자는 해가 갈수록 급격한 상향곡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변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경험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일상을 공유하며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는다. 개중에는 핏줄은 다르고 피부색은 달라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우리와 같은 땅을 딛고 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친절한 우리의 이웃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에서만큼은 이방인이 되고 만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을 일컬어 ‘상상된 공동체’라 불렀다. 돌이켜보면 이 땅에서 순혈주의에 집착한 역사는 없다. 외견상 의심할 여지없는 한국인이라 판단되는 누군가도 뿌리를 따지면 어떤 피가 섞여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의 기도가 ‘민족’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설 수는 없을까. 그보다는 우리의 이웃들, 복음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의 친구들을 위해 손을 모으고, 또 내밀었으면 한다. 그들의 핏줄과 피부색이 어떻든 상관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