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게임 용어 :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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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게임 용어 : 고인물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1.06.0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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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예

A : 나 이번에 명석이랑 게임 한 판 붙기로 했어

B :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걔 완전 고인물이잖아.

위 단어는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격언 때문이지요. 변화나 발전 없이 그대로 머물기만 하는 집단이나 개인은 후퇴하고 만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고인물’이란 단어가 기성세대에겐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 잡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고인물’이라는 말은 긍정적 의미로 사용됩니다. 마치 고여있는 물처럼 어떤 한 분야에 통달한 사람을 의미하지요. (원래 부정적 의미를 지닌 단어에 정반대의 의미를 붙인 일종의 언어 유희입니다. 이런 사례는 신조어의 등장 과정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라면 ‘고수’, ‘대가’ 등을 말할 수 있겠네요. 이 단어는 그동안 저희가 보아왔던 ‘롤’이 아닌 다른 게임에서 유래한 뒤 여러 게임 전반에 걸쳐 고수들을 칭할 때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행의 확산으로 인해 지금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짧고 빠르게만 문화를 소비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안에서도 한 분야에 깊게 매진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게임을 게임 개발사보다도 더 깊게 연구해서 고수의 경지에 이른다든가, 프라모델 조립에 열심을 기울여 나중엔 제작의 단계에까지 접근하는 등, 젊은 친구들에게도 한 분야에 진중하게 매진하는 ‘고인물’ 등은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이 또래 집단에서도 인정받곤 합니다. 어떤 한 가지에 진중하게 전념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젊은 친구들도 인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런 고인물들이 기성세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들이 고여있는 분야가 어른들이 보았을 땐 가치 없어 보이기 때문이지요. 어떤 친구가 밤을 새워 게임을 연구한 뒤,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어른들이 보기엔 그저 ‘게임질’하는 한심한 친구로 보이는 것처럼요.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한 분야에 에너지를 쏟아 본 친구는 그 에너지를 가지고 다른 분야에도 쉽게 적용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세대 중에서, 이런 하찮게 보이는 분야의 ‘고인물’인 경우가 잦은 것은 그 근거입니다. 때문에, 어떤 일이 되었든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매진하고 있다면, 그 노력과 결과물에 대해서 칭찬 해주고 인정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칭찬과 인정을 받고 자란 친구들은, 더 많은 칭찬과 인정을 위해서 다른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 칭찬에 오늘 배운 용어를 써 보는 겁니다.

“와~ 아들! 게임 진짜 잘하네! 완전 고인물인데?!”

차성진 목사
차성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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