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 '부교역자인가 노역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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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 '부교역자인가 노역자인가'
  • 승인 200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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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기자

“정말 힘들어요. 오죽하면 동료 만날 시간조차 없겠어요. 좀 나은 곳으로 옮기려고 해도 갈 곳도 없고 그냥 있는 겁니다. 다행히 아직 소명감은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영적으로 피폐해질 것 같아 두려워요.”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한 교회 부교역자(42세)의 푸념이다. 아니 절망에 가까운 외침으로까지 들린다. 마치 대리운전을 하는 것 같은 운전봉사(?)와 새벽기도 인도, 담임목사와 사모로부터 주어지는 부적절한 심부름까지 힘겹다고 말한다.

교회 일이라면 즐겁기라도 하지만 대부분 ‘담임목사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결국 배우려는 목회는 못 배우고 시험만 들다가 사임할 판이라고 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괜찮은’ 교회를 찾을 용기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소그룹 목회를 하는 교회의 경우 이와 매우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천에 있는 Y교회는 한 명의 부교역자를 모집하는데 무려 4백80여 통의 이력서가 들어왔다고 한다. 죽전에 있는 한 교회 역시 이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두 교회 모두 소그룹 훈련으로 성장한 교회들이다. 이것을 연장해서, 소그룹 목회로 훈련된 부교역자가 교회를 개척할 경우 대부분이 성공한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과잉 공급된 목사 후보생들은, 일단 자리가 나면 아무 교회라도 들어가려는 과거 관습과는 달리 지금은, 한 가지라도 배울 수 있는 교회로 들어가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회의 진정한 정신을 배워 개척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얘기다.

오정현목사가 사랑의교회로 부임하기 1년여 전부터 옥한흠목사는 부교역자들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후임을 위한 조치였다. 헌데, 당시 사랑의교회에서 나와 개척한 부교역자들의 목회를 보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옥한흠목사는 지금까지 “평신도로부터 배우기를 힘쓴다”고 말한다. 아니 “목사보다 더 지독한 평신도는 나의 기(氣)를 꺾어 놓기까지 한다”며 두려운 존재라고 했다.

부교역자는 담임목사의 교회를 위한 노역자가 아니다. 부교역자는 담임의 목회로부터 좋은 점을 배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목회 현장은 부교역자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복종만을 미덕으로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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