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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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10.06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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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끝났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외할머니를 필두로 몇몇 친지들만 모여 예년에 비해 비교적 단출했다. 특히 반가웠던 분은 여식들을 전국 각지로 흩어 보내고 고향인 대구에서 홀로 지내시는 외할머니였다.

간만에 서울에 오신 할머니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슴 한 켠에 씁쓸함이 몰려왔다. 할머니께서 불쑥 “요즘엔 나 찾는 사람도 없고 TV보는 게 유일한 낙이야”라고 내뱉으신 말씀 때문이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인 소외’가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 또한 종종 뉴스에서 관련 소식들을 접했지만 이토록 피부로 와 닿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당장 ‘우리 할머니’부터 코로나 이후 예배는 물론 그나마 만나던 동네 친구들과도 단절돼 하루 종일 혼자 집에만 계셨다니. 나 역시 우리 부모님만 신경 쓰기 바빴지 외롭게 지내실 할머니까지는 미처 잘 챙겨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함이 며칠째 맘에 남는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경찰서가 야쿠르트 회사와 함께 ‘공동체 치안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었단다. 골자는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일 해온 야쿠르트 판매원들이 어르신들 집집마다 돌면서 야쿠르트가 쌓이진 않았는지 세심하게 살핀다는 것이다. 고독사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앞으로 이런 역할을 교회가, 그리고 크리스천들이 맡아주면 좋겠다. 온라인 예배부터 화상회의까지 언택트 시대 다양한 방안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청년들에게나 유효할 뿐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의 온정이 그리운 어르신들에게 교회와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전화나 심방을 추진해보는 건 어떨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 위기에 어르신들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느끼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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