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교회의 기원, 오순절 지키려 예루살렘 방문한 이들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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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교회의 기원, 오순절 지키려 예루살렘 방문한 이들로 시작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4.14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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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⑩ - 복음의 이방 진출 : 로마에서의 기독교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40년대 말경 이탈리아에 이미 그리스도인이 있었다면 로마에서 기독교의 기원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록이 없다. 일반적으로 AD 30년 오순절을 지키기 위해 모여든 순례자들 가운데, “로마로부터 온 나그네 곧 유대인과 유대교에 들어온 사람들”(행 2:10)이 있었는데 이들 순례객 가운데 누군가가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신앙을 갖게 되고 후일 로마로 돌아가 신앙공동체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후대의 교회 전통과는 달리 로마교회는 바울이나 베드로에 의해 시작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40년대 후반까지 베드로는 팔레스틴을 떠나지 않았고(갈 2:11), 바울은 60년대 초까지 로마에 가지 않았기(행 28:14)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로마교회의 기원은 오순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이들에 의해서나, 그 이후 유대에서 로마로 이주한 이주자들에 의해 전파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로마서 16장에서 언급된 26명의 로마교회 교인 중 다수가 동방지역 출신임을 고려해 볼 때 당시의 빈번한 이동성(移動性)을 볼 수 있다. 영국의 F. F. 부르스는, 로마에서 유대인들이 추방되고 3년이 지난 기원 52년경에 기록된 탈루스(Thallus)의 기록을 통해 기원 1세기 중반에 이미 그리스도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로마의 비그리스도인 사이에 알려져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점은 여행과 이동, 정보의 유통이 비교적 빨랐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로마로의 이주자들을 통해 기독교 복음이 30~40년대에 로마에 전파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폴 바넷은, 바울이 로마서 16장 7절에서 언급하고 있는 안드로니고와 유니아 등은 로마교회 초기 신자로서 로마교회 창립 교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울은 안드로니아(Andronicus)와 유니아(Junias)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은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고 또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말 성경에서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고”로 되어 있으나, 사실은 “사도들 가운데서(ἐν τοῖς ἀποστόλοις, among the apostles) 뛰어난 자들”이라는 의미로서 그들도 ‘사도’로 불렀다는 점이다. 이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목격자이거나 초기 신자였음을 보여준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로마에서 추방되어 고린도로 가기 전에 이미 기독교 신자가 되어 있었는데, F F. 부르스는 그들도 로마교회의 창립 신도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40년대 말 이전에 로마에 교회가 설립되었는데, 49년에는 클라우디우스 황제에 의해 유대인들은 로마에서 추방되었다. 그러나 이방인 신자들은 남아 있었다. 클라우드우스 황제가 54년 사망하게 되자 유대인들이 다시 로마에 거주할 수 있게 되고, 53년 경 고린도를 거처 간 베드로(고전 1:12, 9:5)가 로마도 방문하게 된다.

그래서 베드로는 로마의 기독교회의 재 창립자(refounder of Christianity in Rome)가 되었다고 폴 바넷은 주장하고 있다. 바울은 베드로가 이미 로마로 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리로 갈 수 없었다. 그것은 남의 터 위에 건축하기를 원치 않았기(롬 15:20) 때문이다. 그는 후에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 로마를 거쳐 갔을 뿐이다.

토마스 레윈(Thomas Lewin)의 산정에 따르면, 바울이 주후 60년 8월에 가이사랴를 떠나 11월초에 파선하여 멜리데 섬에서 3개월을 보내고, 61년 2월 초 멜리데 섬을 떠나 3월 1일 쯤 로마에 도착했고, 약 2년간 체류하게 되지만 로마교회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로마교회는 크게 성장했고, 64년 로마시의 화제 당시 ‘엄청난 수(an immense multitude)’에 달했다고 타키투스는 기록하고 있다.
/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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