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거행된 제36차 국가조찬기도회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 기독교계는 다소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기도회장에 모인 교계 인사들은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위해 일년에 한 차례씩 기도해 왔는데 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서운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었다.
이와관련, 청와대측은 이라크 파병문제와 주한미군 이동 및 감축문제로 오랫동안 안보회의가 있어 부득불 참석하지 못한 것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독교계는 여전히 허탈감으로 가득했다.
노 대통령의 불참원인에 대해 교계는 여러 가지 추측으로 상황을 판단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기독교계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노 대통령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기독교계 개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불참은 미묘한 파장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 같다는 경직된 생각도 보인다.
어쩌면 청와대가 밝힌 대로 탄핵기각 결정 직후부터 노 대통령은 산적하게 쌓인 국정처리로 쉴틈이 없었고 게다가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불거져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린 당일 새벽까지 장시간 회의 때문에 기도회에 참석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 언론사 청와대 출입기자의 말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연관된 일주일 스케줄 중에 국가조찬기도회는 아예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는 받았지만 스케줄에서 삭제됐는지 아예 보고조차 되지 않았는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주목할 점은, 국가조찬기도회 불참이 노 대통령 측근들의 생각을 상당부분 반영한 결과라는 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계는 이같은 상황을 접하고 “되도록 말을 아껴야 한다”는 측근들의 권고를 노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풀이하고 있다. 노 대통령 발언이 자주 문제가 된 만큼 보수적인 성향의 기독교계와 한 자리에서 마주대한다는 것 자체가 청와대입장으로는 부담스런 행사임에 틀림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탄핵위기를 갓 벗어난 노 대통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대통령 불참 국가조찬기도회를 치른 직후 교계는 국가조찬기도회 존폐론으로 다소 술렁대는 모습이다. 미국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운영해온 국가조찬기도회가 본래 취지와 달리 정치-종교의 유착을 지속시키는 고리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조심스레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치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과거 정권들과 기독교계의 유착행적을 반성한다는 측면에서 거론되는 부분이다.
불행하게도 노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불참으로 기독교계는 무성한 추측과 소문으로 뒤엉킨 모습이다. 기도와 예배는 절대자인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간구의 시간이다. 예배의 대상이 하나님인 것이다. 대통령 불참이 서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가지고 또 다른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양산한다면 매년 거행하는 예배와 기도회는 기독교의 옷을 입고 진행되는 세속행사로의 전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