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가조찬기도회 불참 ‘미묘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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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가조찬기도회 불참 ‘미묘한 파장’
  • 승인 2004.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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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회의 등으로 부득불” “교계 무시한것 아니냐”

지난 19일 거행된 제36차 국가조찬기도회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 기독교계는 다소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기도회장에 모인 교계 인사들은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위해 일년에 한 차례씩 기도해 왔는데 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서운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었다.

이와관련, 청와대측은 이라크 파병문제와 주한미군 이동 및 감축문제로 오랫동안 안보회의가 있어 부득불 참석하지 못한 것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독교계는 여전히 허탈감으로 가득했다.

노 대통령의 불참원인에 대해 교계는 여러 가지 추측으로 상황을 판단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기독교계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노 대통령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기독교계 개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불참은 미묘한 파장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 같다는 경직된 생각도 보인다.

어쩌면 청와대가 밝힌 대로 탄핵기각 결정 직후부터 노 대통령은 산적하게 쌓인 국정처리로 쉴틈이 없었고 게다가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불거져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린 당일 새벽까지 장시간 회의 때문에 기도회에 참석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 언론사 청와대 출입기자의 말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연관된 일주일 스케줄 중에 국가조찬기도회는 아예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는 받았지만 스케줄에서 삭제됐는지 아예 보고조차 되지 않았는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주목할 점은, 국가조찬기도회 불참이 노 대통령 측근들의 생각을 상당부분 반영한 결과라는 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계는 이같은 상황을 접하고 “되도록 말을 아껴야 한다”는 측근들의 권고를 노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풀이하고 있다. 노 대통령 발언이 자주 문제가 된 만큼 보수적인 성향의 기독교계와 한 자리에서 마주대한다는 것 자체가 청와대입장으로는 부담스런 행사임에 틀림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탄핵위기를 갓 벗어난 노 대통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대통령 불참 국가조찬기도회를 치른 직후 교계는 국가조찬기도회 존폐론으로 다소 술렁대는 모습이다. 미국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운영해온 국가조찬기도회가 본래 취지와 달리 정치-종교의 유착을 지속시키는 고리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조심스레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치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과거 정권들과 기독교계의 유착행적을 반성한다는 측면에서 거론되는 부분이다.

불행하게도 노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불참으로 기독교계는 무성한 추측과 소문으로 뒤엉킨 모습이다. 기도와 예배는 절대자인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간구의 시간이다. 예배의 대상이 하나님인 것이다. 대통령 불참이 서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가지고 또 다른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양산한다면 매년 거행하는 예배와 기도회는 기독교의 옷을 입고 진행되는 세속행사로의 전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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