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을 통해 형성된 성품, 삶의 종착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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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을 통해 형성된 성품, 삶의 종착지 결정한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2.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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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 ① -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느니라(잠 13:20)”

잠언은 이스라엘 지혜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삶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혜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격언입니다. 구약성경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잠언도 하나님의 계시에 기초하고 있으며, 교리와 명령을 담고 있습니다. 

20장 21절(“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혹은 22장 28절(“네 선조가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지니라”)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잠언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들리는 일상에 관한 슬기로운 조언들입니다.

“부지런한 자의 손은 사람을 다스리게 되어도 게으른 자는 부림을 받느니라”(12:24)처럼 지속적으로 가져야 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교훈은 물론 “너는 이웃과 다투거든 변론만 하고 남의 은밀한 일은 누설하지 말라”(25:9)나 “너는 이웃집에 자주 다니지 말라 그가 너를 싫어하며 미워할까 두려우니라”(25:17)와 같은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경고도 보입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들에 관한 이런 교훈들은 직접적인 전도나 설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이들의 마음에도 호소력을 지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잠언으로 성경세미나를 인도하던 중, 자신은 예수를 믿지 않지만 자식들을 위해 지혜로운 말들을 배우고 싶어 참석했다는 분을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잠언은 이처럼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설득을 통해 독자들을 진리의 길로 이끄는 책입니다. 비록 말투로는 예언자들처럼 명제적 진리를 선포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잠언에서 들리는 부모와 스승의 목소리는 하나님이 주신 진리의 권위를 지니며 그 가르침을 거절한 자는 인생의 곤궁함과 실패라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노여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인과관계는 인과응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축소하기보다는 “하나님 말씀에의 순종 여부를 통해 사람됨, 즉 성품이 형성되고, 그 성품이 결국 그 사람의 행보와 종착지를 결정하게 된다”는 신학적 인간론의 단축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잠언의 유익을 알차게 누리려면 내용 뿐 아니라 표현방식에도 관심을 두고 읽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번역본과 해설을 통해 원문의 시상과 그림 언어, 비유들을 이해하면 말씀을 통한 깨달음과 감동이 증폭됩니다. 물론 메시지 자체의 타격감은 우리말 성경을 차근히 읽는 것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종을 어렸을 때부터 곱게 양육하면 그가 나중에는 자식인 체하리라”(29:21). “도가니로 은을, 풀무로 금을, 칭찬으로 사람을 단련하느니라”(27:21). 통렬하지 않습니까! 유머도 잠언의 매력입니다. “이른 아침에 큰 소리로 자기 이웃을 축복하면 도리어 저주같이 여기게 되리라”(27:14). “대저 젖을 저으면 엉긴 젖이 되고 코를 비틀면 피가 나는 것 같이 노를 격동하면 다툼이 남이니라”(30:33). 악인에 관한 섬뜩한 묘사조차도 해학을 품고 있습니다. “[악인들은] 악을 행하지 못하면 자지 못하며 사람을 넘어뜨리지 못하면 잠이 오지 아니하며”(4:16).

보통 사람이라면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양심의 가책으로 뒤척일 텐데, 악인은 나쁜 짓을 못해 잠을 설친다니 그야말로 촌철살인입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거룩한 하나님 말씀인 잠언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경험이 널리 공유되면 좋겠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백석대 교수. 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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