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재번역 무엇이 문제인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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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재번역 무엇이 문제인가 (4)
  • 승인 200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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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개정판이 원문과 일치하는 부분 더 많아

합동 총회는 구약의 46곳(20종)을 개역판으로 환원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러나 4곳(창 4:7, 애 2:6, 겔 1:1, 옵 1:19) 이외에는 시편 가운데 있으며 그것도 단순히 용어상의 선택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개정판의 번역이 원문에서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 요컨대 합동총회가 환원을 요청한 부분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들이다.

·창세기 4:7(엎드리느니라) ← ‘엎드려 있느니라’(개정) 개역은 죄가 엎드리는 동작을, 개정은 이미 죄가 엎드러 있는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죄가 마치 사나운 맹수처럼 공격하기 위해 엎드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엎드리느니라’에 해당되는 ‘로베츠’(‘라바츠’. ‘눕다’의 칼 분사.능. 단. 남)는 분사형으로서 현재 상태를 묘사한다. 따라서 개역이나 개정 모두 다 가능한 번역이다. ‘죄가 웅크리다’(Amp B), ‘죄가 웅크리고 있다’(GNB, NIV), ‘공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living).

·예레미야 애가 2:6(주께서 성막을 동산의 초막같이 헐어버리시며 공회 처소를 훼파하셨도다) ← ‘주께서 그의 초막을 동산처럼 헐어버리시며 그의 절기를 폐하셨도다’(개정) 원문의 의미는 ‘주께서 그의 초막(‘슈코’, 거주지)을 동산처럼(‘카깐’) 헐어버리시며(‘와야헤모스’) 공회 처소(‘모아도’)를 훼파하셨다(‘쉬헤트’).’

·에스겔 1:1(이상) ← ‘모습’(개정) 원어 ‘마르오트’에는 ‘광경, 환상, 모습, 형태’의 뜻이 있다.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았던 모세 이외에 하나님의 모습을 본 자는 하나도 없다(요 1:18). 따라서 하나님의 ‘모습’보다는 ‘이상’, 혹은 ‘환상’이 더 좋을 것이다.

·오바댜 1:19(남방 사람은 에서의 산을 얻을 것이며 평지 사람은 블레셋을 얻을 것이요) ← ‘그들이 네겝과 에서의 산과 평지의 블레셋을 얻을 것이요’(개정) 원문은 두 가지로 번역할 수 있다. ‘그들은 남방의 땅(네게브), 에서의 산을 얻을 것이며, 평지 사람(쇄펠라)은 블레셋을 얻을 것이다’(Elb. B. Luther B). ‘남방 사람(네게브)은 에서의 산을 얻을 것이며, 평지 사람(쇄펠라)은 블레셋을 얻을 것이다’(NIV, GNB).

·시편 1:2(묵상하는 자로다) ← ‘묵상하는도다’(개정) 원문에는 명사형(개역)이 아니라 동사형(개정, ‘예흐게’는 ‘하가’의 칼 미래. 3인. 단. 남)으로 되어 있다. 오히려 개정이 원문과 일치한다.

·시편 2:10(관원들아) ← ‘재판관들아’(개정) 원문 ‘쇄파타이’에는 ‘관원’(rulers, Amp B, NIV, GNB, living)과 ‘재판관’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어느 편을 택해도 무방하나 앞의 왕과 대구를 이루는 점에 있어서는 ‘관원’이 더 좋을 것이다.

·시편 5:7, 6:4, 13:5, 17:7, 31:16(인자) ← ‘사랑’(개정) ‘헤세드’에는 ‘인자’와 ‘사랑’의 의미가 둘 다 들어있다. ‘인자’(NIV, living), ‘사랑’(GNB), ‘인자와 사랑’(Amp B)으로 각기 번역되고 있다.

·시편 5:7, 29:2(경배) ← ‘예배’(개정) 원문 ‘에슈타하웨’(‘솨하’의 미래 힛드팔 1인. 단)에는 ‘예배’(living, GNB, Amp B)와 ‘경배’(NIV)의 의미가 있다. 어느 편을 써도 무방하다.

·시편 5:8 외 14곳(의) ← ‘공의’(개정) 원문 ‘체데크’에는 ‘의, 정의, 공의, 공평, 진리, 칭의, 사죄’ 등의 의미가 있다. 의나 공의는 각기 기독교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는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전자는 하나님의 속성들 중 하나로서 언제나 올바르고 참된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특히 법정적으로 선악간의 판단을 공평하게 하는 행위를 나타낸다. 최선의 번역은 앞뒤 문맥과 해당 문장의 의미와 조화있게 연결시킬 때 가능하다.

·시편 5:12(방패로 함과 같이) ← ‘방패와 같은 은혜로’(개정) 개역은 직역, 개정은 의역. ‘방패와 같은 은혜로’는 어색하고 부조리한 번역이다. 원문의 뜻은 ‘여호와께서 방패로 호위하시는 것처럼 의인을 은혜로 호위하실 것이다’.

·시편 16:9(내 영광) ← ‘나의 영’(개정) ‘카보드’에는 ‘영광, 광채, 위엄, 부귀, 부요, 마음, 영’ 등의 의미가 있다. ‘내 영광이 즐거워하며’ 보다는 개정 ‘내 영이 즐거워하며’가 더 낫다, Elber. Bible과 Luther Bible, living이 개정판을 따르고 있다.

·시편 25:9 외 7곳(공의) ← ‘정의’ (개정) ‘미슈파트’에는 ‘심판, 결정, 공의, 정의, 권리, 특권’ 등의 의미가 있다. 어떤 의미로 번역할 것이냐는 문맥과 전후 문장의 내용에 따라 적절히 선택되어져야만 한다.

·시편 26:2(마음) ← ‘양심’(개정) ‘레브’에는 양심의 뜻이 없으며, 구약에도 쓰인 용례가 없다.

·시 27:11(길) ← ‘도’(개정) ‘데레크’는 어느 편을 택하든지 다 가능하다. ‘도’는 성경에서 구체화된 신학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시편 41:4(내 영혼) ← ‘나’(개정) ‘네페슈’는 ‘영혼’이라는 뜻 외에 ‘자신, 나’를 의미할 수도 있다. 개역은 직역, 개정은 의역이다.

·시편 73:21(심장) ← ‘양심’(개정) ‘킬르야’(복수형. 켈라이오트)는 ‘지배권, 신장’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은유적으로 내적인 은밀한 부분이나 영혼의 은밀한 활동과 느낌을 의미하기도 한다. 구약에는 양심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가 없다.

·시편 76:12(심령을) ← ‘기를’(개정) 구약에는 우리말의 ‘기’에 해당되는 단어가 없다.

·시편 89:14, 97:2(의와 공의 혹은 공평) ← ‘공의와 정의’(개정) 앞서 언급했던대로 ‘체데크’와 ‘미슈파트’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성경 기자가 나타내려는 뜻이 무엇이며 문맥에 가장 적합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이다.

고영민/천안대 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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