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담 크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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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담 크랩서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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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신 미국 입양인 아담 크랩서(한국명:신성혁)는 지난 2016년 자신이 지난 37년간 살아온 미국에서 추방당했다. 그 과정은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했는데 그 사연이 기구하다.

그는 1970년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고아원에 맡겨지고 아동 입양기관인 홀트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는 한차례 파양을 겪은 뒤 두 번째로 크랩서 부부에게 입양된다. 그들은 입양의 대가로 정부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성적‧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16세가 되어 양육비가 더 이상 나오지 않자 그는 다시 버려진다. 아동복지시설과 길거리를 전전하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아담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았지만, 양부모의 집에 자신의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절도범으로 몰려 전과자가 되면서 나이 40살에 시민권도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추방을 당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실화다. 예장 통합총회는 최근 인권선교정책협의회를 열고 아담 크랩서와 같은 한국 출신 미국 입양인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제라도 교회가 중심이 되어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게 된 점은 다행이다.

이날 발표된 바에 따르면 아담과 같은 15만 명의 한국 출신 미국 입양인 가운데 10%는 시민권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는 입양기관 ‘홀트’가 발명해 낸 소위 ‘대리입양’이 큰 몫을 했다. 홀트가 아기들만 이동시키면, 입양하겠다는 부모들은 공항에 와서 데려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동매매나 양보무 자격 부실심사, 부적절한 금전 거래 등 아동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심각한 침해가 이뤄졌다.

이날 강의에 나선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경은 사무처장은 입양을 보내는 나라와 받는 나라, 양쪽 정부가 안전과 보호를 책임지는 ‘헤이그 협약’을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여기에 가입해야 함을 호소했다. 전쟁통이라고 해도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조치는 정당화 될 수 없다. 10대 경제 대국을 운운하는 지금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루빨리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각지대에 놓인 인권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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