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만 ‘갱신’, 속은 ‘화려한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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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갱신’, 속은 ‘화려한 송년회’
  • 승인 2003.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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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말뿐인 ‘자정능력 회복’ 2003년을 마감하는 12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한 ‘한국교회지도자의 밤’은 사회 각직능별 기독인 지도자를 한자리에 초청, 올바른 기독교문화 창달을 다짐하기 위해 의도된 행사였다.

한기총이 추진하고 있는 직능별 모임이란, 기독교인으로서 정치지도자, 경제인, 법조인, 여성계, 문화예술 스포츠계 그리고 부흥사와 목회자를 그룹별로 묶는 것으로 각 부문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의 야심찬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은 교계를 넘어 사회저명 기독인사들을 한데 초청해 ‘왜곡된 기독정신의 사회구현운동’을 결의하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그런 까닭에 설교를 맡은 정진경목사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보다 그것이 내게 무슨 유익이 있을 것인가라는 가치전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비장어린 설교문 서두를 꺼내며 “사회와 교회의 부패만을 문제삼는 풍토보다 그것을 정화시킬 능력이 과연 교회에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개탄했던 것이다. 교회를 포함해 사회전분야의 기초가 흔들리는 상황을 한탄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국교회지도자의 밤’이 한기총 역사상 큰 오점으로 남겨질만한 이유는 ‘시대를 분별 못한 겉치레’로 행사가 일관돼 한국교회의 구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다.

이날 행사가 마련된 장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 곳은 서울최대 번화가인 명동과 마주한 곳으로 소비중심지이기도 하며 성탄문화를 소비문화로 둔갑시키는 각종 상업시설들이 즐비한 곳이다.

특히 롯데호텔에서 제공된 저녁 한 끼식사 값은 부가세를 포함해서 무려 6만5백원짜리. 서민들은 엄두못낼 고가식사였다. 참석인원이 6백명을 넘었다고 밝힌 한기총의 집계만 가지고도 3천6백만원이 한 끼식사비로 고스란히 허비된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찬조를 받았다고 하지만, 한기총은 모 업체가 협찬한 선물을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에대해 한기총은 “한기총 산하 재정위원회 위원인 기독실업인들이 십시일반 모금해서 재정을 충당했다”고 해명했지만, 70%이상이 미자립인 한국교회 현실과 사례비 조차 받지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성직자들의 고된 삶을 되돌아 보면 한기총이 이날 지출한 재정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할 것은 ‘그들만의 행사’였다는 것이다. 정치계, 재계, 법조계 등 초청대상이 광범위했다면 한국교회지도자로 존경받을 만한 모든 사람들이 참석했어야 했다는 말인데 감리교·기독교장로회를 비롯 한국 복음주의권의 대표적인 얼굴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기총 가입교단만을 대상으로한 행사를 ‘한국교회지도자의 밤’으로 부르며 대외적으로 과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며 교세늘리기에 급급했던 한국교회의 지난 자화상을 ‘솔직하게’ 드러내 준 행사였다. 특히 대표회장 길자연목사의 딸인 성악가 길한나씨를 초청해 특송을 들은 것, 지덕 명예회장의 아들이 지휘하는 크리스찬필하모니를 초청해 연주를 하도록 한 것 등 이번 행사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자정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다짐의 자리’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최근 강남의 모교회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의 소비문화를 기독교문화로 바꾸는 ‘클린 강남’을 주창하며 신앙운동을 전개하는 등 개교회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영성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교단연합체면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공교회의 ‘미심쩍은’행사가 개교회의 충천된 사기를 꺾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윤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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