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험한 ‘연합의 길’ 실감... 조직정비 통한 도약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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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험한 ‘연합의 길’ 실감... 조직정비 통한 도약 다짐
  • 승인 2003.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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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운동-‘반미, 찬미’ 대립양상 구습타파없이 통합에만 집중 올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멀고도 험난한 연합의 길을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껴야 했던 한 해였다.

최근 한국교회가 연합과 협력에 집중한 노력은 실로 상상을 초월해왔다. 6년 전 창립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백여개로 분열한 교단들이 교회역사상 처음 손을 맞잡아 ‘뭉친 힘’의 위력을 대내외에 과시한 연합운동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협의회 발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 직전까지 상투적으로 진행돼 왔던 교단정치지도자들에 의한 제도권연합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일부 정치지향적 인물이 포함돼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태생자체가 야당적인 성격이었기에 대다수 현장목회자들의 지지를 받은 목회자협의회는 비제도권 교회의 연합모델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연합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지난 6년간 이 협의회가 전개한 사업 중 한가지 주목할 점은, 연합운동을 수행하는데 있어 빠뜨리지 말아야할 요건, 이른바 협력을 방해했던 갖가지 요소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고백하게 하는 일에 성공적으로 접근해 있고, 또 성장주의에 의해 뒤틀린 목회구조를 정상화하는 노력이 큰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두가지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올 연합운동 역시 ‘반성’‘갱신’이란 두요소를 빼먹은채 ‘겉치레 연합’이라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연합운동이 위의 두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올초 큰 시련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른바 3.1절을 전후로 표출된 ‘보혁갈등’이 그것으로, 그 중심에 교회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미·친미’ 그리고 ‘친북·반북반핵’이란 슬로건으로 대립양상을 보인 올초 한국교회는 정치권의 거듭되는 이합집산에 휘말리면서 갈등을 해소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자극, 민족적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굴곡과 훼절 속에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세속과 더불어 요동쳤던 과거사를 또다시 되풀이 했다고 하겠다. 교회분열을 수습해가는 최근의 과정에서 ‘반성·갱신’이 동시에 이루어졌더라면 보혁갈등이라는 구습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맥락에서 오는 2007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한국교회연합기구 논의과정 역시 되짚어야 한다. 한기총·교회협 통합이란 대의명분에는 모두 동의함에도 추진과정이 너무 ‘기구통합’에만 집중돼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중이다.

한국교회는 200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단일기구 창출에만 집중돼왔던 교회의 시각을 ‘반성·교회갱신’에도 할애될 수 있도록 여유를 찾아야 한다. 분열의 주요소가 만약 진·보간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에 있다면 그것들을 청산하는데 투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단일기구가 창출되더라도 반성과 갱신없이 이루어진다면 똑같은 문제가 2007년 이후에 또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호기자> 연합사업-해묵은 내부갈등 씻고 성장 발판 마련에 몰두

2003년 한해 한국교회 연합사업은 새로운 시기를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도약을 다짐하는 한 해로 평가된다.

먼저 노사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CBS는 올 상반기 신임사장을 이사회가 공채하는 형식을 빌어 직원출신의 장로가 사장에 취임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노조는 이사회의 이정식 사장공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화합의 의지를 다졌고 이정식사장 역시 교계와의 연대를 위해 각 교단 총회를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노사갈등을 빚었던 것은 기독교텔레비전도 마찬가지. 결국 구조조정을 통해 사내문제를 정리하고 노량진사옥 건축에 힘을 쏟고 있는 기독교TV는 성도들의 모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에대해 “회사의 부실과 부담을 여전히 교회와 성도에 돌린다”는 빈축을 면치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TV는 올해 30억이 넘는 건축비용 모금에 성공하면서 연합방송으로써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도 했다.

방송사업과 함께 올해 안정을 찾은 또하나의 기구는 기독교서회. 이곳 역시 정지강 사장의 취임으로 답보상태에서 벗어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전자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사업에 뛰어 들면서 총 15억 규모의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게 연합사업기관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제자리 찾기에 분주했던 것과 달리 한 해를 가장 시끄럽게 했던 문제는 찬송가 판권시비였다.

그 어떤 단체보다 탄탄한 운영을 하고 있는 찬송가공회는 찬송가 판권을 둘러싼 잇권다툼이 끊이질 않았으며 공회파송위원들의 잦은 외유 등이 “누구를 위한 연합사업인가”하는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결국 지난 9월 합동총회에서 “새찬송가 파송위원 전원을 교체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파송위원들이 찬송가공회의 회기가 4월에 시작된다는 점을 이유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찬송가 출판권을 둘러싼 갈등은 같은 연합기관인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비위를 건드렸고 전체 찬송가 판매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반출판사 역시 강공을 펼치며 판권보유 약속을 요구했다.

결국 현재 출판되고 있는 통일찬송가의 판권은 물론 앞으로 발행된 21세기찬송가 판권 역시 ‘시장의 논리에 따를 것인지 연합사업 원칙에 따를 것인지’를 확정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넘기게 됐다. 21세기 찬송가도 올해안에 공청회를 열지 못했고 이에 대한 배경으로 각 교단들이 21세기찬송가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등 공회의 방만한 사업에 참여교단이 개입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사업이 교단들의 합력하에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교단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나 CBS와 기독교TV, 서회 등 독자노선을 고집했던 연합사업단체들이 고비를 겪고 난 후 다시 교회안으로 회귀함으로써 연합사업은 결국 교회안에 있고 교단들의 적극적인 참여과 후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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