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린 땀방울만큼 사랑 가득차길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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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린 땀방울만큼 사랑 가득차길 소망"
  • 승인 2003.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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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문득 그리워지고 추억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불우이웃을 향한 사랑의 종소리와 함께 따뜻하게 끓어오르는 자선냄비가 우리의 가슴을 포근하게 만든다.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는 도시에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빨간 자선냄비를 정성스레 손수 제작하며 수리·보수하는 이가 있다. 갈 곳 없는 어린이들의 친구로 수십년을 봉사해 온 김광호부교. 손재주가 남달라 맡겨진 자선냄비는 이제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다.

입김이 솟아오르는 추운 날씨속에 상암동 구세군 후생학교 내 자선냄비 작업실을 찾았을 때 김광호부교는 냄비 도색작업에 한창이었다.

고아들의 복지시설인 후생학교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6년 전부터는 자선냄비 제작까지 맡게됐지만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만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는 초창기때와 모양·색깔이 동일하다. 김광호부교는 각종 재료들도 철공소와 도료상에서 직접 양철, 페인트 등을 직접 구입해 제작한다. 양철을 냄비규격에 맞게 재단한 뒤 몸통을 두르고 바닥과 뚜껑을 덮는다.

또 양철이 부드럽지 못한 부분은 직접 핸드그라인드로 깍는다. 틀이 완성 되면 다시 한번 전체를 확인하고 색을 입힌다. 말리고 칠하고… 또 말리고 칠하기를 여러차례 반복. 마치 도자기를 굽듯 정성을 다하는 장인의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

혹시 잘못 측정한 곳은 없는지 색이 부족한 곳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그의 꼼꼼함이 냄비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듬어진 빨간 자선냄비는 본격적인 완성단계로 들어간다. 모금통을 받칠 삼각대를 재단해 맞추고 다시 모금통위에 모금을 알리는 ‘자선냄비’ 글씨를 새긴 삼각통을 매단 다음 제일 위에 ‘구세군’ 푯말을 붙이면 완성. 글씨도 직접 쓰고 깍는다.

단 한 사람의 손에서 구세군 자선냄비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믿을수 없을 정도로 그의 작업은 정교했다. 김부교는 양철을 깍은 쇳가루와 페인트가 묻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한다.

“힘든 점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만드는 것에만 전력을 다하다 보니 육신의 피로는 말로 표현 못하죠. 하지만 후회해 본적은 한번도 없어요. 하나님의 종이라 생각하며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죠.”

직접 제작을 하면서 ‘힘든것은 하나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의 고백속에 진정한 예수님 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 손에서 만들어진 자선냄비가 서울시내에 설치되어 불우이웃을 도울수 있는 도구가 된다니 제가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죠.”

그렇다. 서울시내에 설치 될 수많은 자선냄비는 모두 그의 작품이다. 자선냄비를 만드는 것이 직업이냐 자원봉사냐고 농담섞인 말로 물었다. “이게 어디 일당이나 월급을 바라고 하는 일입니까?” 되려 질문하는 김광호부교의 말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하교후 하나 둘 모여드는 아이들중 악대부에 속한 원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악대실로 들어가더니 이내 금관악기의 맑고 고운소리가 상암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자선냄비와 함께 우리의 귀를 더욱 즐겁게 해줄 후생학교내 Brass Band. 코넷에 녹이 슬어있고 유포니움이 찌그러지고 트롬본 슬라이드가 부드럽지 못해도 아이들은 마냥 신나게 연습에 열중이다. 좋은환경·좋은악기로 연습못해도 이곳의 아이들은 국내에서 권위 있는 동아콩쿨에 입상하고 대학에도 진학한다.

12월 4일 시종식을 시작으로 한달간 사랑을 모금하는 구세군 자선냄비. 1928년 우리나라에서 첫모금을 시작한 후 7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자선냄비가 처음 시작된것은 지난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시 도시 빈민들이 갑작스런 재난을 당하면서부터다.

배고프고 고통스러운 성탄절을 보내야하는 상황에서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구세군 사관(보셉 맥피 정위)이 주방에서 사용하던 국솥을 거리에 매달아 시민들에게 모금을 호소했고, 거리에 매단 국솥에는 불우한 이웃들이 따뜻한 식사로 배를 채울만큼 충분한 기금이 마련됐다.

한 사관의 깊은 이웃사랑이 오늘날 전세계 100여개국으로 퍼지면서 성탄이 가까와지면 거리에서 불우이웃을 위해 내건 자선냄비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추운 날씨 속에 자선냄비를 만드는 김광호부교의 주름진 이마에선 연신 굵은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그가 아무런 대가 없이 흘린 땀방울 만큼 따뜻한 사랑이 냄비속에 차고 넘치길 소망한다.

이웃사랑을 알리는 빨간 자선냄비,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사관의 종소리, 얼어붙은 마음을 데워줄 음악이 거리에서 또 손끝에서 전해져 예수님의 사랑되어 하늘높이 피어오른다.

<송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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