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한교연, 3.1절 기도회로 ‘국론분열’ 중심에 서다

1일 광화문 3.1절 구국기도회, 탄핵반대집회와 한 무대 이현주 기자l승인2017.03.02 14:03:15l수정2017.03.02 15:54l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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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3.1절 구국기도회는 사실상 탄핵반대집회 일환이라는 의혹을 지워내기 어려워 보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 대거 동원, 탄핵반대 전면 나서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가 탄핵반대집회 사전행사로 전락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은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이날 기도회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교구별로 대거 동원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탄핵반대 전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모아지고 있다.

3.1절 98주년을 맞은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는 탄핵 반대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시민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들려 있었고, 광장 곳곳에는 ‘탄핵 기각’ 문구와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이라는 표어들이 걸려 있었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태극기 집회’가 아닌 순수 기도회를 열겠다고 사전에 밝혔지만 이날 행사를 비롯해 광화문 집회는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측에서 준비했다.

경찰 관계자는 “탄기국이 집회신고를 했고, 기도회도 그 일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도회에서 노골적으로 ‘촛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순서자들은 일제히 “공산주의 척결”을 외치며, 종북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론분열의 책임이 ‘대통령 탄핵’에 있다고 주장하는 등 탄핵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설교에서 “거짓이 한국사회를 파괴하고 미혹하고 있다”며 “공산주의와 거짓, 악성유언비어가 떠나게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설교에 등장한 ‘공산주의’ 표현만 15차례에 이르고 “거짓이 사라져야 한다”는 표현도 7차례나 나왔다. 그는 “이 놀라운 기도의 역사가 남북강토를 뒤엎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시민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한기총 공동회장 이강평 목사는 탄핵을 직접 언급했다. “대통령 탄핵사건이 국론을 분열시켰고, 북한은 핵탄두로 민족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해마다 3.1절이면 이를 기념하는 예배를 드린다. 보수 기독교연합단체를 지향해온 한기총은 애국단체총연합회와 함께 3.1절 기도회를 시청 앞에서 드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기도회는 탄핵반대국민연대와 함께 진행했다. 탄기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인 일명 ‘박사모’가 새롭게 출범시킨 단체다. 정치적 보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행사준비에 참여한 교계 관계자는 “이 행사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기총으로 1억5천만 원을 보냈고, 한기총은 탄기국에 설치한 단상을 사용하기 위해 11시부터 2시까지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탄기국 행사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참석한 성도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참석했다는 한 성도는 “기도회 후에 탄핵반대집회에 바로 이어서 참석하려고 왔다.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한 번도 빠짐없이 집회에 참석했다는 탄기국 소속 70대 어르신은 “오늘 집회는 헌재 판결을 앞두고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인원을 동원해주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가 사전에 입수한 정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절반만 와도 20만 명은 채운다”는 말이었다. 이미 탄기국 내에서는 기독교계 행사를 탄핵반대 행사와 동일하게 홍보해왔다.

한기총과 한교연 관계자들은 행사 직전까지도 탄기국이나 태극기와 관련성이 없는 “순수 기도집회”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한교연 사무총장 직무대행 최귀수 목사는 “나도 이런 행사인줄 몰랐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태극기집회여서 상당히 당황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2부 행사 사회를 진행한 후 황급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

그러나 그동안 한기총과 거리두기를 해온 한교연은 ‘한교총’ 견제에 몰입된 나머지 탄핵반대 집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동안 견지해온 ‘정치중립’을 깨고 말았다.

한교연과 달리 한기총은 탄기국 행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한기총 관계자는 “그걸 어떻게 구분하냐”고 했고,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단상에서 1부 식전행사부터 진두지휘했다. 3.1절 구국기도회를 주관한 교계 인사 중에는 탄기국 핵심회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광용 회장은 탄기국 보도자료를 통해 ‘3.1절 제15차 태극기 집회’를 공지하면서 주최주관을 ‘탄기국+기독교단체’로 명시했고, “대한민국의 대형교회가 대부분 참여한다”고 밝혔다.

▲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가 설교를 전했다. 이 목사는 설교중에 공산주의 척결을 10여회, 거짓을 몰아내자는 표현은 7회나 사용했다.

그렇다면 상생과 통합을 주장해온 이영훈 목사는 왜 분열의 현장인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을까? 여의도순복음교회 해병선교회 소속 봉사자가 그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는 “촛불집회는 기도 같은 거 안 하지 않냐. 우리 이영훈 목사는 중도를 표방하는데 그동안 교회 내부에서 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는 반발이 있었다”고 교회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 대부분은 탄핵을 반대하고 공산주의의 확산을 우려하는 우리 사회 보수였다.

결국 이영훈 목사는 이날 집회를 통해 자신은 ‘보수’라는 정체성을 성도들 앞에 명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교회와 기독교 이름을 내건 한기총과 한교연은 한국사가 기록할 국론분열의 현장 한 가운데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영훈 목사는 “98년 전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이날, 우리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며 “대한민국의 희망은 우리 기독교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98년 전, 우리 국민이 하나 되어 만세를 외쳤던 광화문과 종로 거리는 차벽을 사이에 두고 탄핵반대와 탄핵찬성으로 갈라진 ‘분열’의 가슴아픈 현장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중심에 한국교회가 선 것이다.

역사학자인 감신대 이덕주 교수는 "3.1정신은 민족을 하나로 묶어낸 연대와 연합이었고, 그 바탕에는 평양대부흥으로 시작된 회개와 각성이 있었다"며 "지금은 진짜 정교분리가 필요한 시대이고, 갈등과 분쟁을 야기하는 집회에 교회가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광장집회는 교회가 세를 과시하는 것에 불과하고 3.1정신과 맞지도 않다"며 "기도는 골방에서 하는 것이고, 혼란의 시기에 교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안에 적폐를 해소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하면서 연합단체의 행사를 한국교회 전체로 인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탄기국과 참석자들이 같은 행사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 엄진용 총무는 이날 광고를 통해 “타 단체와 관계없는 순수 기도집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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