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섬 목사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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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섬 목사의 궤변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6.08.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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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15)

제가 제주도에 산다는 것이 저를 아는 분이나, 저와 알게 된 분들에게는 상당한 호기심도 있고, 부러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제주도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국민 대다수가 여름 휴가지로 제주를 선호하면서 제주도에 대한 기대치나 호감이 절대적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제주도에 사는 것을 진작 알고 있던 분들은 “목사님은 제주도를 내 집 드나들듯 하시네요” 혹은 “이웃 집 다니듯 하시네요”라고 합니다. 물론 이 말은, 여느 사람은 일 년에 한두 번도 타기 힘든 비행기를 시내버스 타듯이 자주 이용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 집이든, 이웃이든 사는 곳이 비행기로 움직여야 하는 곳이라면 타야지요. 배를 타고 하루 종일 가서 볼일 보고 오기에는 너무 불합리한 일이지요. 물론 곁에서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면 한 없이 부럽고, 안타깝게 보면 안타까울 수도 있습니다. ‘부럽다’는 것은 이국의 정취가 물씬 나는 제주도를 매일 드나드는 것이요, ‘안타깝다’는 것은 움직일 때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2~3년간 비행기를 거의 매주 탔고, 일주일에 두 번씩 다닌 것도 여러 차례니, 아마 그동안 이용 회수를 합산하면 아마 약 1,200번은 될 것입니다.

이는 제가 제주도에 살고 있는 한, 또 제 일이 이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도 있다면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이는 제주도를 사랑하는 저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저를 보는 이들이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야! 정말 제주도 좋은 곳입니다. 나도 은퇴하면 제주도 가서 살아야겠습니다.” 사실은 아무 생각 없이, 또 거기에 깊은 뜻을 갖고 하신 말씀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안 들리고 엄청 부담스럽게 들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항상 제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주도가 은퇴한 이들의 노후를 위해 국가가 마련한 곳인가요? 이 땅 제주 사람들이 모진 바람과 싸우면서 일구어 놓은 터전인데요. 젊은 시절에는 육지에서 좋은 세월 다 보내고, 일 못하고 나이 들면 제주도에 와서 제주의 과실을 따먹으면 안 됩니다. 그래도 노후에 제주에서 살려면, 젊은 시절 일할 수 있을 때 다만 몇 년이라도, 정 불가피하면 한 해만이라도 제주 땅에 땀과 눈물을 심어야지요. 여기가 무슨 은퇴한 이들만 관리하는 자치 정부(이 말은 노인들을 폄하하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인 줄 아십니까?”

“유럽에 복지정책이 잘 되어 있다고 노인들이 모두 그리로 가면 누가 혜택을 줍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젊은 시절부터 월급의 절반을 연금으로 내고 살았기 때문에, 그 대가를 노년에 받는 것이 당연하지요. 이민이나 여행객들까지 모두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도가 제 땅도 아니면서 제 땅인 것처럼, 제가 제주도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처럼 오만을 부린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물론 우리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곳에 살기 위해서는, 그 땅에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쓴 것은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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