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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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섬 목사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6.07.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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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14)

제주도의 여름은 만원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들어 경제적으로는 즐거운 비명이지만, 보통 서민들은 사방에 넘치는 중국인들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내국인들도 제주도가 휴가지 선호도에서 항상 상위에 랭크될 만큼 많은 분들이 제주를 찾습니다. 목회자와 성도들도 제주도로 전도 여행이나 수련회를 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육지에 사는 분들은 제주도 오는 계(契)를 들었다가 깨져서도 못 오는데, 저는 이곳에서 25년을 살고 있으니 하나님의 복을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런저런 문의를 받습니다. 부탁도 받습니다. 특히 여름철 피서가 절정을 이루는 지금은 호텔, 펜션, 리조트를 비롯한 숙박 업소 소개 부탁과 자동차 렌트에 대한 문의가 참 많습니다. 여행사를 부탁하는 곳도 많습니다. 그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인터넷에 다 있어요!”입니다. 여기서 호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펜션 사장님도 아닌데 답이 없지요.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저에게만 부탁하는 것이면 얼마든지 알아 봐 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사방에 모두 견적 요청을 하면서 저에게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호텔이나 펜션을 잡고 방을 확보해 놓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는 날짜가 임박한 시점에 “목사님, 죄송해서 어쩌지요?” 하면서 못 오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목사님이 다른 데 예약하는 바람에….” 그럼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서로 예약을 했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무질서한 행정 시스템이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제가 소개한 곳보다 몇 푼 싼 곳이 있어서 그 쪽으로 변경했다는 말입니다. 편의주의, 이기주의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당일 회사로 선 입금 가능하다면 예약해 줍니다.

제가 매정한 것 같지만,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런 일로 상처를 주는지 이제는 면역력도 떨어졌고, 자가치유 방법도 바닥났습니다. 그래서 아예 상처를 안 받는 길을 택했습니다. “아는 여행사 좀 소개해 달라”고 해서 교회 집사님이 하시는 여행사를 소개해 주면, 이것 저것 다 요청하고 별별 걸 다 견적 받고는 “죄송해서 어쩌지요”라고 합니다. 알고 보니 소개해 준 집사님의 견적은 다른 여행사의 가격 절충용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그런 일은 저와의 친분을 악용하고, 여행사의 순수함과 서비스업의 약점을 악용한 나쁜 경우입니다.

어떤 분들은 굳이 교회 버스를 빌려 달라고 합니다. 사용료는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렌터카를 이용하시라고 권합니다. 차를 빌려주면 목회자는 차가 들어올 때까지 두 다리를 못 뻗습니다. 그리고 쓰고 나면 어차피 감사헌금 명목으로 얼마 헌금합니다. 기름도 가득 넣어 주고 가야 합니다. 그 돈이면 렌터카 비용을 내고 남습니다. 렌터카는 기름을 안 채워도 됩니다. 그런데 왜 교회 버스를 쓰려고 하시는지? 교회 이름이 적힌 차량이 관광지를 휘젓고 다니면, 현지인들의 영업을 방해하는 꼴이라 현지 선교에도 엄청난 장애가 되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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