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한기총 통합, 길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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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한기총 통합, 길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7.13 15: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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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연합기관 통합 가능할까?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은 올해로 5년째로,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1989년 만들어진 한기총, 2012년 설립된 한교연이 분열을 극복하고 교회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교계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올해가 아니면 통합의 길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통합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대표단은 지난 7일 한기총과 한교연을 연이어 방문해 기구 통합을 촉구했다.

한기총-한교연 분열 원인은?
故 한경직, 김준곤 목사 등 당시 교계원로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2010년 대표회장 금권선거 의혹과 무분별한 이단해제 논란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2년 가까이 파행을 겪었다.

한기총은 당시 10개월 가까이 혼란을 거듭하다 법원에서 파견한 김용호 변호사를 대표회장 직무대행에 두고 법정관리를 받기까지 했다. 직무대행 체제에서 2011년 7월 7일 한기총 내부 구성원들이 합의해 7.7 개혁정관을 통과시키면서 한기총 정상화가 기대됐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대표회장 임기, 교단 순번제 등이 포함된 개혁정관이었지만, 같은 해 10월 28일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선거규정과 시행세칙을 변경하는 새로운 정관개정이 이뤄지면서 갈등은 또다시 커져갔다.

10.28정관에 반대하는 예장 통합, 백석, 기성 등 규모가 있는 상당수 회원교단들이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7.7 정관의 회복을 요구했지만 마지막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3월 한기총 정상화 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교단들이 중심이 돼 한국교회연합 창립총회를 열어 교회협, 한기총과 다른 제3의 연합기관을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한기총은 우려했던 대로 한교연 회원교단들이 반대했던 이단 관련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말았다. 결국 양 기구는 더욱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한때 평신도 단체들이 기구 통합을 요구하기도 했고, 새로운 연합기관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한목협의 제안도 있었지만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지금은 정관보다 이단문제가 기구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합 요구 재점화, 원론적 합의만 있다

지난 7일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영훈 대표회장은 “더 강력하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다”면서 “하나가 되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해결해 대통합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영훈 대표회장과 지역교회 대표단은 취재진을 물리고 별도 만남을 갖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이후 같은 건물 5층에 위치한 한교연을 방문한 대표단은 미국을 방문 중인 이유로 조일래 대표회장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

전 대표회장이나 공동회장 중에서 만나는 방안도 있었지만, 해당 인사들은 연합기관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조일래 대표회장이 출국 전 방문단을 잘 맞이하라는 뜻을 전함에 따라, 한교연 실무국장들이 대표단을 만났고, 기구 통합을 위한 지역연합회의 바람을 대표회장에게 잘 전달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한기총 때와는 다른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조일래 대표회장에게 지역 연합회 요청에 대한 답을 물었다.

조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겠지만 이단 규정은 연합회가 아니라 교단에서 결정하는 것인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통합은 어렵다”며 그간의 원론적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오히려 섣부르게 통합할 경우 더 큰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없다
한기총은 선 통합 후 문제해결, 한교연은 선 문제해결 후 통합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기구 통합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체제에서부터 통합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병희 목사와 이영훈 목사 사이에서는 이단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기총 내 이단 관련 단체들에 대한 행정 조치가 약속됐지만, 한기총 내부적으로 이행되지 못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최근까지도 조일래 대표회장과 이영훈 대표회장은 여러 차례 만나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론은 없었다. 지난 6월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에도 양 대표회장은 내세울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올해 내 기구 통합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고, 조일래 대표회장도 “심도 있게 계속해서 논의해 나갈 것이고, 접근된 의견들이 합의되면 구체적인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양 대표회장의 임기가 올해 끝이 남에 따라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협의 당사자들이 바뀌면 새로운 협의가 다시 진행돼야 한다. 특히 한교연이 지적하는 이단 관련 단체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을 배출한다면 기구 통합의 길은 요원해질 수 있다. 무작정 통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물리적 한계까지 있다. 엄밀히 말하면 불확실성이 더 크다. 여전히 핵심은 이단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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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 2016-07-13 22:24:04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이단이 아닌 사람들을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들의 원죄를 회개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