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 ④극동의 끝에서 헤매는 북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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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 ④극동의 끝에서 헤매는 북한사람들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6.04.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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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더미션로드 대표
▲ 김창범 목사

러시아 땅은 상당 부분이 금세기에는 개발이 어려운 불모지들이다. 시베리아의 중심에 자리해 수백 년을 번성해온 한 도시도 그런 곳이다. 바이칼호 서쪽에서 발원하여 북으로 흐르는 시베리아의 젖줄 레나강 허리에 위치한 이곳은 너무 추워서 “지옥의 문”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영하 60도를 들락거리는 맹추위로 유명하다. 20만이 넘는 인구가 살지만 여전히 오지다. 거대한 시베리아 삼림지대가 시작되는 이곳에서 여러 탈북자들이 치열한 생존의 순간을 산다. 위험을 감수하며 크고 작은 호수와 목초지 가운데 은신하여 새 인생을 꿈꾼다.

러시아에는 이런 오지의 마을이 많다. 무섭도록 조용하고 인가가 드문 이 지역에 누가 사는지 조차 알기 어렵다. 바로 이런 곳이 탈북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의 피신처가 된다. 벌목공이나 건축기능공으로 일하다가 외화벌이 집단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적당히 숨어살기가 좋은 환경이다. 서너 달 전, 이곳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을 비밀리에 색출, 체포한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열다섯 명의 탈북자들이 잡혀서 북송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위부 요원도 탈북자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오지는 아주 위험하다. 강도와 살인이 수시로 벌어진다. 지방정부의 치안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탈북자들을 도우며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 역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성령의 도우심이 아니면 아무 것도 의지할 것이 없다. 이 지역은 극동의 끝일뿐 아니라, 인생의 끝이 될 수 있는 곳이다. 한 탈북자는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이십 년째 살고 있다. 현지 러시아인들 사이에는 집수리 공으로 제법 알려져 있으나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탈북자이므로 북한 보위부에 발각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산다.

최근 한 선교사는 탈북자들을 위해 난민증 발급에 나섰다. 이 선교사는 모스크바의 유엔인권사무국이 파견한 변호사와 함께 현지를 방문했다. 위험한 일이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 고무적인 일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러시아 인권단체도 나서서 탈북자들의 난민증 발급을 적극 돕고 있다고 한다. 5천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지역 탈북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선교사와 인권운동가들이 북한 보위부와 불꽃 튀는 구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북한은 외화벌이에 혈안 되어 있다. 새로운 메뉴, 새로운 형태의 북한식당을 개설하고 숙련된 봉제 인력이나 노련한 의사와 같은 전문 인력을 송출하는 등, 외화벌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서먹해지면서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서 돈벌이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탈북자의 강제북송 협약까지 맺어놓고 이탈자 방지 대책까지 세워두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경제가 거덜이 났다는 얘기로 들리는 대목이다.

북한의 중상류층에 해당하는 4-50대 남성들이 러시아 지역에 외화벌이 일꾼으로 계속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북한 사회의 허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러시아에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며 북한을 개혁할 중심세력으로 자라갈 것이다. 바로 이곳이 북한선교에 있어서도 황금어장인 것이다. 이 지역의 중요성에 눈을 뜬 한 현지 선교사는 “북한을 깨울 복음과 자유의 봄바람은 시베리아에서 불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하나님께서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도록 러시아를 기회의 땅으로 열어놓으신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를 의지할수록 러시아는 북한선교의 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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