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성장학의 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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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성장학의 역기능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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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은 내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동안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인기가 높았던 교회성장이론이 역기능을 일으키면서 초래한 것이라고 보여 진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교회성장학은 선교학을 사회학적인 측면서 접근한 것으로 ‘도날드 맥가브란(Donald A. McGavran)의 비젼과 영향력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수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교회는 죽은 교회라고 하면서 교회 성장은 ‘하나님에 대한 성실성’(faithfulness to God)의 표현이며 그것은 더 나아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였다.

맥가브란의 교회성장학은 20세기 후반 세계 여러 지역 교회의 양적 성장을 강하게 주도하였고 그 결과 지난 30년 간 전 세계에 수많은 대형 교회들이 세워졌다.

그러나 맥가브란의 교회성장학은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는 이론과 방법을 제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큰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었다.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교회성장학을 “교회의 양적인 성장이 모든 것을 말한다”는 관점에서 수용하며 지나친 성장 일변도의 이데올로기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그 같은 성장 이데올로기는 역기능을 일으키면서 교회 내부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표출시키게 된 것이다.

그 첫 번째 문제점은, 지도자들이 교회의 숫자적인 부흥을 위해 경영적 마인드와 비즈니스 감각으로 교회를 접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교회를 접근하면 교회의 영적인 일들이 효율성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교회의 프로그램이 효율적이지 않으면 죄악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은 어떻게 하면 교회가 사람들의 필요를 효율적으로 만족시킬 것인가를 묻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인들은 교회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효율적인 종교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가 되고, 지역 교회에서 실행되는 전도라는 거룩한 행위는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는 사역이라기보다는 교회의 등록된 회원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다루는 개념으로 변질된다.

또한 교회 공동체는 멤버십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클럽화 되어 효율적인 종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혹은 심지어 원하는 종교 상품을 골라 사는 가판대(a vendor of religious services)가 될 위험이 많다.

이러한 교회는 언제나 소비자를 절대화 하게 되며 복음의 메시지는 개인적 성취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게 된다.

두 번째 문제점은, 교회 성장 이데올로기는 같은 지역 내의 교회들을 서로 경쟁자 혹은 심지어 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이 무너져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살벌한 경쟁 논리를 따라 적자생존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웃 교회 간에 치열하게 진행된다.

게다가 이러한 교회 성장 이데올로기는 이웃 교회의 양들을 무차별적으로 데려오는 ‘양 노략질’(sheep stealing)로 이어져 목회 윤리의 부재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그 결과 같은 지역 내에 세워진 교회들은 한 형제 한 자매라는 하나 됨의 연합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최근 일반 사회에서 경쟁 업체간에 유행하는 상생의 원리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

천안대학교 선교신학 / 방동섭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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