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적 성경해석은 반학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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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적 성경해석은 반학문적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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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를 전후로 학문적 원리는 크게 신앙주의와 객관주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계몽주의 이전에 학문에 대한 지배적 원리는 신앙주의였으며, 신앙주의는 인간 이성에 대해 정도 이상으로 배타적이어서 바람직한 기독교 학문의 토양이 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신앙주의는 그 반동으로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적 객관주의를 불러왔고 객관주의는 학문을 세속화 시켰다. 우리는 바람직한 기독교 학문 정립을 위해 신앙주의와 객관주의 양자를 모두 비판해야 한다.

신앙주의
신앙주의(Biblicism)적 학문 원리는 인간 이성에 대해 정도 이상의 불신을 가지고, 계시나 성경만을 진리 인식의 유일한 권위라고 생각했다. 물론 성경은 유일한 권위를 가지고 있고 무오하다.

성경이 무오하다는 것은 성경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성경이 역사 참고서이며 과학 참고서라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문자적, 자료적 해석의 한계를 무시한 무분별한 신앙주의적 학문 원리는 성경의 몇몇 특수한 본문을 가지고 성경과 학문을 잘못 관계 지우고 있는데 그 몇 가지 실례들은 다음과 같다.

창세기1:2- 현대의 물질파동설, 욥기 38:35 - 무선전신, 히브리서 11:3 - 원자이론, 요엘 서2:3-4 -자동차, 이사야서 31:5 - 비행기, 전도서 10:20 - 라디오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예들은 무리하게 성경 구절을 학문적으로 적용한 실례들이다.

성경구절이 전혀 학문의 자료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는 보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 학자들은 때로 성경구절 그 자체에서 놀라운 학문적 자료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적이고 해석학적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단순한 성경구절의 항시적이고, 문자적인 적용은 반 학문적이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접근은 다름 아닌 성경 구절 상호 간의 문자적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체로 성경은 현상학적 언어로 기록되었다. 성경이 태양이 뜨고 지는 것에 대해서 말할 때와, 또한 토끼의 새김질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그것은 단순히 관찰한 바에 의해 일상적이고 현상학적인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과학 시대에도 우리는 이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 지구의 움직임을 묘사하지 않고 태양이 뜨고 진다고 말을 해도 성경이 과학적이 아니라고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객관주의
계몽주의 이후 근대와 현대의 주도적 지식이념은 객관주의이다. 객관주의적 학문 원리의 특징은 첫째, 정확하게 형식화된 지식을 선호한다. 확정과 불확정의 경계선에 있는 지식은 확정할 수 있는 지식으로 환원하고, 환원이 되지 않는 지식은 배제한다.

둘째, 객관주의는 환원주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볼 때 수학과 물리학이 학문의 전형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모든 지식은 끝내 물리학으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한다. 존재론적 관점에서 볼 때 오직 물리적 현실만이 참된 현실로 인정되고 환원할 수 없는 것은 참된 현실로 보지 않는다.

상술한 바와 같은 학문 원리를 가지고 있는 객관주의는 자연히 학문적 작업에 있어 성경의 적용에 대해 배척적이다. 성경은 단지 신앙적 자료이지 학문적 자료는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신앙과 이성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이원론적 입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구분한 희랍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객관주의는 폴라니와 쿤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 비판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그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폴라니는 새로운 이론이 수용되는 데는 관찰과 실험보다는 개별 이론이나 설명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폴라니는 믿음이 없이는 어떤 지식활동도 가능하지 않으며, 믿음은 모든 지식의 원천이고, 이와 관련된 암묵적 동의와 지적 정열은 사물의 본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형성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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