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외면 받는 교회사…'교회다움' 회복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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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서 외면 받는 교회사…'교회다움' 회복 먼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10.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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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국정화… 한국교회 역사 알리는 기회 될까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에서 기독교에 대한 서술이 상당히 적었다며 문제를 제기해 온 교계 역시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기독교 서술을 늘려달라고 요구 했다가 좌절을 경험했던 터라, 이번 국정교과서 재도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기류는 지난 8일 열린 한국교회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이강평 목사, 이하 공대위) 기자회견에서 잘 나타났다. 공대위는 성명을 통해 “한국사 교육과정에 나타난 종교편향과 기독교 차별에 대해서 시정하고,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편향과 기독교 차별을 인정하고, 시정할 것 △역사교과서의 종교편향을 묵인하고 수정을 거부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중고등학교 집필기준에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기독교가 공정하게 서술되는 역사교과서를 만들 것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집필기준을 만들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대위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교계가 국정화를 등에 없고 ‘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이같은 요구가 비단 국정화 논란을 틈타서 나온 갑작스러운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8년 금성출판사 근현대사교과서를 보면 한국기독교에 대해 ‘지나치게 복음주의적이어서 제국주의 일제를 옹호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것은 심각한 왜곡이기 때문에 이것을 시정하는 것에서부터 한국교회가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공대위 활동의 역사성과 지속성을 설명했다.

이어 현행 역사교과서의 ‘종교편향’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독교 서술이 빈약한 대표적인 사례로 ‘미래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지목했다. 해당 교과서의 기독교 관련 서술이 ‘개신교는 미국과 수교 이후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차츰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단 한 줄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대부분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불교에 대해서는 시대마다 여러 쪽에 걸쳐서 설명하고, 천주교 및 천도교(동학)도 상당한 분량으로 서술한 것에 비해 기독교는 단 몇 줄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했다.

박명수 교수는 먼저 “세계 속의 한국 역사를 설명한다는 교과서의 목표를 감안했을 때, 근대사회에서 세계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한국교회의 존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방 이후 다뤄져야 할 중대한 정치사로 일제의 지배 방식과 한국사회의 대처, 즉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꼽는다면 개신교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립운동과 관련해서는 전 국사편찬위원장인 이만열 교수도 같은 목소리를 낸 바가 있다. 지난 8월 한국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김경원 목사)가 주최한 기독 민족지도자 후손 초청 행사에서 축사로 나선 이 교수는 “3.1운동 당시 경찰에 잡혀간 17~20퍼센트가 기독교인이었다”면서 “1600만 인구에서 기독교인구가 1.5%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기독교인들이 독립운동에 얼마나 치열하게 참여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장의 기독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좋은교사(공동대표:김진우 임종화) 산하 기독역사교사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김영식 교사는 현행 교과서의 기독교 서술이 크게 누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2천년에서 3천년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100여년에 불과한 만큼 현재의 비중이 크게 문제될 만큼은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평등사상의 확산이나 여성의 참여증가 등에 있어서 기독교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았기에 서술이 늘어나야 한다면 그런 부분을 다뤄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김 교사는 “교과서에서 기독교의 비중 을늘리는것만큼이나중요한것은실제수업 을 진행하는 교사들의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라 면서 “일선 교사들에게 기독교가 비춰지는 모습 이 어떤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세상에 비춰지는 모습을 보면 가톨릭의 경우 교황을 중심으로 약자의 편에서 함께 싸워주는 모습이 역사 교사의 시각에서 의미 있다고 보여 수업에서 다뤄질 수 있다”면서 “반면 교회의 경우 나눔과 봉사에 앞장선다고 하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부분은 그런 모습보다는 기득권을 대변하는 모습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회가 역사책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약자의 편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과 고아, 과부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닮아간다면 오히려 선교에 도움이 되고, 역사 교사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국정화와 관련해서도 “한두 줄 서술을 더 실어달라고 국정화를 지지한다면 오히려 일선 교사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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