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총회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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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총회의 고민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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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을 맞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고민에 빠졌다. 교단 희년을 맞아 오는 9일 총회회관 기공식을 계획하고 있으나 최근 총회회관 건물이 들어설 현 교육원 본관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일에는 목사, 평신도 등 기장인 1백여 명이 총회교육원 잔디밭에 모여 ‘고난의 한국현대사와 기장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교육원 본관 철거 반대’를 부르짖는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그 동안 총회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서만 목소리를 키워오다 이날 드디어 실제 움직임으로 반대 뜻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총회교육관 보존을 요구하며 의견을 게재했다. 이들의 주장은 총회 교육원 건물은 건축물로서의 보존 가치뿐 아니라 가나다 선교사들의 희생과 신앙 정신의 맥을 지닌 건물이며 70, 80년대 민족화 운동의 본거지였고, 선교신학대학원을 설립하여 유신독재로부터 탄압 받고 대학으로부터 강제 퇴학당한 학생들을 불러모아 수많은 목회자를 양성한 자리로 그 역사적 의미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

삼일교회 하태영목사는 또한 “‘총회도 교회다’고 주장하면서 근린상가와 오피스를 지을려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수퍼 미장원 이발소 호프집 PC방 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신앙유산인 교육원 본관 건물을 보전하고 총회회관은 규모를 줄여서 교회건물답게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현샘교회 김대영목사, 나눔의교회 권종범목사, 성마가교회 석일목사, 장산충일교회 이승정목사 등은 “기장교회가 값싼 물량주의로 편승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신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윤응진 교수도 “총회교육원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며 “기장 교단이 50주년 기념 사업으로 한다는 일이 역사를 보전하는 일이 아니라 해체시키는 일”이라며 가세하고 나섰다.

즉 총회회관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총회교육원 건물을 보존하면서 총회회관의 규모를 재조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총회 김종무총무는 “그러한 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며 건축위원회 토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기도하고 진행하고 있으므로 총회회관 건축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현재 기장 총회는 ‘역사성’과 새로운 ‘희년 기념관’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진행해온 총회회관 건물 신축을 중단할 수 없는 총회의 입장 그리고 역사성을 살려 규모를 축소해 건립하거나 필요한 건물만을 건축하자는 이들의 주장 모두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총회의 ‘포용력’이다. 양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을 추진하고 있는 총회가 얼마나 반대측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 혹은 조절하느냐에 따라 ‘축제분위기’의 희년대회를 맞이하느냐 아니면 ‘가시방석’과 같은 희년대회를 맞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기장 총회의 대처 능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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