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모델은 "오직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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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모델은 "오직 예수님"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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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도 동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예수님을 닮은 기독교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평생을 예수님의 사랑실천에 헌신한 기독교인을 만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 예수님께 사로잡힌 사람
민수선전도사. 재소자를 돌보는 보람선교회 창립식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지만 그에게 남다른 예수님의 향기가 풍겨져 나왔다. 그 아름다운 만남을 잊지 못해 서해대교 개통이후 한참 해돋이 마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충남 당진군 소재 왜목마을에 찾아갔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최근 깔끔하게 신축된 듯한 콘도나 팬션주택과는 거리가 먼 허름한 농가주택이었다. 평생을 이웃을 위해 헌신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눠주고, 지금도 재소자들의 영혼구원에 노력한 사람에게는 가혹해 보일 정도로 오래된 농가주택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그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었다. 예수님에 완전히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이런 외형적인 조건이 큰 장애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예수님의 은혜를 체험한 사람만이 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무언의 충고를 하는 듯 했다.

4년 전, 영동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입원한 후 자식들은 더 이상 그녀가 재소자들을 돌보지 못하도록 이곳 낮선 마을로 보냈다.

“이제 자식들도 자리 잡고 살게 되었고 부모님 편히 모시겠으니 교도소선교 그만두시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여생을 즐기세요. 30년 동안 공무원 생활하면서 자식들을 위해 뒷바라지 했으니 이제는 자식들이 효도하겠다” 는것이 이유였다.

큰아들은 부모님이 타고 다니던 승용차까지 폐차시키면서까지 교도소선교를 못하게 했다. 큰 아들은 고급 경찰 공무원, 둘째는 대기업 직원, 셋째는 해군사관학교 졸업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군인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다.

부족함이 전혀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 될만큼 효도자식들을 두었다. 그러나 3형제는 용돈을 보내주면 모두 재소자들의 선교에 사용하는 부모님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자식들의 노력은 민전도사의 결심을 막지 못했다.

집에서 손자들의 재롱이나 보면서 편한 여생을 즐길 나이인 그녀가 낮선 타향에서 여러 교도소를 다니면서 연고자 없는 재소자들을 돌보는 까닭은, 예수님의 사랑만이 재소자들을 새로운 삶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지금은 시내버스를 네 번이나 갈아타고 홍성교도소에 다니면서도 재소자 영혼구원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 그녀의 나이는 65세.

● ‘큰 누님’으로 불린 교정공무원
그녀가 처음부터 전도사로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 3월 교도관으로 근무하면서 재소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남다른 믿음을 소유한 그녀는 재소자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차츰 그들에게 빠져들었다. 재소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생의 즐거움이 되었고, 재소자들이 변하는 것을 보고 복음의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봉사가 마냥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이 아니다.

주의의 시기와 질투, 인사상 불이익, 좌천 등의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당시 최고의 권력가와 정치가들이 수용되는 서울구치소에서 잘나가는 민부장으로 교정직공무원의 ‘큰 누님’으로 통했고, 청렴한 공무원으로, 또는 재소자들의 어려움을 보면 못 참는 눈물 많고 사랑 많은 ‘큰 누님’으로 통했다.

그 ‘큰 누님’은 26년 동안 오로지 예수님에게 배운 사랑을 실천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어려운 재소자가 있으면 자신의 집에 데려와 따듯한 밥 한 그릇을 먹이며 새로운 삶에 희망을 심어주었고, 자식을 양육할 수 없는 재소자들의 자식들을 좁은 자신의 집에서 길러내면서 오로지 예수님의 사랑 실천에 평생을 바쳐왔다.

자신이 만난 80% 이상의 재소자들이 부모들의 무관심과 가정환경 때문에 죄를 범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더 이상 재소자들이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사랑과 헌신의 복음을 심어주었다.

● 오직 남을 위해서만 살아온 삶
“삶의 유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우선 남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남에게 이익도 손해도 주지 않으면서 자기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예수님은 오직 남을 위한 삶을 살았지요.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보면 죄는 밉지만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어쩔 수 없는 환경이 그들을 불행으로 몰고 갔지요. 그들에게 자신의 일생을 통해 단 한번 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의 예수님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언제나 아쉬움이 남았다. 정복을 입은 공무원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재소자를 도와줘도 예수님은 사라지고 공무원의 본문만이 강조됐고, 이런 고민이 결국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85년 명예퇴직을 신청하게 만들었다.

퇴직 이후 18년 동안 퇴직금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재소자의 친구로 살아오는 데 써 버렸다. 이제는 민전도사에게 남은 검은 나약해진 육체와 평생을 동반자로 자신을 지켜온 남편인 배선관목사 뿐이다.

30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하고 늦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한 배목사(69세)만이 유일한 민전도사의 후원자로 또는 동업자로 그녀의 옆을 지켜주고 있다. 자신의 퇴직금을 남인천교회를 건축하는데 다 내 놓고, 이제는 예수님의 사랑밖에 더 이상 나눠줄 것이 없어 보이는 배목사. 그와의 짧은 만남도 긴 여운을 남겼다.

“많이 가졌다고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배목사(69세)의 표정에서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목회자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예수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 남은 여생 잃어버린 영혼 구할터
30년간을 한번도 새벽예배를 빠진 적 없던 민전도사. 요즘 야맹증으로 조금만 어두우면 아무것도 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위의 권위로 보람선교회를 창립하고, 한 순간의 실수로 사회와 단절된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녀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길 빌면서 아쉬운 짧은 만남을 접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헌신에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기대하면서 아쉬운 만남을 뒤로했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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