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 '돈 선교' 오명 지우려면, 청지기 정신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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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 '돈 선교' 오명 지우려면, 청지기 정신 회복해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7.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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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KMQ포럼, '한국선교 패러다임 진단 및 전망'
▲ 선교사와 돈은 어떤 관계일까. 선교비 비중이 높은 교회만이 선교에 열심인 것일까. 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 속에 돈 문제로 위기를 겪고있는 한국선교에 대한 진단과 함께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삼광교회에서 열린 한국선교KMQ포럼에서는 GMS 김활영 선교사가 쓴 '한국선교는 돈 선교인가?'라는 제목의 발제문이 공개됐다.

선교사와 돈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하고 있는 A선교사. 그는 학원 비즈니스를 통해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자비량 선교사로, 8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6개 교회를 개척했다. 그가 세운 현지 사역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자비량 선교사로 섬기고 있다.

그러나 선교사 자신과 현지인 지도자의 생활수준이 너무 크다는 것에 갈등을 느껴, 자신의 수입을 조금씩 나눠주기 시작해 나중에는 매월 현지 직장인들이 받는 수준의 액수까지 이르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현지 지도자 3명이 A선교사를 찾아와 이전처럼 자비량으로 사역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월급에 해당되는 돈을 받으면서 기쁘고 감격스럽던 마음은 점차 사라지고 생활이 힘들 때마다 주님이 아닌 선교사의 얼굴이 떠올라서 이러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것.

이후 선교사 자신도 사역이 종교경찰에 발각되면서 추방을 당하고, 학원도 폐쇄되자 파송교회들의 선교비 지원으로 생활의 위기를 면하기는 했지만 후원교회가 늘 신경 쓰이고 마음에 평안이 없어서 다시 자비량으로 돌아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선교사와 돈은 어떤 관계일까. 선교비 비중이 높은 교회만이 선교에 열심인 것일까. 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 속에 돈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선교에 대한 진단과 함께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삼광교회에서 열린 한국선교KMQ포럼에서는 GMS 김활영 선교사가 쓴 ‘한국선교는 돈 선교인가?’라는 제목의 발제문이 공개됐다.

한국선교, 어쩌다 ‘돈 선교’ 됐나
김 선교사는 먼저 “선교와 돈은 분리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분리를 주장하고 또 많은 교회들이 실제에서 분리하고 있지만 돈 없다면 선교는 죽고 만다”는 OMF 데니스 레인 선교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선교와 돈의 관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선교사 한 가정(4인기준)을 훈련시키고 파송해 한 텀(4년)간 소요되는 비용이 약 1억 2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에 이른다”고 소개하며 “한국 선교사들이 돈을 중심으로 선교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현장과 선교계, 현지 교회로부터 ‘돈 선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교적 교회의 기준과 관련해서는 “지금 한국 선교계는 교회 전체예산에서 선교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교회의 선교 참여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두는 경향이 있다”며 “비율이 높을수록 선교에 열심 있고 선교비 예산이 잡혀있지 않다면 선교하지 않는 교회로 간주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전도비 예산이 적다거나 또는 없다고 할지라도 전도에 관심 없다거나 전도하지 않는 교회로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며 “돈 없이도 전도는 할 수 있지만 선교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열심히 선교하다 보니 깊은 생각 없이 한국교회는 선교와 선교비를 함수관계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선교사는 ‘돈 선교’라는 용어를 한국선교의 사역적 특성에서 발생한 용어로 인식했다. 그는 “한국선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장과 맞물려 동시대 서구선교사의 풍요한 수준에 근접해가려고 애쓰고 있다”며 “일찍이 서구 선교사들로부터 교육과 의료분야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경험으로 말미암아 ‘우리도 투자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고 분석했다. 또 “예배당만 있다면 바로 하나의 교회가 시작되었던 교회개척 경험을 바탕으로 ‘예배당 짓기’ 전략이 도출됐다”면서 “이를 통해 선교사와 교회 모두가 선교비에 관심을 돌리게 됐다. 밀물처럼 한국 선교사들이 몰려 들어갔단 지역들은 대게 ‘돈 선교’가 용이하던 지역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선교가 ‘돈 선교’로 불리게 된 또 한 가지 원인으로는 한국교회의 세속화가 그대로 한국선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선교사는 “맘모니즘에 쉽게 노출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국교회가 성경적인 창조질서에 따르는 청지기 정신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렇게 병든 한국교회는 선교사역과 선교비 관계에서 오락가락하며 갈등과 혼돈 속에 휘말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과 무관한 선교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교사도 물질의 공급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선교비 마련을 위한 패턴이 생겨나고 없어지곤 했다. 바울도 선교사로서 ‘이와 같이 주께서도 복음을 전하는 자들은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명하셨다’면서도 하나님의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모양으로 물질을 공급받았다. 바울은 빌립보교회 성도들로부터 여러 번 풍성한 선교비를 받으며 ‘향기로운 제물이요. 하나님을 기쁘게 한 것’이라고 축복했다.

현대 개신교 선교의 아버지인 윌리암 케리도 ‘선교회’라는 선교비 관리조직을 결성했고, 허드슨 테일러는 믿음선교(Faith Misson)이라는 새 용어를 선교 역사에 추가했다. 이밖에도 텐트메이커, BAM, NGO 같은 다양한 패러다임이 시대마다 교회가 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등장했다.

김활영 선교사는 지금까지 한국선교가 재원마련에 있어 지나치게 ‘개선교사중심’ 혹은 ‘개교회중심’ 패러다임에 치우쳐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패러다임들은 한 결같이 돈에 비중을 지나치게 두고 있다”며 “선교사도 교회도 모금과정에서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또 “선교비 지원에서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경계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점점 까다롭고 구체화 되고 있다”며 “모금을 위한 홍보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사용하는가하면, 안식년이 모금하는 기간이 되는 것도 부족해 매년 수차례씩 귀국하는 선교사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현상은 교회와 선교사가 처음의 헌신과 열정을 잃어버렸다는 명확한 증거”라며 “‘믿음선교’라는 새로운 믿음의 행동화가 모금을 대체하는 패러다임으로서 초심을 회복하는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청지기 정신의 회복 필요
‘경제’를 뜻하는 영어단어 이코노미(Economics)는 청지기의 행위를 뜻하는 ‘오코노미아(Oikonomia)’에서 파생됐다. 김 선교사는 “청지기의 사명은 자기에게 맡겨진 주인의 자산을 잘 관리하고 생산성을 내어 주인의 집에 일하는 모든 사람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경제를 자본과 자유주의 시장이 지배하도록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완전하고 영속적인 자본의 소유주라고 본다. 그러나 성경적인 관점에서 자본의 소유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다. 이를 붙들고, 보존하고, 새롭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김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무방비 상태로 자본주의 사회에 던져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 역시 선교비라는 돈의 위력 아래서 복음을 전파하고 복음을 살아가는 현실적 과업이다. 선교비라는 이름으로 모금되고 관리되며 사용될 때에 돈이 가지고 있는 단순한 ‘보편적 등가물’역할 이상으로 복합적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며 “돈은 우상이 되기도 하고 축복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의 말처럼 돈이 가는 곳에는 기쁨이 있고 격려가 있고 사랑이 넘치기도 하지만, 실망과 미움이 넘치기도 한다. 선교비라고 예외는 아니다. 선교사와 현지인, 선교사와 선교사, 선교사와 후원자 사이에서 돈이 오가는 데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는 바로 돈에 대한 패러다임이 청지기 정신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김 선교사는 마지막으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도 자본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시대에서, 한국선교는 돈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성경적인 청지기 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며 “맘모니즘을 극복할 신학과 조직과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교회의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세계선교협의회 한정국 사무총장과 SMI 김연수 대표 등 9명이 발제자로 나섰다. KMQ 편집인 성남용 목사(삼광교회)는 “패러다임은 불변의 진리를 다루는 게 아니고, 오직 우리의 해석적 시각, 즉 인식론적 영역을 다룬다”며 “한국 선교계도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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