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의 문화칼럼] 흰 옷을 입은 사람
상태바
[허진권의 문화칼럼] 흰 옷을 입은 사람
  • 운영자
  • 승인 2015.07.03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진권의 기독교미술 간파하기 (35)
▲ '흰 옷', 오승언 학생 작품.

졸업 작품 심사 때였다. 일견하여 너덜너덜한 천을 걸친 마네킹이 보였다. 누가 어떤 의도로 한 것인지 궁금했다. 여러 명이 발표하고 마침내 그 작품 차례가 됐다. 평소에 늘 열심히 연구하고, 신앙생활도 열심이었던 오승언 학생이었다. 기대가 됐고, 발표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점입가경! 그 곳은 심사장이 아니라 마치 신앙 간증시간과도 같았다. 다음 소개하는 작품은 그가 요한계시록 3장 4∼5절의 말씀 중 ‘흰 옷’을 주제로 고민한 작품이다.

“저는 평소 주일날 교회에 나가 설교말씀을 듣거나 성경을 읽을 때 오는 영감으로 작업을 합니다. 이 설치 작업도 설교말씀을 듣고 영감을 얻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교 말씀은 요한계시록 3장 4∼5절의 말씀이었는데 ‘흰 옷’이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과연 나에게 허락하신 흰 옷이 있을까?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흰 옷이 구원받은 징표 같은 것이라면 나의 흰 옷은 온전한 흰 옷일까?’이런 물음들은 저의 신앙생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옷의 재봉선만 남기고 천은 다 잘랐습니다. 몸을 보호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는, 어쩌면 옷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천을 다 잘라내고 재봉선만 남겼습니다.

신앙생활은 믿음과 행함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대 기독교인이나 종교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믿음은 빠지고 겉치레식 행함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옷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살이 발린 앙상한 뼈만 남은 물고기처럼, 겉치레만 남은 부끄러운 신앙생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이 모습은  현대 기독교인이나 종교인들의 모습이 아니라 저의 모습입니다. 저의 신앙생활 모습을 고백하고, 보여줌으로써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신앙생활을 한 번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현대미술, 특히 개념미술은 자신의 관점과 수준에 따른 편견을 버리고 작가와 대화가 절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말씀의 본질을 떠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행하는 어리석음을 떨쳐야 한다.졸업 작품 심사 때였다. 일견하여 너덜너덜한 천을 걸친 마네킹이 보였다. 누가 어떤 의도로 한 것인지 궁금했다. 여러 명이 발표하고 마침내 그 작품 차례가 됐다. 평소에 늘 열심히 연구하고, 신앙생활도 열심이었던 오승언 학생이었다. 기대가 됐고, 발표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점입가경! 그 곳은 심사장이 아니라 마치 신앙 간증시간과도 같았다. 다음 소개하는 작품은 그가 요한계시록 3장 4∼5절의 말씀 중 ‘흰 옷’을 주제로 고민한 작품이다.

“저는 평소 주일날 교회에 나가 설교말씀을 듣거나 성경을 읽을 때 오는 영감으로 작업을 합니다. 이 설치 작업도 설교말씀을 듣고 영감을 얻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교 말씀은 요한계시록 3장 4∼5절의 말씀이었는데 ‘흰 옷’이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과연 나에게 허락하신 흰 옷이 있을까?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흰 옷이 구원받은 징표 같은 것이라면 나의 흰 옷은 온전한 흰 옷일까?’이런 물음들은 저의 신앙생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옷의 재봉선만 남기고 천은 다 잘랐습니다. 몸을 보호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는, 어쩌면 옷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천을 다 잘라내고 재봉선만 남겼습니다.

신앙생활은 믿음과 행함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대 기독교인이나 종교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믿음은 빠지고 겉치레식 행함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옷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살이 발린 앙상한 뼈만 남은 물고기처럼, 겉치레만 남은 부끄러운 신앙생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이 모습은  현대 기독교인이나 종교인들의 모습이 아니라 저의 모습입니다. 저의 신앙생활 모습을 고백하고, 보여줌으로써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신앙생활을 한 번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현대미술, 특히 개념미술은 자신의 관점과 수준에 따른 편견을 버리고 작가와 대화가 절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말씀의 본질을 떠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행하는 어리석음을 떨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