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성혼 합법화… “국내에 영향 적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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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성혼 합법화… “국내에 영향 적지 않을 것”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6.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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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미 연방대법원 판결…‘무지개 물결’ 속 반대도 많아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판정을 내린 뒤 백악관은 무지개 빛 조명으로 이를 자축했다. 사진출처=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전역에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환영의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이를 둘러싼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가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미국의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에서는 게이인 제임스 오버게펠이 “사별한 배우자의 법적 ‘남편’이 될 수 있게 해달라”며 제기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 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동성 간일지라도 합법적인 결혼이 가능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미국 전역의 동성 결혼 합법화가 이뤄지게 됐다.

동성혼에 호의적 여론이 판결 주도

판결 이전에도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해 왔지만 이번 판결 이후 지금까지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았던 앨라배마, 아칸소, 조지아,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등 14개 주도 동성결혼을 허용해야만 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의적인 여론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미국의 NBC 방송국은 1996년 갤럽조사에서 27%에 불과했던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여론이, 지난달 조사에서는 찬성이 60%에 이르는 등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무지개’ 축하물결 이어져

판결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미국인들의 승리”라며 “모든 미국인이 평등하게 대우받을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스타벅스커피와 코카콜라, KFC 등 세계적 기업들도 성적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무지개색깔로 이벤트 상품을 내 놓으며 동성결혼 합법화에 지지의 뜻을 표했다.

이밖에 애플의 CEO 팀 쿡과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가수 비욘세, 레이디 가가, 마돈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도 SNS를 통해 ‘무지개 물결’에 동참했다.

반대도 만만치 않아

그러나 동시에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해오던 이들의 반발도 터져 나왔다. 재판에 참여했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본 보편적인 정의는 역사적인 우연이 아닌 자연적인 필연에 의한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공화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종교의 자유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역시 “사법 독재에 맞서 싸우자. 미국의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종교계, “하나님이 심판하실 것” 경고

종교계도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미국 천주교 주교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음을 선언하는 것은 심히 부도덕하고 부당하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빌리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우리를 죄악의 길로 이끌고 있다”며 “우리가 회개하지 않으면 하나님은 대통령과 우리를 하나의 나라로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기독교의 대표적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도 “새로운 재앙은 동성연애가 아니라 그것을 국가로 제도화하고 합법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까지 버티는 남부 주(州)

그런가하면 보수적 성향의 남부의 주(州)들은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의 명확한 지시가 있기 전까지 동성 부부에 대한 결혼 허가증 발급을 보류하겠다는 방침이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텍사스 등 동성결혼에 반대해 온 주들은 종교의 자유 원칙과 각 주의 원칙‧권리 등을 내세워 동성결혼 허가증 발급을 미루고 있다. 이미 연방대법원의 판정에 따라 각 주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음에도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발급 시점을 최대한 미룬다는 입장인 것. 현지 언론은 이들의 ‘최후의 저항’이 길게는 수일에서 수 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 미칠 영향은?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6일에는 국내에서 동성커플로는 처음으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와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서울 서대문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혼인신고 반려 처분 취소 소송 첫 심문기일이 열린다.

이들의 소송을 계기로 향후 국내에서도 동성결혼이 법원 안팎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 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법조인은 “미국의 결정은 헌법상 평등의 의미를 해석한 판결”이라며 “동성혼을 논의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에 앞서 같은 북미 대륙에 위치한 멕시코와 케나다는 각각 2015년과 2005년에, 남미의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도 2010년 이후 동성혼을 허용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과 프랑스, 스코틀랜드 등 13개 나라가 동성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홀리라이프의 이요나 목사는 “미국 대법원의 발표가 최근 열린 국내 퀴어축제에 참가한 이들에게 큰 활력이 됐을 것”이라면서 “리퍼트 미국대사가 개인자격이 아닌 나라를 대표해 퀴어축제에 참가한 것이 그중 하나다. 앞으로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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