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시급한 과제, 분단과 증오의 장벽 허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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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시급한 과제, 분단과 증오의 장벽 허무는 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4.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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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대 2015 춘계 국제학술대회,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 개최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대결과 갈등을 부추겼던 과오를 반성하고 우리 마음에 쌓인 증오의 장벽, 분단의 장벽부터 허물고 화해하는 것이 시급하다.”

불안한 동북아 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단 70년을 맞는 한반도가 능동적 주체가 되어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신학대학교(총장:유석성) 2015 춘계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3일 성결의전당 토마스홀에서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증오와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마음의 통일’이 시급한 과제로 요청됐다.
 

▲ 서울신학대학교 2015 춘계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3일 성결의전당 토마스홀에서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개최됐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승패없이 끝난 전쟁은 통일이 아니라, 분단 고착화를, 적대관계를 격화시키며, 남과 북은 동서냉전 전초기지가 됐다. 휴전 60년이 지난 지금도 남과 북이 서로를 불신하며 증오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군비 통제를 실현하는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해결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동북아의 과제를 설명한 유석성 총장(서울신학대학교) “한·중·일 3국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바른 역사 인식을 갖춰야 하며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침략과 전쟁의 과거 역사를 극복하고 상생과 공존의 길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 이뤄야

한반도 통일과 평화 공존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협력과 교류를 통한 ‘사실상의 통일’ 실현하는 것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냉전 구도에 있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남북이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 모델이 제시됐다.

“법적 통일에 앞서 ‘사실상의 통일’의 상황부터 실현하자”고 강조한 임동원 전 장관은 “이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들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에도 충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중국-타이완의 경험에서 보 수 있듯, 국제 정세가 통일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단국가가 취할 수 있는 차선책은 평화공존하며 교류 협력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부터 이뤄야 한다는 것.

특히 임 전 장관은 “평화통일은 용서와 화해, 사랑과 나눔을 통해 북한 동포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라며 “북한 정권을 외부의 힘으로 붕괴시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내어 내부의 힘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접촉과 교류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통일 과정에서 당면한 난제를 남북이 힘을 합쳐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협력기구인 ‘남북연합’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남과 북이 화해하고 경제협력을 비롯한 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교류 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다질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화적 공존, 교회가 중심이 돼야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서로 원수가 되고 불신과 대결의 냉전 반세기를 살아온 한민족에게 ‘화해’를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협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음의 능력’을 가진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이념과 체제로 인해 벌어진 간극을 매우고 포용할 수 있는 곳이 교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경제와 문화, 사회, 종교 간의 교류협력은 생산적 경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전위대와 같다”며 “여기서 기독교는 평화공존만이 남북이 선의의 경쟁 속에 삶의 가치와 질을 함께 높여갈 수 있는 현실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길임을 밝히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목사는 “남과 북의 오늘 현실은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 측면에서 보면 ‘시끄러운 평화적’ 공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남북 쌍방이 무력이나 전쟁을 통한 상대방의 정복 내지 흡수를 전제하지 않는 한 ‘평화적 공존’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평화공존의 방법으로 그는 “북한의 이념과 체제를 남한에 강제로 이식하려는 ‘적화통일 전략’의 공식포기와 함께 남한의 그것을 북한에 강제로 이식하려는 ‘반공통일전략’의 공식 포기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상이한 이념과 체제를 영구불변의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상호인정과 공존의 틀 속에서 ‘건설적 경쟁’을 유발해야 하며, 실질적 현실에서 그 가치의 우위성을 입증해 보임으로써 통일 지향이 공동체로 이끌고 가야한다는 것.

특히 박 목사는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교회의 역할로 “교회는 정부가 아니다. 통일 문제에 관한 한 사랑과 공의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적 NGO의 하나”라며 “정부 당국 간의 갈등과 대결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대북 상대가 북한 정부나 당이 아니라 북한 백성(인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민간 대 민간’의 교류 협력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지속되어야 한다”며 ‘화해와 소통’의 통로로 기능하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십자가 신학’이 남북 화해의 비결

다양한 신학적 배경과 견해를 가진 한국 기독교계가 통일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가능할까. 남북 간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수난의 상징인 ‘십자가’를 묵상하는 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마르틴 라이너 소장(라이터 독일 예나대학교 화해연구소)은 “우리는 하나님을 영광의 신학이 아닌,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서야 인식할 수 있다. 남북 간 화해를 이루는 길은 단순한 물물교환이 아닌 ‘나’를 내어주는 희생과 헌신, 고통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난이 하나님을 인식하는데 최선의 길이며, 진정한 제자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을 ‘따라감’에 있다”고 설명한 라이너 소장은 “십자가를 따라간 예수를 따라 우리는 화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십자가와 분명히 고통의 길이다. 하지만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사람들은 결국 빼앗을 수 없는 기쁨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십자가의 신학은 고통과 폭력의 상흔에 ‘화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라이너 소장은 “북한과 함께 화해하려면 십자가 희생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의 문제는 단순한 이념과 체제의 논리를 넘어 십자가 신앙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는 예수님의 고난이고 십자가의 길이지만, 모두가 함께 사랑을 실천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며 “고난을 지나 환희와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길이 십자가의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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