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중의 문화칼럼] 아는 만큼 들린다! 음반구매의 진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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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중의 문화칼럼] 아는 만큼 들린다! 음반구매의 진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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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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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중의 CCM프리즘 (17)

21세기 음악 산업의 현실은 ‘디지털’이다. CD나 카세트테이프 같은 매체를 통해 음악을 소비하던 피지컬(Physical)시장은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MP3라는 음원의 출현은 디지털 시대의 시작을 예고했고, 대중들에게 음악은 더 이상 소장이 아닌 소비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쉽게 다운로드 하거나 들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시대에 살고 있다. MP3 플레이어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플레이어의 급속적인 진화로 CD나 DVD 같은 저장매체 관련 산업도 곧 사라진다는 예측에 이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급변 속에서도 음반샵 한쪽 구석에서 LP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관찰거리다. 과거 CD의 출현으로 LP는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됐지만, 최근 LP 생산을 위해 공장이 다시 세워지고 가동되고 있다. 가왕 ‘조용필’의 앨범 ‘Hello’가 LP만 2만장이 넘게 팔리고 브라운아이드소울이나 김동률 등이 지속적으로 신보컬렉션에 LP를 포함하는 현상들을 볼 때 아직도 리스너들에게 음반 구매는 매력적인 것 같다.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음악을 여전히 소장으로 생각하는 리스너들에게 음반 구매는 어떤 의미일까? 소위 매니아로 불리는 리스너들을 인터뷰해보면 음반 구매를 통해 얻는 유희는 음악뿐 아니라 다른 외적인 요소들에서 기인함을 엿볼 수 있다. 음반의 가장 주된 기능은 듣는 것이지만 청취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는 숨은 장치는 자켓 디자인과 부클릿에도 있다. 음악을 더욱 맛있게 듣는 레시피는 음반 안에 담겨진 외적인 장치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음반 자켓 안에 담긴 가사를 디자인적인 요소와 함께 만지고 보고 들는 오감을 통해 그 음반을 전체로 받아들인다. 하나의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무슨 재료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레시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음반 한 장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과정은 크레딧을 통해 깨닫는다. 한 곡 한 곡 마다 음악에 참여한 세션들과 뮤지션들의 정보는 물론 녹음된 스튜디오 정보와 믹싱이나 마스터링은 누가 했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하나의 감동이 어떤 궤적을 따라 왔는지를 추적하며 새로운 감상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필자는 1년에 두 번씩 찬양 음반제작 세미나를 통해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을 만난다. 본 과정은 음반과 음원을 제작하는 과정을 다루는 수업으로 첫 시간은 크레딧을 분석하는 훈련을 한다. 첫 수업 당시 학생들이 음반을 실제로 구매해 크레딧을 분석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수업을 통해 크레딧을 분석하고 음악이 만들어지는 원리에 접근하면서 시야가 트여가는 것을 보며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의 음반 구매는 단순히 아날로그적인 향수로의 회귀가 아닌 음악을 좀 더 깊게 알고 오감을 통해 향유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음악,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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